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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을 일본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의 반응이 궁금한 것은 특히 다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일본은 미국의 많은 아시아 동맹국들 가운데서도 가장 미국과 가까우며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해왔다. 그런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것이다.

둘째 한국과의 FTA 협상은 미국보다 일본이 먼저 시작했다. 그러나 한일FTA 협상이 2년5개월째 중단돼 있는 사이 한미FTA가 추월을 해버린 것이다.

일본이 미국과의 FTA 협상을 미루고 있는 이유도, 한국과의 협상이 중단된 원인도 근본적으로는 농업문제에 있다.

'농수산 강국'인 미국과는 협상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다. 한국과의 협상도 농수산물 개방 폭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더 이상 이야기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현재까지 FTA를 체결한 국가는 싱가포르·멕시코·말레이시아·필리핀·칠레 등 5개국. 하나같이 경제규모가 크지 않아 FTA 효과도 미미한 나라들이다. 쌀 등 민감한 농수산 품목을 배제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

세계에서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린다고 볼 수 있는 일본이 이렇게 FTA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의외다.

이는 무엇보다도 '만년 여당'인 자민당의 지지기반이 여전히 농어촌 지역에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경제계에서는 FTA에 소극적인 정부의 자세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지만,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 세계경제의 흐름에서 뒤쳐지는 것 아닌가 우려.

한미FTA 타결 소식이 전해진 후 언론과 웹사이트 등에 나타난 일본측의 반응에서는 우선 '세계경제의 흐름에서 뒤쳐지는 것 아니냐'라는 걱정이 눈에 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3일자 사설 제목은 '한미FTA 타결, 하면 된다 한-일도'이다. 사설은 "쌍방(한미)에 걸린 이러 저런 곤란을 극복하고 합의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일본에게 커다란 교훈이 된다"면서 "중단된 한일FTA 교섭도 빨리 재개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동아시아 경제의 핵. 그런 한국과 미국이 통상-투자 장벽을 낮추고 교류를 심화시킨다면 서로 커다란 이익을 얻을 것이다. 특히 이번 협정은 과세철폐 외에 정부조달, 경쟁정책, 서비스 등도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일본이 내건 경제연대협정에 가깝다. 일본은 한국과의 통상자유화에서 미국에 크게 뒤쳐졌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원고(高)와 중국의 공세로 공산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한국정부는 그 부활을 위해 농민을 설득해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고 한국정부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농민들의 반미데모가 거세게 일어나는 가운데 이뤄진 합의는, 한일 양국도 진지하게 임하면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 신문>도 3일자에 '자, 다음은 일본 차례다'란 제하의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한미FTA 타결이 "내향적 자세가 뚜렷한 일본의 통상전략을 흔들어놓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눈앞의 아픔을 참으면서 긴 안목으로 보고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결단했다"고 역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아사히>는 "양국 지도자를 움직인 것은 다른 나라, 지역과의 경제통합이 성장을 가져온다는 세계의 커다란 조류였다"면서 "농산물의 무역자유화를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일본은 아시아의 통합교섭에서 뒤쳐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미-중 사이의 전략적 선택에 민감한 일본

일본의 반응 가운데는 최근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전략적 선택'에 주목하는 분석도 보인다.

<산케이 신문>은 "한국으로서는 경제에서 최강인 미국과 밀착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질과 힘을 향상시켜 중국경제에 잡아 먹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멀리 있는 미국을 이용해 가까이의 중국에 대항한다는 이른바 '원교근공책'이다"라고 봤다.

또 "군사면에서는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등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자주국방을 지향하는 한편, 경제에서는 미국의 품에 들어가 힘을 키워 중국에 대비한다는, 반미-친미를 가려 쓰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반대로 미국의 '전략적 배려'에 주목했다. 미국이 '쌀시장 개방 요구를 양보하면서까지' 합의를 최우선시했다고 보고, 그 이유를 "북한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는 '미국 이탈, 중국 접근'의 자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FTA라는 끈으로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각국과 FTA 교섭을 진행해 나가면서 '미국을 뺀 FTA망'이 만들어져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던 미국으로서는 "한미FTA가 절호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것이다.

한일FTA 협상 재개 촉구

한미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언론과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한일FTA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나선 데 대해 일본 정부는 3일 즉각 반응을 보였다.

정부대변인인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은 "구체적인 문제가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 언제라도 교섭에 응할 용의가 있다"며 조속한 협상재개를 희망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이날 한일FTA에 대해 "(협상 재개를 위해) 서로가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일FTA 문제는 지난 주말 제주도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거론됐다. 한미FTA가 1차 시한을 넘겨 연장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열린 회담에서 아소 다로 일본외상은 한미FTA 협상이 마무리되면 이어 한일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송민순 장관의 답변은 싸늘했다. "높은 수준의 FTA를 위한 기반마련이 필요하다"라는 것이 그의 강조점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측이 보다 성의를 보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부간 FTA 협상은 2003년 12월 시작됐다. 그러나 그 전에 1998년부터 양국 경제연구소에 의한 공동연구가 행해졌고, 이어 민간 차원의 포럼과 산-관-학 공동연구위 등의 단계를 차례로 밟아왔다. 이런 오랜 준비를 거쳐 본격 협상이 개시됐지만, 2004년11월 6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협상은 중단됐다.

중단의 주된 이유는 일본이 농산물 분야의 개방 폭에서 경직된 자세를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협상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이 90% 이상의 개방을 요구한 데 대해 일본은 50%대의 개방 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협상재개를 희망하는 일본 정부관계자들의 발언에는 농수산물 개방 폭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재개 전망은 밝지 않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한미FTA 협상팀이 바로 다음엔 EU와의 협상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나 EU, 중국, 일본 등과 같이 큰 덩치의 국가들을 상대로 할 때는 2개의 FTA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들다. 한 상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국익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 분위기로 볼 때 EU 다음에는 일본보다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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