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꾸미볶음
주꾸미볶음 ⓒ 정현순
"이거 낙지볶음인가?"
"아닌데, 쭈구미볶음인데…."
"꼭 낙지볶음 같은데 먹어보니깐 아니네. 너무 질기지 않아서 좋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맛있어?"

배고프다고 하더니 남편이 정말 맛있게 먹는다. '조금 싼 오징어를 살까? 조금 비싼 쭈구미를 살까? 그래 식구도 없는데…' 하곤 쭈구미 2코를 사왔다.

주꾸미에 밀가루를 넣고 씻어준다
주꾸미에 밀가루를 넣고 씻어준다 ⓒ 정현순

적당하게 자른 주꾸미와 양념장
적당하게 자른 주꾸미와 양념장 ⓒ 정현순
요즘은 주꾸미가 한창 맛있는 계절. 양파, 양배추, 당근, 파, 마늘 등을 준비했다. 주꾸미는 밀가루를 묻혀 씻어준다. 밀가루를 넣고 씻으면 미끈거림이 없어진다. 물기가 빠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집간장, 소금, 고추장, 고추가루, 설탕후추 등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준다. 물이 빠진 주꾸미는 적당하게 잘라준다.

채소를 먼저 볶은 후 주꾸미를 넣고 볶아준다
채소를 먼저 볶은 후 주꾸미를 넣고 볶아준다 ⓒ 정현순

마지막으로 마늘을 넣고 한번 둘러준다
마지막으로 마늘을 넣고 한번 둘러준다 ⓒ 정현순
양배추, 양파, 당근을 넣고 먼저 볶아준다. 채소가 적당히 볶아지면 주꾸미와 양념장을 넣고 볶아준다. 우린 생선볶음도 자작자작 국물이 있게 볶는다. 남편이 국물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뽀송뽀송하게 볶아내면 빡빡하다고 싫어한다.

남편은 볶음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너무 오래 볶으면 채소나 주꾸미의 맛이 덜하므로 어느 정도 볶아졌으면 마늘을 넣고 한 번 둘러주고 가스불을 끈다. 주꾸미볶음에 밥을 먹다, 깜빡 잊은 것이 생각났다.

"어머나, 정말 국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네. 신문에 날 일이다. 신문에 날 일이야."

남편에게 그랬더니 겸연쩍게 웃으며 "무슨 신문에 날 일이야"하고 만다. 아무리 생선볶음에 국물이 있어도 국이 따로 있어야 밥이 넘어간다는 남편이다. 찌개가 있어도 국을 따로 찾던 남편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국을 너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뭐 국이 없어도 먹을 만하네" 한다. 몇 십 년을 살면서 국없이 밥을 먹어보긴 오늘(12일)이 처음이다. 국이 없으면 맹물이라도 있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앞으로 낙지볶음, 오징어볶음 하지 말고 이거 주꾸미볶음만 해 줘" 한다. 난 "어려운 일 아니니깐 그러지 뭐" 했다. 그러더니 주꾸미 볶음 국물에 밥을 썩썩 비벼먹는다. 그런 남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