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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반 학생들의 수업 장면.
초급반 학생들의 수업 장면. ⓒ 구은희
"저는 HOT 때문에 한국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저는 6월에 산호세에 오는 비를 만날 때 한국어로 말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해요."
"저는 이번 5월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한국 페스티벌에 가려고 티켓을 다 예매했어요."
"저희 할머니도 개인용 DVD 플레이어를 가지고 한국 드라마를 보시는데, 제가 갖고 있는 것을 다 보여 드렸는데도 더 없느냐고 하세요."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습니다."


지난주 개강한 봄학기에 새로 등록한 필리핀 학생 강수진씨와 멕시코 학생 강만석씨의 대화 내용입니다. 수업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두 사람은 서로 인사를 하고 나서 바로 한국 드라마와 한류 스타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여왕 2, 필리핀 학생 강수진씨
한국 드라마의 여왕 2, 필리핀 학생 강수진씨 ⓒ 구은희
강수진씨는 5월 L.A.에서 열리는 한국 축제에 참석할 예정인 '보아, 이루, 수퍼주니어, 빅뱅, 에픽하이,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이름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습니다. '빅뱅'이라는 그룹은 새로운 그룹이라고 하면서 각 가수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학기 학생 중에 필리핀 학생 김정미씨가 한국드라마 붐을 일으켜 한국 드라마에 문외한이던 한인 2세 홍상진씨도 열렬한 한국 드라마의 팬이 되어 한국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도 합니다. 김정미씨의 저널에 보면 필리핀에 있는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이 들어있는데 필리핀에도 한류 열풍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하고 적고 있습니다.

또 김정미씨 역시 5월에 열리는 한국 축제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본교가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는 자동차로 5∼6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임을 생각하면 이들의 한류 스타들에 관한 열성은 과히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한국, 중국, 필리핀, 베트남, 멕시코, 일본, 터키…. 이 나라들은 이번 학기 새로 본교의 한국어 수업을 찾은 학생들의 모국입니다. 그들은 직업도 모국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한국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난생처음 한국 이름도 얻게 되었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노아라, 신지학, 왕중화, 강수진, 태경도, 강만석, 박선희, 김한기….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 중에는 배우자나 애인, 또는 친한 친구가 한국 사람이라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과 비즈니스 관계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 그리고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좋아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학생들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이유는 꾸준하고, 두 번째 이유는 그리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는 못하고, 세 번째 이유가 점점 더 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두게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본교의 한국어 클래스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나누는 이야기는 '이번 주에 어떤 한국 드라마를 봤고, 그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됐고 어떤 드라마가 재미있고, 거기 나오는 주인공은 어떠했고' 등등의 이야기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하는 학생들은 대화에 참석하지 못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밖에 말하지 못하고 모음밖에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지만 10주 후에는 자기소개를 지인들 앞에서 한국어로 할 수 있고, 저널도 한국어로 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호기심 어린 얼굴로 한국어 수업을 찾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한국어 세계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더 많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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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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