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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느라 숨이 차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세수까지 하고 거실로 나왔더니 은혜는 거실 바닥에 앉아 노란색 코끼리 인형 귀를 잡고 낑낑대고 있었습니다.
“은혜 뭐해?”
“우네 머리 무꺼여. 호끼리 머리 무꺼여(은혜 머리 묶어요. 코끼리 머리 묶어요.)”
“그래? 우리 은혜 잘 하네~, 이쁘게 묶어줘~”
“응!”
아침마다 소연이 머리 묶어주는걸 보더니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나 봐요. 코끼리 인형 귀가 머리카락인줄 알고 고무줄로 꽁꽁 묶더니 완전 ‘말괄량이 삐삐’를 만들어 놓았어요. 그리고는 그렇게 흐뭇해 할 수가 없더군요. 손가락에 고무줄 끼고 돌리는 게 3살짜리 치곤 참 능숙하게 보였어요.
다 묶어놓고는 “엄마~! 다 해떠요. 호끼리 봐여(엄마 다 했어요. 코끼리 봐요.)” 거참 발음도 어리버리한 게 말은 참 많이 해요. 하여간 코끼리 머리가 아니고 귀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지 눈엔 머리카락이에요. 빗질 하는 시늉까지 하거든요. 자~, 코끼리 헤어 완성 해놓고 어슬렁어슬렁 엄마한테 오네요.
“엄마~, 머리 무꺼 주께여 네? 빠이요.(엄마 머리 묶어 줄께요. 빨리요.)”
“아휴, 엄마는 괜찮은데… 그래 자 묶어봐.”
못 이긴척 엎드렸더니 냅다 등에 올라탄 은혜는 머리를 묶는 건지 쥐어뜯는 건지… 잡아당기는 힘이 보통은 아닌지라 저도 모르게 ‘악!” 소리를 몇 번이나 질렀습니다. 그런데도 아랑곳없이 제멋대로 스타일을 만들어 놓고 이쁘다며 칭찬까지 늘어놓는 딸. 그 말 믿고 거울보고는 엄청 웃었지요. 머리 스타일이 완전 엉망이긴 했지만 사실은 딸내미 야무진 손놀림에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은혜 임신했을 때 임신인걸 모르고 때마침 아픈 눈 때문에 약을 먹은 데다가 큰딸 젖 뗀다고 젖 떼는 약까지 먹었습니다. 나중에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땐 아기 건강이 염려되어 얼마나 근심스러웠는지 모릅니다. 6개월쯤 한국에 갔을 때 병원 가서 검사했는데 별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와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그땐 정말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8개월쯤, 초음파 검사하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뼈가 좀 작다고 하시더군요.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셔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만 어쩌다가 은혜 손목이라도 삘 때면 그 말이 상기 되면서 늘 걱정이었습니다.
그런 딸이 요즘엔 살이 쪄서 그런지 튼실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거기다가 머리카락 쥐어 잡는 손에서 느낀 그 야무진 힘에 마음은 또 왜 그리 가볍고 좋던 지요.
머리 만지기 좋아하는 딸,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는지… 진짜 멋진 헤어디자이너 되서 만날 엄마 머리 촌스럽다며 멋쟁이 만들어 주는 건 아닌지… 하하. 이제 겨우 3살짜리 애한테 꿈이 너무 야무지죠? 뭐가 되든지 간에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먼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