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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하루에 한두 번씩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북아트 전시장을 둘러보고 온다. 그곳에 가면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데 분위기도 아주 좋다. 마치 유명한 사람의 전시장에 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전시장을 어찌나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몄는지 혼자 비실비실 웃기도 하고 내가 만든 책을 보고보고 또 본다. 전시회 준비는 지난 화요일(10일)에 있었다. 하지만 난 전시회 준비를 회원들과 같이 하지 못했다.
10일, 볼 일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급하게 들어가는데 전시회 준비를 끝내고 나오는 강사와 회원들하고 마주쳤다.
"준비 끝난 거예요? 미안해서 어쩌지요. 아침 7시30분에 나갔다가 이리로(오후 5시쯤) 바로 온 거예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일이 있어서 그런 건데 어쩌겠어요."
지난해 12월부터 2007년 3월 말까지 4개월 동안 강의를 들으면서 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물로 우린 북아트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강사는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고 먼저 집으로 갔다. 북아트 전시회를 준비한 회원 한 명이 마트에 갈 일이 있다며 나와 함께 동행 하게 되었다.
그는 "왕언니가 안 계셔서 우리들이 에너지를 받을 데가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3권을 못 만들었잖아요. 그거 밤새우다시피 해서 모두 만들어서 전시회에 냈어요. 그거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아세요? 왕언니가 한 권도 빠뜨리지 않고 만들었는데 나도 마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요즘 언니 같은 사람 만난 것이 큰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의 뜻밖에 칭찬에 멋쩍어졌다.
"정말이에요?"
"정말이고말고요. 저도 앞으로 언니처럼 멋지고 열심히 살 거예요. 나의 거울이 되었다니까요."
칭찬 받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정말이지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리고 그동안 나의 쓸데없는 걱정에 대해 안심이 되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솜씨에 괜히 시작했나 잠시 후회한 적도 있었다. 또 나이 먹은 사람이 주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은근히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래 나이가 좀 많으면 어때? 지금 아니면 이런 경험도 못하지. 또 특별한 솜씨는 없지만 끝까지 잘 따라하고 이런 강의에 참여했다는데 뜻을 두자'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느긋하게 마음을 먹으니 정말이지 마음이 편해졌다. 난 북아트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동안 강사와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12권의 책을 모두 만들 수 있었다.
지금 봐도 잘 만들었다거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은 단 한 권도 없다. 처음에 만든 책은 완전히 초등학교 1학년 수준 정도였다. 하지만 1권 2권… 만드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솜씨가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람도 생기고 재미있기도 했다. 가장 정확한 답은 못 만들어도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지 자신이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라며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단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전시장에 들어가서 누군가가 작품들을 열심히 보고 있으면 왠지 힘이 생겨난다. 그것이 내가 만든 작품이 아니더라도. 책을 만들면서 덜렁거리는 내 성격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물들이 눈앞에 멋지게 펼쳐져 보이니깐 포기하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회가 하나 둘씩 쌓여 가면 나는 또 다른 꿈을 꾸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