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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아내가 한 숨을 푹~ 쉬며 뜬금없이 한 말. "남자들은 좋겠다. 에구, 남자가 부럽다. 나도 남자가 되고 싶다"
'자다 말고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 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리인고?'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 물었더니, 아내 왈 갑자기 아침밥이 하기 싫어졌다나 뭐래나. 그러면서 하는 말 "밥은 왜 여자만 해야 할까? 빨래도 그렇고, 청소도 그렇고" 이러는 거다. 어디 아프냐고 했더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밥하기 싫다고.
끙~ 하기 싫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내가 했다. 뭐, 1년 360일 아침밥 하다보면 하기 싫은 날도 있겠지 뭐.(365일이 아닌 건 주말과 공휴일에는 제가 하거든요) 기왕 하는 바에 상다리 부러지게(?) 아침상 차려줬더니.
그런데 밥 먹으면서도 또 "남자들은 좋겠다. 나도 남자가 되고 싶다" 이러는 거다. 이~ 뭐야? 하도 옆에서 잔소리(?) 하기에 나도 모르게 그만 불쑥 입에서 튀어 나온 말. "저녁 때 설거지 해 줄게. 됐지?" 이 말 듣자마자 아내의 입가에 번지는 저 미소! 순간 아내의 고단수 유도 심리에 '당했다'는 이 느낌! 으~ 열 받는 거.
아침밥과 저녁 설거지 말고 더 얻어낼 게 있나 연신 "남자가 부럽다"는 아내. 또 속을 줄 아나 보지? 더 이상 당하기 싫어서 "남자가 뭐가 부럽냐? 난 여자가 부럽더라" 했더니, 내 앞에 얼굴을 바싹 들이대고는 "뭐? 뭐? 뭐가 부러운데?" 하며 콧바람을 씩씩 품어댄다.
아내의 콧바람에 나도 얼굴 바싹 들이대고는 콧바람 퐁퐁 품어대며 "부러운 게 없긴 왜 없어? 얼마나 많은데." "첫째, …???. 그러니까 첫째, …???" 어라~ 왜 갑자기 생각이 안 나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나를 보고 아내가 하는 말, "거 봐. 남자가 좋다니깐. 에구, 남자가 부럽다"
'남자가 더 좋은가?' 생각하다가 출근해서 '여자가 부러울 때' 다시 생각. 30분 생각해도 잘 생각 안 난다. 이러면 안 되는데. 퇴근해서 집에 갈 때까지 반박 자료 만들어야 되는 데. 안 그러면 꼼짝 없이 설거지해야 하는데.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써 먹으면서 나 시키려고 할 텐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여자가 더 부럽다고 박박 우겨야지 뭐.
덧붙이는 글 | 설거지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라는 서로 다른 역할에 대해 서로가 모르고 있었던 힘든 점이나 고민도 들어 보고, 이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이해해 보자는 좋은 뜻에서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