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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놀고 있는 베트남 이주여성의 아들
꽃밭에서 놀고 있는 베트남 이주여성의 아들 ⓒ 고기복
"아~"

과자를 손에 쥐고 있는 녀석에게 한 입 달라는 뜻으로 녀석의 턱 밑까지 가서 입을 벌리며 "아~" 하고 입을 벌렸다. 그런데 나는 녀석의 반응에 자빠지고 말았다. 말귀를 못 알아들었는지, 녀석은 나를 따라서 입을 '아~' 하고 벌리는 것이었다. 내가 무슨 말인가 가르치려 한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 모양을 뒤에서 보고 있던 애 엄마가 베트남어로 뭐라 말하자, 손에 쥐고 있던 과자를 선뜻 내주며 방긋 웃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한국에 온 지 막 넉 달이 지나고 있는 녀석은 올해 네 살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말이 서툴다. 애 엄마에 의하면 한국에 와서 어린이집에 다닌 후로는 곧잘 알아듣던 베트남어도 까먹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C는 앞으로 아이의 육아에 매달리느라 더 힘든 날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요즘 C는 예전과는 달라 보인다. 같은 베트남 출신으로 결혼 이민을 온 지 5년이 넘는 동향 언니에게 남편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전화로 자랑을 했다고 한다.

"C가 남편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했어요."
"그래요? 그거 어떻게 알지?"
"옛날에는 남편은 자기가 아파도 아픈 거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다 알아요. C가 아프니까 약도 사주고 병원도 보내줬어요."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까지 4년이 되었으니, 참 오랜 세월이 걸린 셈이다.

베트남 대사관에 의하면, 베트남의 경우 2000~2005년 사이에 국제결혼을 통해 입국한 신부가 3만 명이 넘었는데, 그중 30%가 불행한 결말을 보았다고 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30%를 훨씬 웃도는 국제결혼 가정, 결혼하여 입국한 이주여성들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혼 생활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헤어지거나 헤어지기 직전까지 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C와 같은 경우처럼, 결혼 이민 가정을 위한 지원은 현지어를 통한 상담과 지속적인 관심,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니더라도 결혼 이민자의 경우 일반 이주노동자와 같은 관점에서 상담을 하거나, 돌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따로 독립된 공간에서 지원활동을 할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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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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