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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에 대한 학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오른쪽 자료화면은 극단적인 아동학대의 피해사례를 보여준 SBS TV 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의 장면들.
최근 아동에 대한 학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오른쪽 자료화면은 극단적인 아동학대의 피해사례를 보여준 SBS TV 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의 장면들. ⓒ SBS
[홍지영 기자]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아동학대 사례가 최근 들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달 전남 여수에서는 다섯살 난 어린 딸을 목졸라 숨지게 한 후 바다에 내버린 비정한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고, 서울에서는 집안에서 시끄럽게 떠든다며 알루미늄 봉과 손으로 어린 남매를 때린 아버지가 구속되기도 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신고 접수된 사건이 총 7034건으로 이중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387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 유형별로는 방임이 38.4%로 가장 많았고, 중복학대(36.1%), 정서학대(11.1%), 신체학대(8.1%)가 그 뒤를 이었다. 또 성학대도 4.7%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두가지 이상의 학대가 일어나는 중복학대의 경우에는 정서학대와 신체학대가 함께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부모에 의한 학대도 심각하다. 가해자의 83.4%가 부모였고, 이중 친부는 52.5%, 친모는 25.4%로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78.2%를 차지했다. 때문에 가정 안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경우도 82%에 달했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본격적으로 기관을 통해 접수된 것은 2001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이후 해마다 신고 건수가 늘고 있어 2001년에는 4133건이었던 것이 2005년에는 8000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서태원 교육홍보팀 팀장은 “과거에는 일상적 학대에 대해 둔감했던 반면, 지금은 아동학대를 ‘범죄’로 여길 만큼 인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초기에 비해 신고기관이 대폭 늘어난 것도 한몫 했다고 했다.

때문에 신고 건수가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해서 아동학대 사례가 2배 이상 급증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아동학대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관련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학대 행위자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부적절한 양육태도'와 '자녀양육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즉, 아이를 돌볼 준비가 제대로 안된 부모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

때문에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비롯해 관련 기관에서는 고3 학생들과 제대를 앞둔 군인을 대상으로 ‘예비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가해자의 절반 이상이 친부에 의한 학대라는 점을 감안, 예비군이나 민방위 훈련 시간에 ‘내사랑 아이법’이라는 아버지 양육에 관한 교육 비디오 시청을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가해자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도 절실하다. 학대에 대한 재신고 건수가 지난해 54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상담·교육·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이 2003년 시범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한 이후 몇몇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참여율은 극히 낮다. 왜냐하면 현행법상 친권 제한 등 가해자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행하라고 조치하기가 힘들다는 것.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의 이정희 소장은 "학대사례가 발생하면 가해자를 격리·치료하는 등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피해자만 격리하는 시스템 중심으로 돼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 신고·격리·조치에 이르는 과정은 국가가 담당하는 데 비해 우리는 민간이 신고부터 사후관리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 42개 중 40개가 민간이 맡아 운영하는 곳이다. 이 소장은 또 "학대 발생 즉시 가해자를 격리해 치료·교육하는 시스템이 마련되도록 국가가 좀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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