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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호텔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녀.
상하이의 호텔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녀. ⓒ 유창하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을 만나는 건 이미 새삼스러운 광경이 아니다. 과거 보았던 중국 동포와의 커플뿐만 아니라 한족과 결혼하는 한국인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상하이에서 중국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을 맞닥뜨리는 일도 흔해졌다. 상하이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06년 한해 상하이의 국제결혼 커플은 2960쌍이다.

상하이 현지와 양상이 다르긴 하지만 2005년도에 발표된 한국통계청 수치를 보면, 한국인의 국제결혼은 한국남성과 중국여성, 한국여성과 일본남성의 비율이 가장 높고 결혼 10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라고 한다.

홍콩·대만·상하이·산둥 출신 등과 결혼한 갖가지 사연

어떤 한-중커플이 상가에서 구매한 본인들 초상화 그림이다.
어떤 한-중커플이 상가에서 구매한 본인들 초상화 그림이다.
지난 7일 상하이에 체류하는 한중 커플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중 커플은 모두 다섯 커플이었는데 참석 중국인 출신지역은 대만, 홍콩, 상하이, 산동 등 다양했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중 커플들의 사연들을 들어본다.

이날 참석한 한국인은 홍콩인과 결혼한 한국여성, 대만인과 결혼한 한국여성, 산둥 출신 중국인과 결혼한 한국여성, 상하이 여성과 결혼한 한국 주재원, 오는 10월 상하이 청년과 결혼을 앞둔 한국 여성 등이었다.

참석 한국인에게 중국인과 결혼을 하게 된 사연을 물어보니 어떤 커플은 영국 유학중 만나 다시 상하이에서 비슷한 업종의 일을 하다가, 어떤 커플은 한국에서 일하다 만나 사귀다 상하이로 같이 오게 되었다고 했다. 다른 한 커플은 "상하이에 장기 체류하며 서비스 관련 업종에서 일하다 홍콩 사업가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모인 커플외에 중국유학을 왔다가 중국인 배우자를 만나 국제결혼을 한 경우가 많다. 92년 한중수교 이후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한국 유학생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현지인과 결혼을 하고 중국에 정착을 한 경우이다.

오래 전에 결혼한 한국인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아이를 둔 결혼 10년차 이상인 유학생 1세대들이다. 90년대에 유학 와서 중국 남성을 만나 결혼한 한국여성, 중국 현지여성을 아내로 받아들인 한국남성도 상당수 된다.

90년대 초 상하이 소재 대학에 유학 왔다가 상하이 출신 의사와 결혼한 김진경씨는 "상하이 남성들은 여자들에게 잘 대해준다"며 "부엌에 들어가 음식조리를 하는 건 기본이고, 직업 우월의식이나 남성 우월의식이 없어 한국남성에 비해 오히려 호감이 더 간다"고 말한다.

역시 90년대 후반 유학을 왔다 중국 여성을 만나 결혼한 윤수복씨는 "학교를 다니며 중국여성에게서 중국어 과외를 받다가 사귀게 되어 결혼을 하였다, 지금은 아내 명의로 식당 허가를 내고 식당업을 잘 하고 있다"고 했다.

선교를 하러 왔다 중국인을 만나 결혼을 한 경우도 있다. 상하이 푸동 소재 교회를 시무하는 한 목사는 선교를 위해 중국에 들어왔다가 중국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서 같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하고 있는 케이스이다.

상하이 젊은 남녀들의 차림새와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상하이 젊은 남녀들의 차림새와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 유창하
지극정성 상하이 남편, 자신만만 상하이 아내

5년 전 국제 결혼한 이상철씨는 상하이에서 한중 간 국제결혼 증가 이유에 대해 "상하이가 국제도시 이미지가 있고, 실제로도 세계인의 활동무대이기 때문에 국제결혼 건수도 중국 내 타도시에 비해 많다"면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국수주의적인 선입견이 사라져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조만간 중국인 여성과 결혼을 생각하는 한국 남성 장복만씨는 "현실적으로 상하이에 체류하는 한국의 미혼 남성들이 한국여성을 만나 사귄다는 게 힘들기도 하고, 중국 생활하며 중국 여성과 접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발전해 커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7년 전 상하이에 일하러 왔다 같은 일을 하던 중국 동포를 만나 3년 전에 결혼을 하고서 한 살짜리 아이까지 둔 김종성씨는 "중국에서 장기적으로 정착하며 사업하려는 한국인들이 중국인을 배우자로 맞고 외국인의 한계를 넘어보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며 조심스럽게 한중커플의 증가 이유를 말한다.

이처럼 상하이를 비롯해서 중국 현지에서 한국인과 중국인의 국제결혼이 늘어나는 것은 92년 한중 수교이후 교역량 증가, 인적 교류 양성화, 지리적 근접성, 동아시아 문화권의 동질문화, 중국 경제성장 등 요인으로 인한 자연스런 현상으로 귀결된다.

부정적 편견, 제도적 장벽, 문화적 갈등도 만만찮아

하지만 "가문의 수치다" "중국인 사위를 본다면 부모자식간 인연을 끊겠다" "중국 여자는 기가 세서 안된다"라는 등 아직 한국 기성세대에서 한-중 국제결혼을 보는 시각은 곱지 못하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은 중국인의 불법입국을 위한 위장결혼, 국제결혼의 높은 이혼률, 못사는 나라 사람들의 계급상승 출구, 언어불통과 문화차이 등 국제결혼을 다루는 단편적인 방송보도를 접하며 부지불식간에 편견에 싸인다.

그래서 한-중 국제결혼을 앞둔 예비 당사자들은 한국 집안을 찾아 다니며 부모 형제들을 설득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중국측 집에서 반대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오는 10월 상하이 남성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여성 김혜림씨는 2년 동안을 예비 신랑을 데리고 3차례 정도 한국을 방문하면서 설득하느라 이제야 겨우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한다. 중국에서는 보통 결혼식 날짜를 6개월~1년 전부터 주변사람들에게 고지하기 시작한다.

막상 결혼을 하려해도 한중 국제결혼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 한국에서 결혼 신고를 하고 등재를 하고서 다시 중국에서 결혼증을 받아야 한다. 중국은 또한 넓다보니 호구가 있는 지방에 가서 결혼신고를 하여야 하므로 번거롭기 짝이 없다.

중국인의 한국비자 발급문제도 한-중 결혼의 까다로움을 더해준다. 상하이 영사관의 경우 중국인이 한국비자를 받으려면 무척 까다롭다. 직업이 확실하지 않거나 상하이 호구가 아닌 경우 중국인 비자 심사는 더 어렵다. 결혼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해도 사귄 날짜와 연애 내용을 기술하라고 하는 등 인권침해 요소까지 있다.

번화한 난징루의 밤 풍경과 이 거리를 오가는 젊은사람들의 표정에서 상하이의 현재적 고민과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번화한 난징루의 밤 풍경과 이 거리를 오가는 젊은사람들의 표정에서 상하이의 현재적 고민과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 유창하
"4개 국어로 대화하는 한 가족"

한국 처갓집을 처음 방문했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상하이인 한쥔은 "중국식대로 한국 집안 어른들에게 담배 개비를 던져주며 흡연을 권하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고 실토하면서 "이제는 한국의 경로우대 사상도 이해하면서 잘 하다보니 처갓집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말한다.

중국인과 결혼한 한국여성은 이구동성으로 결혼생활에서 중국인 남성들은 대체로 집안일을 잘 돕고 음식도 같이 만들기 때문에 가사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덜 받는다고 말한다. 특히 상하이 남성의 경우 여성에 대한 지극정성은 잘 알려져 있다.

반면 2년 전 상하이 여성과 결혼한 신석훈씨는 "중국에 체류하면서 자신감 있게 일하는 상하이 여성이 호감이 가 프로포즈를 하게 되었다"면서 "중국 여자들이 드세다는 것은 단점인 동시에 장점도 된다"고 말한다.

언어 소통의 문제는 결혼 당사자는 물론이고 낳은 자식에게도 적용된다. 더구나 양쪽 집안까지 올라가면 언어문제는 더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홍콩인 남성을 배필로 맞은 한국여성은 "남편과는 영어와 중국어 보통화를 섞어가며 언어소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유치원 다니는 딸은 이미 영어·한국어·중국어·홍콩어 등 4개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현재 본인·남편·자식 사이에 다양한 언어가 혼재되어 통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상하이에서 자란 딸은 영어,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만 나중에 커서는 딸과 미묘한 감정 표현이나 의견소통이 안될 수 있다"면서 "한국어만이라도 완벽하게 가르쳐서 언어로 인한 엄마와 자식간 대화단절을 막겠다"고 말한다.

국제화 시대, 국제결혼에도 당당한 한국 젊은이들

국제화 시대, 외국에 나와 국가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며 모범적으로 가정을 잘 꾸리고 사는 한국의 젊은이가 늘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혹자는 '이미 한국도 단일민족이 아니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어설픈 세계화에 대한민국이 힘없이 무너져 가고 있다'고 혹평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상하이에서 생각과 문화가 다른 중국인과 살거나 살 생각을 하는 한국인 결혼 적령기 청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을 배우자로 선택함에 있어서도 자유롭고 당당하다.
#국제결혼#중국#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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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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