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주5일제'다, '웰빙'이다 하여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 한옥도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짓는 집' '외관은 멋있으나 실용성이 떨어지는 집' '겨울에 추운 집' 등 별로 반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집이 바로 '전통 한옥'이다.
60~7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네 한옥은 그 명맥이 거의 끊어질 듯 이어오다가 최근 들어 관심 있는 사람들이 향수가 어떻고 친환경이 어떻고 하면서 사람이 몸담고 사는 살림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동안에는 산중의 절집을 통해 그 명맥이 겨우 보존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절집이란 무엇인가? 살아 있는 사람이 사는 집과는 무관한 집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실용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외관만 장중하고 화려한 한옥이 우리들 마음 속에 어느덧 자리잡고 만 것이다.
기둥과 도리와 보로 대별되는 집의 기본 뼈대에 서까래만 얹으면 살 수 있는 기초적인 상식을 어쩌면 이 기간 동안 우리들은 잊고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수천년 동안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던 사실을 지금은 문화재 전문가나 목수들만 아는 고급 지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무지가 비싼 집을 짓게 되고 비실용적인 한옥을 갖게 되는 크나큰 원인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위의 그림은 익공집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보 밑에서 보머리를 받치는 부재를 조각해 놓은 것이 바로 '익공'이다. 한개가 있으면 초익공 집, 두개가 있으면 이익공 집, 익공의 끝이 뾰죽하면서 아래로 휘어지만 이를 소의 혀처럼 생겼다해서 쇠서라고 한다. 쇠서 조각 즉, 익공을 평범한 나무로 받쳐놓으면 보아지라고 하는데 익공도 일종의 보아지인 셈이다.
도리가 각(角)으로 되었으면 납도리요, 둥글게 되어있으면 굴도리다. 도리 밑에서 도리보다 작은 부재로 그를 받치게 되는데 이를 장여 또는 장혀(長舌)라고 한다. 기둥 위에서 보와 익공과 장여를 직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주두(柱頭), 장여와 창방 사이에서 장여의 처짐을 방지하고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는 역할을 하는 작은 부재가 소로이다. 익공 대신에 평범한 보아지만 있다면 이런 집을 소로수장집이라고 한다.
한옥을 치장재의 유무에 따라 구분할 때 도리만 있으면 민도리집, 도리 밑에 장여가 있으면 장여수장집, 그 밑에 창방이 있고 소로가 있으면 소로수장집, 또 익공이 있으면 익공집(초익공, 이익공), 공포로 치장을 해 놓았으면 포집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아무리 고급 양반가라 하더라도 익공집 이상은 짓지 않았고 주로 사당이나 절집 이상의 집에만 익공으로 치장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웬만하면 너도 나도 익공으로 치장하여 실용성과는 전혀 무관하게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보면 단절됐던 한옥의 명맥이 잘못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