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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상 신임 <시사저널> 노조위원장
ⓒ 시사저널 노조
"심상기 선배(서울문화사 회장)가 <시사저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통 크게 타협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사간) 결별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럴 각오가 됐고, 그런 의미로 (조합원들이) 신임 집행부를 뽑아준 것 같다."

정희상 <시사저널> 기자는 노동조합을 이끌게 된 데 대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시사저널> 노조는 지난 1월부터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중이다.

<시사저널> 노조는 5일 오전 11시 40부터 총회를 열어 정희상 신임 노조위원장, 이숙이 부위원장을 신임 집행부로 선출했다. 총원 23명 중 20명이 투표에 참석, 19명이 찬성하고 1명은 기권했다.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의 지시로 삼성 관련 기사가 삭제된 후 파행 10개월을 맞은 <시사저널>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안철흥 전 위원장이 지난 4일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노조가 신임 집행부를 꾸려 사측에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다.

정 위원장은 신임 집행부에 대해 "사측에 대한 노조의 메시지"라며 "강경이냐, 온건이냐를 떠나 노사간 원만한 타결이 성사되지 않으면 시사저널로의 복귀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미 '한 명이라도 <시사저널>로 돌아가지 못하면, 전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시사저널>의 정신적 지분, 23명 기자에게 있다"

정 위원장은 '복귀 포기'를 선언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 최선의 사태 해결책을 쥔 인물로 심상기 회장을 꼽았다. 그는 "심 선배가 파업 상황에서도 상당한 자산을 얻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활용할 방안으로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밖에 없다"며 "사주가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파업 상태에서도 <시사저널>이 얻은 것이라면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 등 외부의 관심을 뜻한다. 정 위원장은 "당장 회사에게는 이들이 껄끄러운 존재일 수 있지만, 해결의 가닥만 잡히면 떨어진 매체부수 등을 배가시키는 등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위원장은 심 회장을 '선배'라고 불렀다. "언론사 선배로서 본인의 명성에 걸맞도록 행동해 달라, (노사가) 함께 가든지, 아니면 털든지 결단을 내려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타협을 통해 노조가 회사에 복귀할 수도 있지만, 노사가 결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노조는 그다지 큰 부담을 갖고 있지 않다"며 "파업 투쟁 과정에서 새로운 매체로의 가능성을 주목한 일부 투자자들이 '매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노사간 협상을 위해 (투자자들과의) 논의를 깊숙이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법적 상표권은 사측이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신적 지분은 23명 기자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와 정신적 지분만으로 매체 창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기자들이 모두 사직하고 나오는 등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며 "현 상태에서 새로운 매체를 창간하는 것은 사규에 의해 금지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깨지고 매체 창간을 하게 된다면, 시간을 길게 끌지 않을 것"이라며 "'짝퉁' <시사저널>의 권위를 완전히 잃게 할 것이다, 판매, 광고, 브랜드이미지 등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모든 작업을 해 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 시사저널 노조원들은 사측의 직장폐쇄에 항의하며 24일 오전부터 서울 서대문 시사저널사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시사저널> 투쟁의 불씨 되살리겠다"

그는 "사측이 협상 과정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기자들에 대한 징계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있고, 협상 초반에 '상호 비방을 중재하자'는 합의에도 사측은 기자들에게 방송 출연·외부 기고·블로그 활동 등을 금지하는 등 협상 의지를 의심케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진 만큼 모든 방식의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며 "지난 2월말 사측의 태도가 '잘 풀자'는 입장이어서 서로 자극하는 행위를 중지했지만, 불씨를 되살리는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월간 <말> 출신으로, 지난 92년부터 <시사저널>에서 일했다. 그는 김훈 중위 의문사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암살 사건 등 16년째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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