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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크게 완화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출총제 적용대상은 현행 자산총액 6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중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으로 축소했고, 계열사 출자 한도도 순자산 25%에서 40%로 높였습니다. 이에 위평량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이 사실상 출총제 폐지나 다름없는 이번 개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4회에 걸쳐 짚습니다 <편집자주>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재벌의 투자를 저해했다는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자료사진)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재벌의 투자를 저해했다는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재벌들과 정치인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를 제외한 정부의 관련 부처 등은 기업의 출자규제가 투자를 저해한다는 자신들만의 명분을 만들고, 따라서 이 제도 때문에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그런 결과 현재 많은 사람들이 '출자총액제한제도=기업투자 억제'로 인식하고 있다.

먼저, 출자 규제가 투자를 직접적으로 억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많지 않은 연구논문 가운데 60~70%가 그렇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필자가 수행한 연구 결과(상관분석과 회귀분석 모두)도 마찬가지로 출자규제는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출자 규제가 투자를 직접 억제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투자억제와 출자규제는 직접적 관계 없어

많은 전문가들이 출자 규제가 투자를 억제했다고 주장하는 근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자. 다음 표의 설비투자액과 증감률 살펴보자.

1998년 경제위기 직후는 특수한 경우이므로 의미가 없다.

2001년의 설비투자 감소는 첫째, 1999년과 2000년의 연속적인 투자 급증의 여파라고 보아야 한다. 즉 기업들이 3년 연속 고율로 설비투자를 증가시킬 여력도 없었을 것이며, 그럴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그리고 고성장 시대도 아닌 상황에서는 높은 투자는 오히려 더 이상해 질 수 있다.

둘째, 또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가시책이 지속된 결과 2001년은 IMF 졸업이 예견되고, 졸업을 선언한 해이기도 하여 국가가 재벌들에게 비상체제 해제의 신호를 줌에 따라 경기활성화를 위한 무작위식 투자가 주춤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셋째, 또 다른 중요한 변수는 바로 당시의 세계경제성장률의 둔화이다. 주요 국가의 성장률은 2000년도 대비 크게 후퇴하였음을 보여준다. 즉 미국 2001년 0.3%(2000년 성장률: 3.8%), 일본 -0.6%(2.4%), 독일 0.6%(3.0%), 프랑스 1.8%(4.1%), 영국 1.9%(3.1%), 싱가포르 -2.0%(10.3%), 대만 -1.9%(5.9%), 한국 3.8%(8.5%) 등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만 투자가 증가할 수 없는 대외적 상황이었으므로 재벌들만 설비투자를 증가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003년을 보자. 국민계정상 전체적인 설비투자가 감소하였다. 그러나 기존 제시된 자료를 살펴보면 상장기업의 설비투자는 34.8% 증가(KDI, 2005)하였고, 대기업도 27.4%(산업은행, 2006)나 증가하였다. 그리고 2003년 말 전경련 자료는 600대 기업의 설비투자의 증가율을 12.4%로 집계하고 상위 5대 그룹은 36.5%나 증가했다고 한다(홍종학, 2006). 따라서 2003년의 (-)는 비상장과 중소기업의 설비 투자가 현격히 감소한 결과이다.

자본-언론-정계-관계, '출총제 후퇴' 4자 동맹

이렇게 놓고 보면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재벌의 투자를 저해했다는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전문가들의 실증분석과 현실에서의 다양한 근거들은 출총제와 투자가 관계성이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함에도 최종적으로 법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이런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이 출자와 투자에 대해서 혼란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후퇴를 위해 4자 동맹(자본-언론-정계-관계)체제가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다음 그림은 기업의 일반적인 출자와 투자의 흐름을 거칠게 시각화한 것이다. 이론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본 출자와 투자와의 관계는 애매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분이 혼란스럽고, 그리고 왜 대재벌들이 출자를 할 수밖에 없으며, 그 가운데 유상증자를 더 선호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것의 문제점을 보자.


그림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해당하는 14개 그룹으로 한정하였다. 이는 다른 일반 대기업과 그룹은 해당되지않음을 보이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출총제는 모든 기업에 다 적용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짙은 색 부분은 출자의 유형과 결과이다. 아무튼, 기업은 조달된 자본으로 경영상 내부투자와 외부투자, 그리고 순수 재무적인 활동을 한다. 모두 성장전략 속에 포함된다.

첫째, 내적 성장전략은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기업의 내부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한 사업부의 설치 등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므로 아무런 제한이 없다.

둘째, 기업은 외적 성장전략도 병행하는데 이 경우 재벌은 단독 혹은 합작으로 출자를 하게 된다. 이 경우 순자산의 25%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였다. 그럼에도 재계의 지속적인 규제철폐요구에 따라 수많은 적용제외 및 예외 조건 등이 만들어지고 현재 재벌들은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사업은 사실상 자유롭게 출자할 수 있다.

셋째, 문제는 순수재무 활동이다. 순수 재무적 활동의 출자는 시설투자와 생산량 증가 및 고용창출 등 실물투자의 효과가 직접적이지 않다. 이유는 단순히 다른 기업의 의결권(지분)을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소유구조의 확장이며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복잡함과 투명성 결여, 그리고 내부거래를 유인하는 고리로 작동한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피출자 기업의 대주주 신용도에 따라 외부에서 바라보는 피출자 기업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그리고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로 재무구조가 호전됨에 따라 투자여력이 증가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재벌들, 유상증자 통한 외부 확장 선호

삼성카드 증자 참여 문제 등으로 시민단체와 격돌한 2005년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자료사진)
삼성카드 증자 참여 문제 등으로 시민단체와 격돌한 2005년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기업은 왜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기업의 외부확장을 더 선호하게 되는가? 그것은 단독 혹은 합작투자를 통한 출자는 재벌의 관점에서 보면 타 기업의 출자, 즉 유상증자 참여보다 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즉 M&A는 예상치 않은 위험을 수반할 수 있으며,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가 존재하고 특히 적대적인 인수합병의 위험을 상정하면 더욱 그러하다. 공동 법인을 설립하는 합작투자도 위험에 있어서는 단독 인수합병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새로운 사업을 다른 법인과 공동으로 한다는 것은, 리스크는 분산되지만 이론처럼 쉽게 경영에 관한 모든 문제가 해소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 참여(출자)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을 수 있다.

먼저, 기업으로서는 투자대비 수익이 크다. 유상증자 참여시 주가가 상승하면 그 차익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고 매입한 주식가격이 하락하여도 배당금을 받을 수 있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무위험자산인 채권보다는 안정적이지 못하지만 금융기관 이자보다는 기대수익이 클 수 있다.

또 많지 않은 자본을 가지고도 여러 기업에 반복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므로 계열사 및 관계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최선의 기재(tool)가 되며 관련 산업에 대한 준(準) 일관 체제를 구축하는 효과도 있다. 아울러 계열사가 아닌 기업에 참여할 경우도 다른 관계회사와 동시에 지분을 보유하게 되므로 언제든지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나아가,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는 그것이 순환적인 고리를 통해 2~3년이면 투자자금을 우회로 회수할 수 있다. 즉 어렵지 않게 초기 투자 자본을 회수할 수 있다. 즉, A사→B사→C사→A사로의 자본 이동이 가능하다. 이는 가공자본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편으로는 가공자본 형성이라는 심각한 문제의 발생과 함께 경제력 집중의 초기 확산 과정이므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에 해당하는 대기업이 유상증자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것은 논의의 핵심인 경제력집중 문제의 발생, 문어발식 경영, 불합리한 거래의 발생, 불공정한 경쟁이 발생하므로 이는 시장경제의 근본 취지인 공정한 경쟁을 파괴하여 시장경제시스템의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파괴하기 때문에 이롭지 못하다.

즉 거시경제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거대한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즉 일부 재벌들의 행위는 미시적으로 그들의 합리적인 선택이 사회 전체적으로 최적의 자원배분을 유도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는 것이며, 그러한 근거들은 얼마든지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유방임적인 경제시스템은 세계에서 어느 곳도 존재하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자본의 포악성을 체험하였기에 국가가 그를 관장해오고 있는 것을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장경제는 아담스미스가 언급한 바와 같이 각자의 이기적인 목적 추구 속에 경쟁이 이루어지고 그 긍정적인 성과가 사회 전체적으로 파급된다고 하였지만, 다른 주체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극도로 경계했다. 그리고 J.S 밀은 그의 자유론에서 자유방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지만 자유방임을 위한 보편적인 전제를 강조하였고, 국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주문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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