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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 미나리, 당근, 오이, 도토리묵
쑥갓, 미나리, 당근, 오이, 도토리묵 ⓒ 정현순
미나리, 당근, 오이, 쑥갓 등도 꺼내어 손질을 했다. 묵은 냉장고에 보관하던 중이라 조금 굳은 듯했다. 위생 팩에 옮겨 담아 끓는 물에 잠시 데쳐내니 무치기 좋게 물렁물렁해졌다. 채소들도 냉장고에서 나와 조금은 풀이 죽어 물에 잠시 담가 놓으니 싱싱해졌다.

묵은 세 토막으로 자르고, 채소들도 잘라 용기에 담아냈다. 중간 중간 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손질해 놓은 채소와 도토리묵
손질해 놓은 채소와 도토리묵 ⓒ 정현순
양념에 무친 채소와 묵
양념에 무친 채소와 묵 ⓒ 정현순
거실에 있던 친구 중 한 명이 주방으로 오더니, "너 이런 거 찍어서 뭐하게 그렇게 열심히 찍니?"한다. "응 다 쓸 데가 있단다"라며 행여 잘못 찍혔을까 봐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었다.

친구는 "얘, 그만 찍고 빨리 무쳐"하며 채근을 한다. 하여 "야, 너 거실에 가서 TV나 보고 있어, 얼른 해가지고 갈게"하며 등을 떼밀었다.

채소와 도토리묵에 고춧가루·깨소금·참기름·간장 약간, 소금·설탕 약간 넣고 살살 무친다. 참기름을 넣고 나니 "고소한 냄새가 좋은 것이 빨리 먹고 싶다"고 친구가 말한다. 그래도 사이사이에 사진을 찍어야 했다. 잠시 TV에서 무엇을 하는지 조용해졌다. 그런 사이에 얼른 무쳐내고 간을 맞추었다.

접시에 담은 도토리묵 무침
접시에 담은 도토리묵 무침 ⓒ 정현순
접시에 담고 친구들 앞에 내놓으니 맛보느라 정신들이 없다.

"맛이 어떠니?"
"난 내가 안 하는 것은 무조건 다 맛있어."


두세 점 맛을 보더니 한 친구가 대뜸 말하는 것이었다.

"얘, 그런데 뭐 한 가지가 빠진 것 같다."
"그렇지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지. 그런데 막걸리는 없고 맥주하고 포도주가 있다. 뭐할래?"
"막걸리가 제격인데 누가 사러 갈 사람이 없으니깐 맥주 있으면 그냥 그거 가지고 와라."


난 시원한 맥주 한 병을 따서 친구들에게 따라주었다.

약간 쌉쓰름한 쑥갓과 미나리, 상큼한 오이향이 나른했던 봄을 잊게 해주는 듯했다. 3명이 맥주 한 잔씩에 봄나물과 함께 무친 도토리묵으로 우리는 유쾌해질 수 있었다.

친구들은 이래서 좋다. 갑자기 찾아와도 부담없이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이다. 상큼하고 쌉쓰름한 봄나물 같은 친구들이라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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