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①] 경부운하가 부산-서울간 물동량 80% 흡수?(곽승준 고려대 교수 주장)
"하지만 물동량 전환효과는 거의 없다. 화주들이 운송수단을 선택하는 기준은 운송시간과 정확성이다. 선박양하 부두 보관→부두 상차→시내운송→운하선적항 하차→바지선적→결속→바지운항→운하 양하항 결속 해체→양하·상차→시내운송 등 10단계의 운송절차로 인해 운하를 이용할 경우 서울과 부산간 운송 시간은 100시간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도로의 경우 10시간이다.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또 대표적인 운하 중심 국가인 독일의 경우에도 운하의 물동량 운송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쟁점②] 경부운하 공사비 50%를 골재판매로 충당?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공사 기간동안 총 8억3432만 루베의 골재량을 확보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골재편익은 8조3432억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난 98년 수자원공사는 경부운하의 사업성을 검토하면서 총 골재채취 가능량을 1억6129만 루베로 제시했다.
또 2007년 한해동안 모래 수요는 5천만 루베(한국골재협회 연간골재수급계획)이다. 국내의 모든 모래 수요를 경부운하 건설에서 조달한다해도 이를 소화하려면 16년 이상이 소요된다.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공사기간을 4년으로 가정하고 있는데, 그 기간동안 2억 루베만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사비 50%를 충당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쟁점③] 운하 건설에 따른 국가경제 파급효과 11조 7천억원?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할 때 산업파급 효과는 전형적인 간접편익으로서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이를 포함시켰다. 게다가 철도보다 도로이용 요금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의 90%정도가 도로를 이용한다. 이는 수송시간과 수송수단 확보의 용이성 때문에 화주들이 도로를 선택한다는 의미이다. 철도보다 훨씬 느린 운하의 이용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용률이 낮으면 산업 파급효과도 낮을 수밖에 없다."
[쟁점④] 고용 창출효과 30만명? 52만명?(박창수 숭실대 교수 주장)
"건설기간 중에 발생하는 취업 유발효과는 운하 이외의 대형 SOC사업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그 정도의 돈을 다른 곳에 들여도 고용창출 효과는 당연히 클 것이다. 하지만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우 시설 유지에 필요한 고용인원은 380명에 불과하다. 독일 전체 내륙수로 운행 화물운송업체수 1169개의 총 종사자 수는 7612명이다. 운하는 고용유발 효과가 큰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쟁점⑤] 공사비 50%를 민자유치?
"민자유치사업의 경우 정부가 참여기업의 운영수입보장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경우가 많다. 가령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지난 5년간 4000억원을 정부가 부담했다. 앞으로 2020년까지 2조4000억원의 추가부담이 예상된다.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우 운행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통행료를 징수할 경우 운하를 이용할 선박이 없음을 의미한다. 건설 및 운영비의 거의 100%를 국민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결국 경부운하 운영시 물동량 확보를 목적으로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운영적자가 발생할 것이며 이는 국민세금으로 대신 갚아주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쟁점⑥] 운하변 공간개선효과(일부 관광효과)로 30년간 1조6843억원?
"우선 물류대체를 통한 운하의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전체 추정편익의 4.49%에 불과한 관광파급효과를 위해 운하를 건설할 이유가 없다."
[쟁점⑦] 경부운하 건설비, 용지보상비, 환경훼손비 등 16조2863억원?
"이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비싼 대형 건설사업이다. 그런데 SOC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 통과를 위해 사업주체가 수요과다추정, 건설비 과소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최초 예상공사비는 5.8조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공사비는 18.4조원이다. 따라서 경부운하의 경우 4~5배의 공사비가 들지도 모를 일이다."
[쟁점⑧] 100원 투자하면 230원 이익?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은 1:2.3이다. 이렇게 높은 비율이라면 당장 경부운하를 건설해야 한다. 이를 분석한 사람이 지금까지 이렇게 높은 B/C 분석결과를 내놓은 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동량과 골재 편익 등을 고려해 8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 B/C는 최대 0.26으로 나타났다. 최소는 0.02이다. 경제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날 반대토론자로 나선 김종복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지난 2004년 우리나라의 국가물류비는 92조5000억원이고, 기업물류비가 전체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5%, 일본 7.5%보다 비싼 9.9% 수준"이라면서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일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2003년 도로 수송 분담률은 88.4%로 한계 상태이고 7대 도시 교통혼잡비용은 22조8000억원(GDP의 3.2%)"이라면서 "운하를 건설하면 경부축에서만도 70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도 "운하는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70만명에 달한다" "골재판매비용으로 건설비의 절반을 충당할 수 있다" 등 기존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들고 나왔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자신의 주장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경부운하를 찬성해 온 학자들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그가 이런 주장을 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반쪽 토론회'에 이어 또다시 '반쪽 토론회'된 사연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박석순 이화여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경부운하 찬성쪽 발제자와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참고로 곽 교수는 경부운하 관련 이명박 캠프에 정책자문을 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박 교수의 경우 지난 2월 이명박씨의 좌장격이기도 한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상임고문을 역임하고 있는 포럼 푸른한국이 주최한 '한반도대운하 쟁점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경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두명의 발제자와 패널은 이날 세미나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세미나 이틀 전에 주최측에 참가불가 통보를 해온 것입니다. 이와 관련 최창섭 맑은물되찾기운동연합회 회장(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은 "이번 세미나는 애초 경부운하를 주장한 사람들을 참여시킨다는 전제에서 시작했고, 20여일 전에 곽 교수 등으로부터 참가를 약속받은 뒤 반대토론자들을 섭외했는데 막상 세미나는 거꾸로 진행됐다"면서 "두명의 교수는 세미나 장소 등이 바뀌었다는 것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이대면서 일방적으로 참석 불가 통보를 해왔다"고 볼멘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곽 교수는 "세미나 주최측에 찬반 동수로 발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반영되지 않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행사라고 했는 데, 그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굳이 가야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반쪽 토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위에 언급했던 토론회의 명칭을 '한반도대운하 쟁점토론회'라고 버젓이 걸어놓고, 6명의 발제자와 토론자를 모두 찬성쪽 인사로 채워넣었습니다. 이날 사회자는 "반대쪽 단체들에게 토론회 참가를 제안했지만 거부했다"고 말했다가 마침 플로어에 참석했던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활동처장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당신들이 대체 어떤 단체에게 참가를 요청했는지 밝혀라"는 항의성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난 3월 한 방송국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경부운하를 주제로 한 토론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쪽 패널로 섭외했던 사람들은 "찬성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해서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곽 교수는 "방송사측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섭외하려다가 일정이 맞지 않아서 나에게 하루 전에 연락이 왔다"면서 "난 참석 의사가 있었는데, 함께 토론회에 참석할 다른 학자들이 대부분 해외 출장을 갔거나 수업시간이 걸려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하더군요.
경부운하 건설 공약은 '이미지 정치'의 전형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7개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사업이라고 꼽히는 대형 SOC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기에 촉박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명박씨는 물론이고 경부운하를 찬성했던 대부분의 학자들이 어떻게 제2의 국운융성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물동량을 어떻게 흡수시킬 것인지, 고용창출 효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데이터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5㎞ 구간(수심 40㎝)의 청계천을 만드는 데 2년8개월 걸린 이명박 전 시장이 이보다 100배 이상인 550㎞ 구간(수심 5~6m)의 경부운하 사업을 불과 4년만에 만들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던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자 교수는 "국민들은 경부운하하면 충청도, 경상도 내륙지역에 배가 떠다니는 멋진 풍경을 상상한다"면서 "철저한 사전 타당성 조사가 담보되지 않는 이미지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특히 "이 전 시장 측은 건설비의 절반을 골재판매로 메우겠다는 기존의 주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최근에는 '건설비용을 골재수입에서 직접 충당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재원조달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면서 "이는 8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 마련 방안을 지금에서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약으로 내걸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여전히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대권주자 이명박씨. 지금까지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됐습니다. 경부운하가 '제2 국운융성의 길'이라던 당신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국운을 결정할 중차대한 사안이라면 이젠 당당하게 나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