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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타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타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타결에 대해 미국에서는 의회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미FTA의 의의와 합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사설 등을 통해 잇달아 비준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미FTA가 타결된 이후 현재까지 외신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미국 내의 반대 목소리는 자동차와 축산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협정 비준 여부를 직접 심의할 하원 세출위원회와 상원 재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상당수 '반대' 입장을 밝혀 미 의회 비준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의회 일각에서는 합의내용에 수정을 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4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재개방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의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쇠고기 수입금지 완전히 풀지 않으면 통과 저지"

민주당 소속인 샌더 레빈 하원 세출위 무역소위원장은 협상 타결 직후 개인 성명을 통해 합의안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의회 심의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되지 않는 한 비준을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농업과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경제적 장막'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안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소속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쇠고기 수입재개를 즉각적으로 얻어내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를 완전히 풀지 않으면 한미FTA의 상원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척 그래슬리 의원(상원 재무위)의 경우는 "쌀 개방이 제외됐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그는 "농업제품을 무역협상에서 제외하면 보호무역주의의 존속을 쉽게 하기 때문에 한미FTA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가 즉각 풀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톰 하킨 하원 농무위원장도 쇠고기시장 개방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쌀 개방이 제외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정부가 지난해 말에도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약속하고서 이를 지키지 않은 선례가 있다"며 "부시 행정부는 FTA 서명을 요청하기에 앞서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약속이 이행되도록 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 측의 반발도 거세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한미FTA가 한국 자동차시장 장벽 제거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의회에 이를 비준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반면 금융권과 첨단 산업분야 등 한미FTA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계 측은 적극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쇠고기와 달리 미국돈육협회(NPCC)는 돼지고기 협상 결과에 매우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자동차업계 내에서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GM은 한미FTA에 대해 "한국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회가 된다"며 긍정적 입장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로버트 루츠 GM그룹 부회장은 4일 뉴욕모터쇼에 참석, "회사 정책상 FTA에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FTA가 체결되면 한국 소비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행복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금융, 돈육협회... 엇갈리는 업계의 이해관계

이렇게 미국 내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인들과 업계의 입장이 뚜렷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언론들이 잇달아 한미FTA '비준'을 촉구하고 나서 그 영향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자 사설에서 "한미FTA는 경쟁 증가가 산업활동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 양국의 교역액을 연간 200억 달러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협상 타결은 양국 모두에게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특히 "친미 성향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의 이득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이 타결 직후 대국민담화에서 "우리 집단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거부하거나,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성공에 안주해서 우리 것을 지키려고만 하다가는 어느새 어느 나라에 추월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 말을 상기시켰다.

WSJ은 "이는 역사상 외국인 투자에 적대적이었으며, 종종 '승리자'와 '패배자'의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던 국가로서는 매우 놀라운 고백이었다"며 "이는 또한 미 의회에 대한 좋은 충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 의회에서 비준을 거부할 논리를 찾기에 혈안이 돼있다"며 비준반대 의원들의 동향을 전한 뒤 "자동차 수입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 장벽은 결국 철폐될 것이고 한국이 신성시하는 쌀시장은 건드리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개방을 늘리도록 압박할 수는 있지만 이런 것들은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다"며 비준을 낙관했다.

미 언론들 "협상 타결로 무역 20% 증가... 비준하라"

한미 FTA 고위급협상의 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김종훈 대표가 26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시작된 한미 FTA 최종 고위급협상에서 미국측 대표로 나선 캐런 바티야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미 FTA 고위급협상의 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김종훈 대표가 26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시작된 한미 FTA 최종 고위급협상에서 미국측 대표로 나선 캐런 바티야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크리스천사이어스모티너(CSM)>도 4일자 사설에서 아시아에서의 교두보 확보와 자유무역의 확대를 위해 미 의회가 한미FTA를 반드시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SM은 "지금 미국 기업이나 노동자자들이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의회 내에 보호주의적 정서가 있으며, 세계 무역의 파이를 늘리기 보다는 미국의 몫을 보존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미FTA 비준이 쉽지 않을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디어·문화·농업·금융·법률·회계 등 미국 기업들이 우월적 분야에서 자기 최선을 다할 수 없도록 많은 나라들이 봉쇄해왔다는 점에서 반자유무역주의 의원들의 입장에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국과의 FTA는 그러한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아시아에서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교두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SM은 협상 결과에 대해 "한국은 쌀 재배 농민을 보호하고 미국 자동차는 여전히 미묘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완벽하지는 않다"면서도 "이 협정으로 양국간 무역이 20% 증가할 것이며 이는 대부분 미국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 협정은 대북 접근법의 차이, 한국 내 반미감정 때문에 '한국이 북한과 또 다른 전쟁을 벌일 때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기 꺼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잠식된 한미관계까지 재생할지 모른다"고 한미FTA의 '전략적 의의'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미국경제의 실질적인 부양과 동맹강화 등을 위해 미 의회가 한미FTA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WP는 4일자 사설에서 "한미FTA 타결로 미 의회는 통상정책과 세계화, 주요 동맹국과의 관계 등에 대한 일련의 중요한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한미FTA와 함께 콜롬비아, 페루, 파나마 등과 체결한 유사한 협정들이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도가 높긴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자유무역은 이 지역에서 도전을 받고 잇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공고화를 도울 것이고, 한국과의 자유무역은 미국경제에 실질적인 부양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자유무역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은 얻을 게 많지만 만약 의회가 이 협정을 거부할 경우 잃을 것도 많다"며 의회의 '비준'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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