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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김민정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여풍(女風)'이 거세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전무하다시피 했던 여성 임원이 속속 탄생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에는 신규채용 인력 중 여성 비율이 전체의 60%에 달했다. 얼핏 봐서는 그야말로 여성들의 전성시대다.

하지만 금융권 여성 인력의 절반 이상은 비정규직이나 창구 영업 등 단순 업무에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최근 불고 있는 금융권 여풍은 허울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네트워크센터가 발표한 '금융인력 채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금융권 채용 인원 1만9051명 가운데 여성은 1만1343명(59.5%)으로 남성 7708명(40.5%)보다 많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규직은 51.3%에 불과하고 채용 인원 2명중 1명이 비정규직(48.7%)이다. 특히 비정규직 인원 중 무려 73.4%(6813명)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금융권 대부분이 여성 인력을 창구나 단순 보조 업무 등 주로 비정규직 업무에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증권·보험사 등 국내 120개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의 절반인 49.8%가 창구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성들이 창구영업(31.5%), 경영지원(30.5%), 일반영업(25.6%), 투자직무(10.6%) 등 다양한 직무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이은순 전국사무금융연맹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금융권에서는 창구영업직이나 콜센터의 경우 아예 계약직 여성만 채용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증권·보험 등 2금융권에서 최근 몇 년간 정규직으로 채용된 여성 비율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여성의 금융권 진입 자체가 막혀 있다 보니 채용 후 승진 등에서 동등한 기회 부여 같은 얘기는 논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한 증권사에서는 외부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한 여성 부서장을 지점장으로 발령 냈다가 최근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1년도 되지 않아 부장으로 내려앉히기도 했다.

이은순 위원장은 "금융권 내부에서 여전히 여성들을 단순직, 소모적인 인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일부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지만 요즘 금융기관 창구에 가보면 알 수 있듯이 예전과는 달리 취급해야 하는 금융상품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여직원들도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추세를 볼 때 앞으로 금융권 신규채용 인력의 비정규화 현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여성 인력을 보는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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