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벚꽃
벚꽃 ⓒ 정기상
이곳은 모양성. 전북 고창읍에 있는 사적 145호다. 1780m 길이의 자연석으로 축성된 아름다운 성이다. 성에 봄이 찾아오니, 온통 꽃 세상이다. 벚꽃이 활짝 피어난 사이로 걸어간다. 성을 밟아보는 것이다. 이곳의 성 밟기는 옛날부터 아주 이름이 나 있다. 특히 윤달에 성을 밟으면서 돌게 되면 무병장수한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한 바퀴 돌게 되면 다리 병이 모두 나아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두 바퀴를 돌게 되면 무병장수하게 되고 세 바퀴를 돌게 되면 극락문이 열려 영원히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적의 공격을 대비하여 머리에 이고 온 돌들을 한 곳에 무어두었다가 비상시에 사용한 것이다.

화엄 세상
화엄 세상 ⓒ 정기상
건강과 나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슬기가 넘쳐난다. 지금도 윤달이 되면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성을 밟으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벚꽃의 화려한 세상을 걷게 되니, 정말로 극락문이 열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생불멸의 반야심경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환하게 피어난 벚꽃을 바라보면서 자기 절제를 생각하게 된다. 화사한 화엄의 세상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기 절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역에 극기하지 못하였다면 봄의 아름다움은 없다. 혹독한 겨울을 이길 수 있는 인내와 노력이 있었기에 모든 것을 초월하여 아름답고 눈부신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것이다.

가기 절재
가기 절재 ⓒ 정기상
자기 절제는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경쟁을 할 때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자는 남과의 승부가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다.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경쟁자는 옆에서 달리는 선수가 아니라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다.

경쟁하는 다른 선수를 이겼다고 하여 승리자가 될 수 없다. 1등으로 결승점을 향해 달려왔다고 하여도 결승 테이프를 끊지 못하면 우승자는 될 수 없는 것이다. 42.195㎞는 인생의 험로를 닮아있다. 살아가면서 계속 되는 경쟁에서 이겼다고 하여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이겨야 비로소 삶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열리는 극락문
열리는 극락문 ⓒ 정기상
자기 절제는 감정을 억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감정은 아주 다양하다.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慾)으로 나누기도 하고 사단(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으로 나누기도 한다. 물론 이런 감정은 분명하게 나눠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얽히어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자기 절제가 어려운 것이다.

자기 절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나는 자만심을 극복하는 일이요 다른 하나는 분노를 통제하는 일이다. 다양한 감정들의 뿌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을 잘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다면 자기 절제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말처럼 쉽게 풀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내면의 평화
내면의 평화 ⓒ 정기상
나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겸손이 몸에 배이도록 하는 것은 자만심을 이기는 지름길이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분노를 용서로 전환시키는 마법이다. 누구라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은 화엄의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벚꽃이 만들어낸 세상처럼.

활짝 피어난 벚꽃 아래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자만심을 얼마나 버릴 수 있는지 자문해본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얼마나 수용하고 사랑하는지 되묻는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도 나를 낮추는 일에 인색하고 사랑하는 것보다 욕심을 앞세우고 있다는 증거이다. 꽃을 바라보면서 다짐을 해본다. 나를 낮추고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

덧붙이는 글 | <나만의 여행지> 응모글입니다. 

사진은 전북 모양성에서 촬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