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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타결안 긴급 평가 토론회'가 한미FTA 저지 범국본 주최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타결 이틀째인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교육원. 한미FTA에 대한 최근의 전 국가적 열기를 반영하듯 교육원은 협상 분과별 전문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기자 등 50여명으로 가득 찼다.

범국본은 이 자리에서 전날 한미 양국이 공개한 협상 결과를 놓고 긴급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한미FTA에 대한 각계의 집중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분야별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결과가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의견에 한 목소리를 냈다.

토론회 사회를 본 박석운 범국본 집행위원장은 "졸속추진 논란과 찬반을 둘러싸고 숱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온 한미FTA 협상이 결국 참담한 결과로 타결됐다"며 "어제 발표된 협상 결과를 살펴보면, 따낸 것 없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한 '퍼주기'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협상 내용은 우리측 이익을 대변한 것이 아닌 미국측 논리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며 "국민은 배제되고 미국과 '우리측 미국인' 사이에 진행된 이번 협상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국민 건강권과 대기업의 이익 맞바꾼 꼴

먼저 쇠고기 수입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는 이번 협상을 통해 세계 최대의 농축산물 수출국인 미국에 쌀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는 사실상 문을 활짝 열어줬다. 이 가운데 쇠고기 등 축산업은 가장 피해가 큰 분야다.

양국은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쇠고기 수입 위생·검역 문제와 관련해 국제수역사무국(OIE) 5월 총회에서 미국 쇠고기에 대한 평가등급이 나온 뒤 그 결과에 따라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쇠고기 수입은 단순히 값이 싸고 비싸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의 이익과 국민의 건강권을 맞바꿨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협상 타결을 구걸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식품안전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이는 곧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린 위생검역 문제를 섬유 일부 품목과 바꿈으로써 국민주권을 포기한 처사다"라고 말했다.

쇠고기와 함께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자동차 분야에선 협상 타결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박근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우리의 승용차 관세철폐 요구는 일부만 관철된 반면 미국측 요구조건은 대부분 수용됐다"며 "현대자동차 등이 미국에 현지공장들을 건설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이 정도 관세 인하가 얼마나 수출증대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대기업 살리기 위해 농업 죽였다"

▲ '한미FTA 타결안 긴급 평가 토론회'가 한미FTA 저지 범국본 주최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업 분야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이번 협상 타결에 따라 우리 농업은 한미FTA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인한 연간 농업부문의 피해를 1조4000억원에서 2조2500억원까지 추산했다.

농업분야 토론자로 나선 최재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이번 협상은 쇠고기·감귤·낙농·축산·과수·채소, 무역구제 등 농업부문에서 어느 하나 지킨 것이 없는 전대미문의 농업말살 협상"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게다가 정부가 보호조치로 언급한 세이프가드, 관세할당 물량에 대해서도 구체적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아 더 의심스럽다"며 "사실상 강자인 대기업을 살려주기 위해 약자인 농업을 또 한 번 죽인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이번 협상의 최대 수혜 분과로 내세운 섬유 분야에선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협상 결과 우리가 미국에 강력하게 요구했던 얀 포워드(원사 기준 원산지 판정 방식) 완화 품목은 5개 정도에 그쳐 수출 증가폭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일 울산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단기간 일정 정도의 섬유 수출의 긍정 효과는 발생할 것이나 세이프가드, 원산지 인정 문제 때문에 기존의 섬유 대미수출 약세 전망을 근본적 혹은 장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의약품·금융·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토론자들은 이번 협상이 득보다 실이 많은 '퍼주기 협상'이라는 점에 입을 모았다.

<오마이뉴스> 토론회 생중계, 독자들 뜨거운 관심

한편 이날 긴급 토론회 현장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 생중계되면서 찬성과 반대로 나뉜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렀다. 독자들은 생중계 게시판에 300건이 넘는 댓글을 달면서 한미FTA 타결에 따른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찬성 에프티에이'란 아이디의 독자는 "농민들도 이제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대책없이 반대만 하면서 보호해 주길 바라는가"라는 의견을 남겼다.

반면 '내용증명'이란 아이디의 독자는 "알량한 '경쟁력'을 높여서 얻은 FTA의 이득을 누가 가져가는가? 재벌과 초국적 자본이 가져가는 그 이익이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가?"라며 반대 주장을 적었다.

다음은 이날 긴급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요 분과별 협상 결과에 대한 정부측 평가와 범국본의 반박이다.

▲ '한미FTA 타결안 긴급 평가 토론회'가 한미FTA 저지 범국본 주최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동차] "관세 철폐하고 구제조치 허용" vs "일본차에 밀리는 경쟁력에 도움될지"

협상결과 및 정부측 평가 =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에 대해서 미국은 3000㏄ 이하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3000㏄ 이상 승용차는 3년, 타이어는 5년, 픽업트럭은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였다. 이로써 미국시장에서 우리 자동차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양국간 오랜 통상현안을 해결하고 우리 소비자의 자동차 세 부담 경감 및 자동차 내수 진작 차원에서 자동차 특소세를 발효 후 3년 내 5%로 단일화하고, 자동차세 단계를 현행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하였으며, 자동차 관련 협정상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강화된 구제조치를 허용키로 하였다.

범국본 반박(박근태 금속노조 부위원장) = 우리의 승용차 관세철폐 요구는 일부만 관철된 반면 미국측 요구조건은 대부분 수용됐다. 현대자동차 등이 최근 미국내 현지공장들을 잇따라 건설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이 정도 관세 인하가 현재 일본차에 크게 밀리고 있는 경쟁력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반면 '자동차 빅3'가 공멸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은 사실상 한국시장 진입장벽을 완벽히 허물어 향후 고급승용차 시장 등에서 한국시장을 전면 공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쇠고기] "주요 민감품목은 피해 최소화" vs "협상 타결 위해 식품안전 거래"

협상결과 및 정부측 평가 = 쇠고기 관세 15년, 돼지고기 관세 10년, 닭고기 관세 10년에 걸쳐 완전 철폐키로 했다. 오는 5월 말 돼지고기·고추·마늘·양파 등을 포함한 주요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세이프가드, 관세할당(TRQ), 장기이행기간을 부여하여 국내 생산농가에 대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였다.

오는 5월 말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평가등급이 최종 결정에 따라 '뼈있는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로 구두 약속 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공개했다.

>범국본 반박(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 = 한미FTA 4대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개방한 노무현 정부의 조치는 한미FTA 협상 타결을 구걸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식품안전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

정부는 또 이번 협상에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을 유전자조작식품(GMO)과 빅딜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곧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린 위생검역 문제를 섬유 일부 품목과 바꿈으로써 국민주권을 포기한 처사다.

[지적재산권]"보호기간 70년으로 연장" vs "특허·상표·저작권 모두 놓쳐"

협상결과 및 정부측 평가 = 저작권 보호기간을 현행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기로 하되, 협정문 발효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하였다. 정부의 귀책사유로 인해 출원 후 3년 이상 등록이 지연될 경우 지연된 기간만큼 존속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손해배상액의 상·하한을 사전에 법으로 정하는 법정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되, 우리 민법의 기본 원칙인 실손해배상원칙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범국본 반박(남희섭 변리사) = 특허·상표·저작권 등 대부분에서 우리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또 미국 요구의 수용 역시 '제도 선진화'라고 포장하며 그 피해를 축소했다.

[의약품] "약제비적정화 방안 근간 유지" vs "특허기간 연장해 가격상승 불가피"

협상결과 및 정부측 평가 = 미측 주요 요구사항인 신약의 최저가보장을 반영하지 않기로 하는 등 약제비적정화방안의 근간을 유지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독립적 이의신청절차 마련 등 건강보험 약가 제도의 투명성 제고, 의약품 시험기준 및 복제약 시판허가 상호인정을 위한 협의 개시 등을 합의하였다.

의약품 지재권 관련 사항은 대부분 현행 국내 규정 수준으로 합의하였으나 복제의약품 시판허가시 특허침해 여부 검토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제약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특허 존중을 통해 연구개발을 위한 바람직한 환경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범국본 반박(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 이번 협상에서 신약의 최저가보장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지만 특허기간을 연장해 줌으로써 국내 제약사와 소비자의 부담을 키웠다. 국내 제약사와 소비자들은 의약품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의약 특허기간을 20년에서 3~5년 연장해주고 미국의 거대 제약사가 약값 결정에 관여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5년간 매년 6000억원에서 1조원의 추가 약값 지출이 불가피하다.

[농업] "쌀 제외, 민감품목은 세이프가드" vs "양허제외를 관세철폐에 포함시킨 것"

협상결과 및 정부측 평가 = 양국은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 농업의 민감성과 미국의 시장접근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여,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하고 수확기 오렌지·콩·감자·분유·꿀 등에 대해서는 현행 관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였다.

아울러, 쇠고기·돼지고기·고추·마늘·양파 등을 포함한 주요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세이프가드, 관세할당(TRQ), 장기이행기간을 부여하여 국내 생산농가에 대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였다. 정부는 관세인하 기간의 장기화, 농산물 특별 긴급 관세 등 일부 분야에서 수입 급증에 대비해 적절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범국본 반박(최재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 정부는 콩·감자·분유·꿀을 예외로 인정했다고 하나 관세할당 제공 등의 부가조건으로 관세철폐에서 제외됐을 뿐 양허제외로 볼 수는 없다. 정부가 제시한 쇠고기·돼지고기·오렌지·고추·마늘·양파 등은 극도의 민감 품목으로 양허제외 대상이었다. 양허제외 대상을 관세철폐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WTO 협상과 별도의 물량을 배정함으로써 향후 다른 나라와의 FTA 과정에서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다. 또 정부가 보호조치로 언급한 세이프가드, 관세할당 물량에 대한 구체적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아 더 의심스럽다.

[섬유] "61% 즉각 철폐... 원산지예외쿼터" vs "부분적 도움일 뿐"

협상결과 및 정부측 평가 = 섬유분야에서 미측은 수입액 기준으로 61%를 즉시 철폐하고 우리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 원사기준 적용 예외를 부여키로 하였다. 아울러 미측의 우려를 반영하여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정되는 투입재에 대하여 의류 및 직물 각 1억㎡씩 발효일로부터 5년간 원산지예외쿼터(TPL)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30% 고관세로 수출돼온 스웨터 등 화학섬유 의류의 경우 4%, 8%대의 관세율을 보인 원사·면사 등에 비해 FTA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범국본 반박(백일 울산대 교수) = 한국의 주요 대미 섬유 수출부문인 의류는 세계 시장가격에 비해 1.8배 높기 때문에 섬유부문 평균관세율 10%가 5년 내 인하된다고 해도 세계 시장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만큼, 관세율 인하가 가격경쟁력에 부분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반적으로 단기간 일정 정도의 섬유 수출의 긍정 효과는 발생할 것이나, 세이프가드, 원산지 인정 문제 때문에 기존의 섬유 대미수출 약세 전망을 근본적 혹은 장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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