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불빛>의 저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쉘 실버스타인이다. 그는 6·25 당시 한국전에 참전하여 국군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다락방의 불빛>은 미국 학교도서관협회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카툰풍의 간결함과 경쾌함이 유머와 재치, 상상력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읽는 이에게 하여금 상쾌한 웃음을 전한다.
다락방의 불빛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안온함, 감춰진 보물, 낡은 일기장이나 책, 빛바랜 앨범, 또 뭐가 있을까 생쥐, 옛날이야기, 랜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대체로 낡고 오래된 것에서 풍기는 따뜻함과 신비스러움. 그런 이미지와 이 책을 연결해 본다면 다락방 불빛에서 그려낸 보물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처럼 쓴 카툰 한편은 동화 한편을 읽는 것 같다. 그 간결함이 동화처럼 느껴지는 것은 글에서 못 다한 말을 그림으로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그림 속에 늘려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 역시 글처럼 간결하다. 그렇지만 작가는 간결한 글과 그림 속에 할 말을 다 하고 있다. 독자 역시 그가 하고자하는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또 이 책의 한편 한편의 글은 각각이 한 토막의 개그와 같다. 어쩌면 아이들 시선으로 세상을 그려내면 모든 게 개그가 될지 모르겠다.
저밖에 모르는 아이의 기도
하느님, 이제 잠자리에 들려고 하거든요.
제 영혼을 지켜 주시고
제가 만일 깨어나기 전에 죽거든
하느님, 제 장난감들을 모두 망가뜨려 주세요.
다른 애들이 갖고 놀지 못하게요.
아멘.
무얼 빠뜨렸지
분명히 양말을 신었는데,
분명히 신발을 신었는데.
예쁜 보라색과 하늘색 넥타이도
분명히 맸는데,
춤출 때 정말 멋져 보이려고
분명히 코트도 걸쳤는데,
아무래도 무언가 빠뜨린 것 같아,
그게 뭐지? 그게 뭐지?
그렇다고 작품 모두가 이처럼 웃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풍자적이고 또 어떤 것은 잔혹하다.
달달달 외우는 모 씨
모 씨는 달달 사전만 외웠대.
하지만 일자리를 찾지도 못했대.
결혼할 사람을 구하지도 못했대.
달달달 사전만 외운 모 씨는
검게 탄 얼굴을 주문한 사람에게
자, 여기 있어요.
당신이 주문한 거 맞지요.
검게 탄 얼굴에 버터 소스를 뿌리고
으깬 감자도 곁들였답니다.
아니, 뭐라고요? 기름이 튀기는 거 아니라
햇볕에 그을리려는 것이었다고요?
쉘 실버스타인의 무한한 상상력과 재담은 아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거침없이 펼쳐 놓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차마 말로 하거나 쓰지 못했던, 자신들의 상상과 속마음을 털어 놓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락방의 불빛이 주는 또 다른 재미는 말장난에 있다. 가락을 넣어 반복하는 말장난, 우리 옛이야기나 전래동요에서 들을 수 있는 말장난이 그 안에도 있다. 다락방 흐린 불빛 아래 누어 주고받는 말장난 같은 이야기. 누구라도 좋다. 세상 모든 걱정 다 잊고 키득거리며 주고받는 말장난 같은 이야기. 상상만으로 재미있어 죽겠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다락방 속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 다락방의 불빛/ 쉘 실버스타인 글.그림 / 신형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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