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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는 항상 뒤집어서 찌고 먹어야 하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바로놓았다.
대게는 항상 뒤집어서 찌고 먹어야 하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바로놓았다. ⓒ 최육상

지난 3월 1일 죽변항에서 맛보고 왔던 대게의 부드러운 속살이 아직도 입 안 가득 향기를 품고 있는 것 같다. 킹크랩(왕게)과 수입 대게가 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우리나라 대게의 맛을 따라올 수는 없어서인지 묘한 향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화사한 봄날의 주말, 대게의 고향이자 경쟁자로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울진과 영덕에서 각각 대게축제가 열린다니 더 이상 좋은 기회는 없다. 맛깔스런 진짜 대게를 먹으러 동해안으로 떠나보자.

울진과 영덕,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게축제

울진에서는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후포항에서 제8회 대게축제가 열리고, 영덕은 그보다 일주일 늦은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강구항 일대와 삼사해상공원에서 제10회 대게축제를 연다. 횟수로 보면 영덕이 두 발 앞서 가고, 울진이 따라잡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대게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막상막하이다.

먼저 울진군청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대게이야기를 살펴보자.

"울진보다 영덕이 대게의 명산지로 더 유명해진 것은 1930년대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못하던 당시, 서울·대구·포항·안동 등에 해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교통이 편리한 영덕으로 대게가 모여 나가면서부터이다. <임원경제지>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울진지방이 예주(현 영해)에 속해 있던 까닭으로 울진지역 인근을 통틀어 예주로 인식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울진군 평해읍에는 '거일리라는 대게 원조마을이 있다. 마을의 지형이 '게알'을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게알->기알->거일로 변했는데 당시 울진에서 대게잡이를 가장 많이 한 마을이었다."

영덕군청이 홈페이지에서 밝힌 대게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1930년대만 해도 울진의 대게는 대구·포항·안동·서울 등 대도시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못해서 그 값어치를 발휘하지 못하였다. 반대로 강구항은 동해안의 해산물을 공급하는 교통의 중심지로서 그 명성이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 <영덕사지>에 영덕대게는 죽해(竹蟹·대게)라고 표기되어 있고, 울진대게는 자해(紫蟹·붉은게)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는 생물학적 분류보다는 외형적 판단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대게의 뜻과 맞는 것은 영덕대게이다."

이는 울진과 영덕이 대게를 놓고 벌이는 자치단체의 차별화 고민을 보여준다. 지난번 취재를 할 때 죽변항에서 만났던 관계자들은 "영덕에서 죽변항에 와서 대게를 많이 사 간다"고 입을 모은 바가 있다. 지명도에서 앞서 있는 영덕이 대게를 많이 소비하기에 울진에 와서 보충해 간다는 의미이다.

대게축제, 영덕과 울진의 기분 좋은 경쟁? 묘한 신경전도

울진과 영덕의 대게축제.
울진과 영덕의 대게축제. ⓒ 영덕군청

지리상 서로 맞닿아 있는 울진과 영덕에서 잡는 대게의 맛은 과연 차이가 있을까? 각 군청의 공보담당관들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각각 서로가 "기분 좋은 경쟁을 한다"면서도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느낌을 전했다.

울진군청의 방형섭 공보담당관은 "국립수산과학연구원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게의 50.2%가 울진에서 잡혔다"며 "경상북도의 대게 잡이 통계에서도 울진(772t)의 수확량에 비하면 영덕(325t)은 절반 수준에 머문다"고 수치를 제시한 뒤, 울진대게축제에 대한 설명을 이었다.

"중매인에게만 있는 대게 경매 권한을 축제 때는 특별히 관광객들에게도 줍니다. 싼 값에 대게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거지요. 또, 새벽 3시경 출항하는 배에 함께 올라 대게 잡이를 참관하고 배위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울진대게 80m 김밥 말이 기네스에 도전하는 행사도 있는데, 지난해 70m 기록을 관광객들이 함께 깨면 즐거울 겁니다."

영덕군청의 김명희 공보담당관은 "두 곳의 대게들을 굳이 비교한다면 영덕은 모래가 많은 곳에서 자라고 울진은 진흙이 많은 데서 자란다는 것"이라며 "진흙과 모래에 따라서 게장의 맛과 질이 다른데, 아무래도 영덕대게의 맛이 깔끔하고 단백하다"고 웃음과 함께 영덕대게축제를 설명했다.

"한 번에 250마리 대게를 풀어 관광객과 함께 하는 대게낚시는 특별한 체험이 될 거예요. 무료로 배에 올라 시간대별 이어지는 대게 잡이를 체험과 대게 요리대회, 대게 먹기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집니다. 또 먹거리 장터와 대게 할인매장, 직거래판매장 그리고 불꽃놀이 등 여러 볼거리들도 풍성해서 가족끼리 봄나들이 오시면 안성맞춤일 거라고 자신합니다."

<대장금>에도 나온 임금님 진상품, 대게축제 오세요!

대게축제 때에는 중매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경매에 참가 가능해 색다른 경험을 맛 볼 수 있다.
대게축제 때에는 중매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경매에 참가 가능해 색다른 경험을 맛 볼 수 있다. ⓒ 최육상

울진과 영덕의 대게축제 기간에는 각각 시식 행사가 마련돼 있어 부담 없이 대게의 참맛을 볼 수 있다. 입 안에서 스르르 녹는 대게를 그것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한가? 한류 열풍을 이끈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임금님 진상품으로 등장한 바 있으니 대게의 맛은 직접 봐야지 설명은 필요 없다.

매년 일주일 간격으로 열리는 영덕과 울진의 대게축제는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밀고 당기며 함께 더불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울진과 영덕의 대게들은 이래저래 2주일간 주말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를 듯싶다. 김명희 공보담당관의 말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지역 축제는 한 시점과 한 군데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게축제만 해도, 아래에서 올라가면 영덕을 거쳐 울진을 가게 되고, 위에서 내려오면 울진을 거쳐 영덕으로 오잖아요? 두 곳의 축제가 성황리에 마쳤으면 좋겠어요. 울진과 영덕의 축제가 잘 되면 주변 지역에도 고루고루 영향을 미치지 않겠어요? 호호호."

대게는 다리가 대나무 같다고 붙여진 이름

대게는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보통 황금색·은백색·분홍색·홍색 등 색깔에 따라 구분하는데 울진과 영덕의 진짜 대게는 황금색이 짙은 ‘참대게’ 또는 ‘박달게’를 말한다.

법으로 잡을 수 없도록 보호하는 암컷은 수컷보다 몸체가 작아 찐빵만 하다고 해서 ‘빵게’라고 부른다.

제8회 울진대게축제
기간 : 2007년 4월 6일(금) ~ 4월 8일(일), 3일간
장소 : 울진군 후포항 한마음광장 일원
문의 : 울진군청 054-182-1501

제10회 영덕대게축제
기잔 : 2007년 4월 13일(금)~4월 15일(일), 3일간
장소 : 영덕군 삼사해상공원 및 강구항 일원
문의 : 영덕군청 054-732-7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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