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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하던 허세욱 동지. 그는 광화문의 전태일이다.
1인 시위를 하던 허세욱 동지. 그는 광화문의 전태일이다. ⓒ 민주노동당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엇일까? 흔히들 장미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장미의 꽃만 보려한다. 가시나무 가지가 피워 올린 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아름다운 꽃은 무언가의 희생으로 피어난다.

가장 거룩한 것은 무엇일까? 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고통과 희생으로 봉헌되는, 십자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진정한 사랑은 십자가 없이 이루어질 수 없으니 말이다. 타인의 십자가를 지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고통을 승화시켜 피우는 꽃이 십자가이다. 전태일, 우리는 그를 노동자의 십자가를 지고 승화한 아름다운 꽃이라 부른다.

또한 십자가는 가난의 상징이다. 결코 부유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을 온전히 비우는 것이 십자가이다. 그것은 생명과 사랑이며 정의와 평화이다. 또한 십자가는 권력자나 부자가 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십자가는 권력자나 부자가 그들의 기득권을 반대하는 자를 처형하는 형틀일 때가 많다.

십자가는 로마제국이 이스라엘을 점령하는 것이며,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것이다. 미국의 초국적 자본이 세계 도처의 민중의 삶을 벼랑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십자가이다. 또한 재앙의 십자가는 인간이 자연에 도전하는 것을 넘어 파괴하는 것이다. 이처럼 십자가는 강자가 약자를 침략하고 강요하는 폭력을 미화하려는 수단이다. 이러한 폭력의 상징인 십자가는 예수 시대에도, 지금 우리 시대에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우리 국민에게 커다란 십자가가 주어지려 한다. 죽은 소의 내장까지 통째로 기계에 갈아서 먹이고 성장호르몬을 맞은 소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한미FTA가 바로 그 십자가이다. 그런 미친 소의 고기를 강요하는 미국은 깡패국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깡패정부와 정정당당하게 협상하겠다고 나선 한국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신은 풀을 먹으라고 소를 창조했지, 자기 동족인 소를 먹으라고 창조하지 않았다. 돈에 눈이 뒤집힌 미국 축산기업들이 사료 값을 절약하고 소를 빨리 키우기 위해 창조질서마저 파괴하고 있다. 소가 소를 먹어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라고 미국정부가 강요하는 한미FTA는 폭력의 십자가가 아닐 수 없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미국이라면 환장하는 일본도 수입을 중단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정부가 수입하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다. 수입 쇠고기의 1%만 광우병 검사를 하는데, 99%가 안전하다고 말이다. 국민들이 한우가 비싸서 고기를 못 먹어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까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겠다는 것이다. 호주나 뉴질랜드처럼 풀을 먹고 자란 소가 아니라 소의 내장과 뼈를 먹고 자란 쇠고기를 먹으라고 수입하는 한국정부가 제 정신일까?

요즘 유행하는 유머가 있다. 한미FTA를 추진한 협상단은 대부분 미국유학파들이다. 이들이 미국 유학시절에 먹었던 광우병 걸린 쇠고기 스테이크가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광우병을 발병시켰다는 것이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지 않고서는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를 국민들에게 먹으라고 수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은 저곡가 정책의 희생양이었다. 저 늙은 농부가 언제까지 쟁기를 잡을 수 있을까?
농촌은 저곡가 정책의 희생양이었다. 저 늙은 농부가 언제까지 쟁기를 잡을 수 있을까? ⓒ 최종수

허세욱 동지, 거짓 언론에 시너 끼얹고 불 댕기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왜 수입하려는 것일까? 한미FTA를 추진하는 사람들과 찬성하는 사람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고 한우만 골라 먹을 수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그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들의 자녀와 손자들은 학교 급식과 대학 식당에서, 군대식당과 회사식당에서 먹을 수밖에 없다. 수입된 쇠고기는 반드시 누군가 먹어서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에 구멍이 난 사람이 아니고서는 자기 자식이나 손자들이 먹을 수밖에 없는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는 용을 쓰고 안 먹을 수 있지만 자식이나 손자는 먹을 수밖에 없는데도 한미FTA 4대 선결조건으로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강제로 먹어야 하는 국민들에게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더 많이 수출해서 소득이 올라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광우병에 걸린 국민에게 소득 4만 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수출이 생명보다 소중할 수 없지 않는가. 수출을 더 많이 하기 위해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정부는 제정신이 아니다.

예수께서 수난과 죽음을 넘어 부활한 주일에 전태일 열사와 분신한 택시노동자(허세욱)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지구와도 바꿀 수 없는 하나뿐인 자기 몸에 왜, 시너를 끼얹고 불을 댕겼을까? 자신의 몸을 태울 만큼 농민과 노동자들이 소중했던 것일까? 그렇다. 대다수 국민들이 더 가난해지고 그 가난이 대물림되는 신자유주의 한미FTA를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졸속적인 밀실 협상 내용을 명백히 공개하고 알리기 전에는 협상 체결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토론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평택기지이전, 한미FTA와 관련해 토론한 적 없다", "4대 선결조건, 투자자-국가 제소건, 비위반제소권 합의해주고 의제도 없는 쌀을 연막전술로 펴서 쇠고기 수입하지 말라", "언론을 오도하고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는 유서.

폭력적인 십자가는 강요되지만 진정한 십자가는 강요되지 않는다. 민중의 생존권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택시노동자는 최후의 수단으로 분신의 십자가를 선택했다. 그동안 일부 언론은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한미FTA를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미FTA를 추진해야 온 국민이 잘 살 수 있다고 거짓선전을 했다.

그의 분신은 그러한 언론과 방송이 부추긴 것이다. 자신의 몸에 시너를 끼얹은 것이 아니라 민중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는 언론과 방송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댕긴 것이다. 거짓언론과 방송에 죽음을 고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보독재와 국민과 대화하지 않는 독선적인 참여정부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려 했던 것이다. 거짓언론과 방송, 정보독재와 독선적인 정부가 강요한 분신은 국민에게 외치는 절규였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십자가는 죄악이다. 그러나 깡패국가 미국은 우리 대다수 국민에게 십자가를 강요하고 있다. 광우병과 농촌경제 파탄의 십자가, 헌법을 무너뜨리는 국가소송제의 십자가, 생명과 자연 파괴의 십자가, 비정규직과 실직의 십자가, 대다수 국민에게 가난의 십자가와 가난이 대물림되는 십자가를 강요하고 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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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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