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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아파트 입구에서 아저씨들이 나뭇가지를 치고 있었습니다. 아마 봄맞이 단장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가지치기를 해 줘야 좋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겨우 내 모진 추위를 견디고 이제 막 싹을 틔우려는 나뭇가지를 잘라 내는 것을 보니 왠지 나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장희용

가지치기가 끝난 후 아파트 곳곳에 이렇게 예쁜 벚꽃이 화사함을 뽐내며 피었습니다. 하얀 꽃들이 마음까지 환하게, 깨끗하게 해 주는 느낌입니다. 예쁘고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 장희용

가지가 잘린 아픔도 꿋꿋이 이겨냈습니다. 봄 햇살에 비친 꽃망울에 눈이 부십니다.

ⓒ 장희용

그런데, 가지가 잘린 그 나무 아래에 버려진 나뭇가지에서 작은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보이세요?

ⓒ 장희용

열흘 전, 나무 가지치기를 할 때 찍어 둔 사진입니다. 사진 색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위 사진에 있는 바로 그 잘려나간 나뭇가지입니다.

ⓒ 장희용

잘려 나갈 당시, 이렇게 금방이라도 꽃이 필 듯 작은 꽃망울을 품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꽃이 필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꼭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보기는 했지만 설마 했습니다.

ⓒ 장희용

'꽃이 피었을까?' 열흘 뒤에 다시 그 잘려나간 나뭇가지를 찾았습니다. 죽었을거라 생각했던 꽃망울은 놀랍게도 이렇게 작은 꽃 한 송이로 다시 태어나 있었습니다. 그것도 예쁘고 앙증맞게, 보란 듯이 피어 있었습니다.

다른 꽃망울들은 목마름을 견디지 못 해 '못다 핀 꽃'이 되어 시들어 있었지만, 정말이지 딱 한 송이! 이 작은 꽃만큼은 그 어떤 꽃보다 더 아름답고 화사하게 피어있었습니다.

아무도 발걸음을 하지 않는 구석에 버려졌지만, 끝내 자신의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태워 이 세상에 자신만의 작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다소 힘겨워 보이는 이 작은 꽃이 행여 다칠세라 조심스레 꽃을 쓰다듬어 봅니다. 이 작은 꽃이 무언가 말을 하는 듯 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요?

이 작은 꽃 한 송이가 언제까지 피어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루? 이틀?

ⓒ 장희용

뒤돌아 오는 길에 화사함으로 가득한 꽃을 다시 한 번 바라봤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예쁘다. 아름답다' 생각했는데,

ⓒ 장희용

아름답다'라는 말, 이 작은 꽃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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