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일 오후 정운찬 전 총장은 전남대 용봉홀에서 초청 강연에 나서 자신의 대권출마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거듭밝혔다. 강연에서 정 전 총장은 DJ의 햇볕정책을 옹호하면서 한미FTA 체결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고 비판했다.
4일 오후 정운찬 전 총장은 전남대 용봉홀에서 초청 강연에 나서 자신의 대권출마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거듭밝혔다. 강연에서 정 전 총장은 DJ의 햇볕정책을 옹호하면서 한미FTA 체결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고 비판했다. ⓒ 광주드림 임문철

[기사대체 : 4일 밤 8시 40분]

범여권으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자신의 대권 출마 결심에 대해 "몸과 마음을 바쳐 나라와 역사에 공헌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며 거듭밝혔다.

4일 광주광역시 전남대를 방문해 특별강연을 벌인 정운찬 전 총장은 강연회 일문 일답과 기자가담회를 통해 "제가 대통령 감이 되느냐, 당선가능성은 있느냐, 된다면 잘 할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대권출마 결심 '아직 고민 중'... "일관되게 중간이었다"

정운찬 전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권도전 결심 시기에 대한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강의를 하면서 정치활동 하는 것이 제 체질에 안맞다"면서 "이번 학기에 확실히 끝낼 것이다, 꼭 6월 이후에 할 것은 아니지만 언제 결심할 것인지에 대해 앞으로는 그만 질문해 달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 전 총장은 "어느 정도 당선가능성이 있다면 결심하는데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세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만 내세워서 질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중도정당에 대해 그는 "한국의 이데올로기 스펙트럼은 별로 넓지 않다, 진보와 보수 간에 필요없는 대립 갈등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이를 극복하고 사회통합해서 실용적인 방법으로 나라를 잘 발전시켜야 한다, 중도가 나쁜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중도정당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어디에 가깝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노태우김영삼 정권 시절에는 저를 왼쪽으로 본것 같은데 김대중노무현 때는 오른쪽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오른쪽 정부는 왼쪽으로 보고 진보적인 정부는 오른쪽으로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일관되게 중간이었다고 자평해 봤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중도에 가깝다고 자평한 것이다.

정 전 총장은 강연을 마친 후 "자신의 리더십은 무엇이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등소평을 꼽았다. 그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한 실력을 갖춘 강중국가가 되기 위한 정치적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80년 초반 등소평은 중국의 2049년 그림을 그렸고 지난 25여년 동안 중국발전은 대단한 것이다, 리더로서 등소평을 꼽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요청에는 "노 코멘트"라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과 접촉 여부에 대해 "우연히 만난 일은 있지만 약속해서 만난 사람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어떤 분이 저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미FTA, 만족스럽지 않다... 원점으로 돌기는 어려울 것"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 광주드림 임문철
이날 오후 정운찬 전 총장은 전남대 국제회의동 용봉홀에서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초정강연에서 한미FTA 체결과 관련 "경제개방의 확대인 FTA는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협상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신뢰를 갖고 맺은 약속인데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쌀 등 일부 농산물은 한미 FTA의 예외로 한다, 개성공단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협상 결과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사회적 자본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회적으로 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인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도자는 먼저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큰 그림, 즉 비전을 명확히 보여주고, 그에 필요한 규칙이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 정부의 정책 집행력이 약해져 경우에 따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그런데도 정치권은 합리적 논의와 생산적 타협은커녕 어느 이익집단 못지않게 자신만의 주장,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싸움하는 데만 골몰해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추동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나라의 내일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와의 인연 강조하며 DJ 햇볕정책 옹호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광주와의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80년 5월 광주가 겪은 고통과 상처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었으나, 5월 광주에 대한 자책과 번민이 마음속 깊이 있었기에 해직의 위기를 감수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광주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모태이고, 개혁의 산실이며, 또한 평화와 통일의 요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80년 당시 시국선언에 참여해 해직당할 뻔 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옹호하며 "계승발전 시켜나가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례적인 언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척한 남북 화해와 협력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희망이고 한반도의 미래"라며 "세계 유일의 냉전 지대였던 한반도는 대치와 반목의 시대를 지나 화해와 상생의 시대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그는 "대북 지원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투자로 인식되지 못하고 이른바 '퍼주기'로 낙인찍히기도 했으나, 여러 돌발사건에도 한국의 국제신인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대북투자"라며 "'햇볕'으로 상징되는 대북 포용정책은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한국 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도 핵심적인 문제"라고 극찬했다.

강연 말미에 그는 자신의 정치 행보를 감안 한 듯 "제가 교수 할 때도 그랬고 총장직에 있으면서도 늘 우리 학생들에게 강의 도중 얘기했던 생각이 난다"면서 "'대학은 공부만, 학문만이 전부가 아니다. 때로는 역사의 광장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 전 총장의 강연에는 학생 등 400여명이 청취했으며 용봉홀 자리가 모자라 많은 이들이 출입구 등에 서서 강연을 들었다. 그는 강연회를 마친 후 강정채 전남대 총장 등 전남대 관계자들과 만찬을 가졌고, 광주에서 일박을 하고 5일 상경할 예정이다. 그는 "다른 지역 대학들의 강연회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혀 대권 출마를 고민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연을 마친 후 학생들이 정 전 총장이 저술한 <거시경제론>을 들고와 그에게 사인을 요청하고 있다. 이날 강연장은 만원을 이뤘다.
강연을 마친 후 학생들이 정 전 총장이 저술한 <거시경제론>을 들고와 그에게 사인을 요청하고 있다. 이날 강연장은 만원을 이뤘다. ⓒ 광주드림 임문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