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4일) 아침 토요일이라서 주말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하게 펼쳐지는 날이다. 어제 불던 강풍과 황사로 뿌옇던 하늘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더냐 싶게 맑게 개고, 푸른 하늘은 화창한 봄 날씨란 이런 것이라 싶을 만큼 화사하기만 하였다.
오전 10시 정각이 다가오기 전에 서대문문인협회 회원들은 서대문구청을 지나, 안산공원을 오르는 길옆으로 유난히 환하게 피어난 벚꽃 나무 밑에 작은 테이블을 펴고 몇 백 권의 책을 펼쳐 놓았다.
많은 등산객들이 힐끔거리며 지나는 길가에 펼친 테이블 위에는 서대문문인협회 회원들의 연간집 <서대문 문학>과 장원의 회장님의 시집 <이브가 눈뜰 때>, 수필집 <갈대의 고독을 위하여>, 이상보 고문님의 여행기 <네팔 인도 돌아다니기>, 강병남 사무국장의 수필집 <문 열기 연습> 등이 놓여 있었다.
10시 정각이 되자 다섯 명의 회원들은 책을 펴들고 바쁘게 사인을 하기 시작하였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저희 서대문 문협에서 책을 나누어 드립니다.”
이날 행사는 문학을 애호하는 분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대문 문협에서 벌인 행사였다.
책을 펼쳐 놓으니 ‘이 산길에 웬 책일까?’ 싶어 다가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회원들이 나서서 책을 나누어 드린다고 하여도 못 본 채 외면을 하고 돌아서는 사람도 있었다. 준비한 300여권의 책은 한 시간 만에 한 권도 남김없이 나갔다.
현수막을 접으면서 좀 더 많은 책들을 가지고 왔더라면 싶었다. 내년에는 한 3일 동안 회원들의 책은 물론 다른 책도 모아 이런 행사를 벌이자는 즉석 토론도 있었다.
그 한 시간 동안 책을 받아 가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우리들의 책이 많은 사랑을 받고 애독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딸을 시집 보내는 부모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이렇게 나누어드린 책을 받아간 분들의 90% 정도가 5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올 시간이 아니어서 청소년은 볼 수 없었다치더라도 젊은이들의 반응은 매우 섭섭했다. 어린 자녀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온 젊은 아가씨, 한창 신나는 젊은 아베크족들 중 책을 받아간 사람은 불과 10여명 정도 밖에 안 됐다.
젊은이가 오면 일부러 다가서서 책을 들이밀며 “책을 그냥 나누어 드립니다”라고 해보아도 받으려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한 것은 나만의 심정이 아니었던가보다. 행사가 끝난 다음에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 젊은이들은 왜 책을 외면하는 것일까? 혹시 지나친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독서라면 무조건 외면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냥 웃어넘기기엔 너무 답답하고 섭섭한 우리의 현실이었다.
반면 70대 할머니 한 분은 책을 받자 바로 길옆 벤치에 앉아 책을 펴들고 읽기에 열중했다.
“못 배운 한을 책으로 풀어요. 책을 읽으면 많은 걸 배워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하시는 것이었다. 이 말에 감동한 우리 회원들은 책을 더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이런 마음으로 돌아선 우리 일행에 뒤 미쳐 다른 행사 때문에 출타하였다가 달려온 김송배 본회 부회장이자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님은 자신의 시집 <제백시>를 50여권이나 가지고 오셔서 늦게나마 나누어 드리고 싶다고 하셨다.
이에 우리는 다시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두 시간 반 동안 오후 행사를 했다. 김 시인의 시집과 우리 회의 연간집을 나누어 드렸다. 오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호응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흡족한 기분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한국일보디지털뉴스,개인 불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