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이후 처음으로 전북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만금간척지의 71.6%가 농지인데 처음부터 계획됐다 하더라도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새만금 내부개발 계획의 변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방식으로 고군산군도 일대에 조성될 예정인 국제해양관광지에 대해 "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와 함께 5일 오후 부안 새만금 전시관을 찾아 새만금 전시관 밖 조망대에서 가력도-신시도-야미도 등으로 이어진 세계 최장(33㎞) 새만금방조제를 살펴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방문에는 국민의 정부 당시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와 대북 특사를 지낸 박지원 전 비서실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그리고 수행원 20여명이 동행했다. 또한 임수진 한국농촌공사 사장을 비롯해 김춘진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으며, 김완주 도지사, 전희재 행정부지사, 박성일 기획관리실장 등 도 간부진도 대거 참석했다.
임수진 한국농촌공사사장은 "이곳은 33km 방조제와 내륙으로 서울시의 3분의 1이라는 영토를 개척해 국민 한사람 당 3평씩 땅을 나눠 줄 수 있는 규모의 세계적인 간척공사 현장"이라며 그동안의 추진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설명했다.
전북도 전희재 행정부지사는 "새만금을 동아시아의 두바이로 개발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닌 고군산군도는 중국의 1억 잠재관광객을 겨냥한 세계적 해양복합관광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면서 "이를 뒷받침할 새만금 특별법 제정 등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건의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새만금 사업이 농지와 관광, 산업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돼 성공을 거두게 되면 가난한 전북이 어느지역 못지 않게 발전할 것"이라며 "특히 (새만금은)우리 나라 전체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새만금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물막이 공사 마무리와 정부안이 나오는 등 그동안의 힘든 시련을 딛고 내부개발이라는 제2단계 관문으로 접어들었다"면서 "(정부계획상)간척지의 71.6%가 농지로 되어 있는데 계획이 처음부터 그렇게 됐고 그렇게 안하면 말썽이 생기니까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질필요 없다"고 내부개발안 변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국제공모를 통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모아 가장 좋은 효과적인 안을 만드는 것은 마땅히 해야할일이고 또 큰 성과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외국과 경쟁해서 못할 것이라는 타성적 생각을 버리고 농업에 대한 시각을 바꿔 '돈버는 농업'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새만금에서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고품질의 친환경 농산물을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제해양지 조성과 관련, 그는 "관광지는 13억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등 체계적 발전 계획에 따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업"이라며 "국제해양관광지는 서민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수 있도록 해야만 국민들의 거부감 없이 새만금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전주로 이동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새만금특별법에 대한 견해를 묻는 도내 언론사의 질문에 "새만금을 농업과 신산업, 관광이 3위 일체된 경쟁력 있는 환황해권의 허브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만금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들고, 눈빛으로 김완주 지사, 장영달 의원 등을 가리키며 "이 분들과 상의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고, 나도 돕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김 전 대통령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의장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 전 의장은 전주리베라호텔에 머물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었으나 김 전 대통령 측의 일정 관계로 무산됐다.
김 전 대통령은 전주에서 1박한 뒤 6일 오전 전북대학교에서 경제위기극복과 국제평화에 이바지한 공로 등으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강연도 실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전북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