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장애인 관련 법안 통과율은 1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통신이 17대 국회가 시작된 2004년 9월부터 2007년 3월 27일 현재 장애인 관련 법안을 조사한 결과 총 79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이 중 13건이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절반에 가까운 36건이 해당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2005년에 발의돼 햇수로 2년째 잠자고 있는 법안은 19건에 달했다.
발의 법안을 상임위별로 분류하면 보건복지위가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교육위(13건), 문화관광위(8건), 환경노동위(7건), 건설교통위(6건)가 그 뒤를 이었다. 법제사법위, 행정자치위·산업자원위·과기정통위는 각각 3건, 2건으로 법안 발의율이 낮았다. 재정경제위와 여성가족위는 각 1건에 불과했다.
발의 의원은 정화원 의원이 10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7건으로 그 뒤를 이은 장향숙 의원이 2위를 기록했다(정부안 제외). 전체 의원안 중 23.6%를 두 의원이 제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애인 관련 입법 활동이 보건복지위와 두 장애인 의원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장애인 문제를 보건복지 분야와 장애인 당사자의 문제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국회의 입법 활동에서도 반복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화원 1위, 장향숙 2위... 1인당 발의는 민노가 선두
정당별로는 한나라당이 29건으로 가장 많았다. 열린우리당 28건, 민주노동당 5건, 민주당 1건이었다. 그러나 1인당 발의 평균을 내면 민주노동당이 단연 선두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1인당 0.55건을 발의했다. 열린우리당 0.25건, 한나라당 0.22건, 민주당 0.09건 순이다.
연도별로는 2004년 10건, 2005년 32건, 2006년 29건, 2007년 7건(3월 현재)으로 집계됐다.
17대에서 가장 여러번 논의된 법안은 지난 6일 개정안이 통과된 장애인복지법이다. 17대에만 10차례의 개정안이 나왔다. 현애자·정화원·김기현·장향숙 의원과 정부가 차례로 개정안을 냈다.
각 법안은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의 유형과 정도에 따른 복지정책 수립과 자립생활 지원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다섯 건의 법안은 지난 2월 22일 보건복지위에서 병합 심리돼 위원회 대안으로 제출됐다.
최종 개정안은 각 법안이 공통적으로 명시한 ▲장애당사자의 정책결정과정 우선참여 보장 ▲활동보조인 파견 및 장애동료간 상담 등 장애인자립생활 지원시책 강화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를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로 변경 ▲장애여성의 권익보호 ▲시·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법안은 195인 의원 중 194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낙연 의원은 기권했다.
장차 아름다운 평등사회, '장차법' 통과
같은 날 통과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도 17대 국회의 주요 현안이었다. 노회찬 의원이 2005년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장추련)와 함께 만들어 발의한 장차법에 이어 2006년 장향숙·정화원 의원의 장차법이 나왔다.
국회 밖에서는 장애인계의 제정 투쟁이 활발히 진행됐다. 제정 투쟁은 2003년 장추련이 결성되면서 본격화됐다. 장추련은 100만인 서명운동과 거리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장차법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입법공청회와 국회 앞 천막농성, 국회장애인권사진전을 통해 국회를 압박했다.
지난 2월 22일 보건복지위에서 세 법안의 병합심리가 이뤄졌고, 보건복지위원장 대안으로 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197인 중 전원이 찬성했다.
새롭게 제정된 장차법은 장애를 사유로 한 차별을 폭넓게 금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차별의 영역을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참정권 ▲모·부성권·성 등 가족·가정·복지시설 및 건강권 등의 여섯 가지 영역으로 규정해 다양한 영역에 걸친 차별을 금지했다.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나 광고를 통한 차별도 차별로 규정했다. 장애아동의 보호자 또는 후견인, 기타 장애인을 돕기 위한 장애인 관련자와 보조견, 장애인보조기구 등에 대한 부당한 처우도 차별로 명시했다.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등에 대한 차별금지와 권리구제는 별도로 장을 설정해 규제했다.
제정법은 장애여성의 임신·출산·양육·가사권을 명시했다. 직장에서 불리한 대우를 금지하고 직장보육서비스 등에 있어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장애아동의 교육·훈련·건강보호서비스·재활서비스·취업준비·레크리에이션 등을 제공받을 권리도 규정했다.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차별행위를 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장애인 편의제공 거부, 차별입니다
한계도 있다. 애초 장추련 등이 요구했던 별도의 위원회 설치와 입증책임 전환은 국가인권위원회 내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 설치와 입증책임 배분으로 합의됐다.
법안은 소위원회가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업무를 전담하고, 구체적인 운영과 업무는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피해자는 위원회에 자신의 피해를 진정하고, 위원회는 직권조사로 피해 사실을 확인해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한다. 법무부장관은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입증책임은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이 나누어가진다.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피해자가,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행위가 아니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가해자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계는 장차법 제정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 6일 성명을 내어 "장애인 정책이 시혜와 동정이 아닌 인권의 시각에서 접근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장차법 제정으로) 장애인문제가 인위적으로 복지문제화된 한계를 뛰어넘어 장애인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 "이후 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이를 토대로 제도 정착을 위한 작업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도 "중추적인 기능과 조항이 누락되거나 수정된 점은 향후 숙제로 남아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실효성있게 전개해 반발 세력에 대한 설득과 관련예산의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가 아닌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해 권리나 정책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룬 점, 활동보조 서비스의 명문화로 장애인의 지역을 비롯한 삶터에 근거한 자립생활을 담아낸 점은 환영할 만하다"고 총평했다.
4월 국회 쟁점은 장애인교육지원법
남은 17대 국회에선 최순영 의원의 장애인교육지원법과 정화원 의원의 중증장애인기초연금법 제정안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의원 229명의 공동발의로 제출된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정부의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과 교육위에서 함께 논의되면 논쟁은 점차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장애인 무상교육 확대, 사립특수기관 위탁, 실태조사 및 연차보고서 작성, 지원센터 마련, 교원 연수, 차별 금지 및 벌칙 등을 규정하고 있다. 수혜 대상자 정의나 학급 및 교원 기준 등에 있어선 차이를 보인다.
장애인교육의 전반적인 틀을 재규정하는 지원법은 ▲유치원 및 고등학교 의무화 ▲특수학급 설치 기준 강화 및 특수교사 확대 배치(현재 1인→2인) ▲통학편의, 이동편의시설 지원 및 기숙사 설치 운영 등 관련서비스 제공 ▲특수교육지원센터 설치 및 전담인력 확대 배치 ▲현장 중심의 직업교육 ▲장애인 대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장애학생지원위원회 설치, 학칙에 장애학생 지원 근거와 차별 금지 명시 등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지원법에 대해 일찍부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난색을 표했다. "유치원 과정과 고등교육 의무화, 관련 서비스 지원 등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비용이 크지 않은 정부법안을 마련하겠다"던 정부는 지난 2월 정부안을 발의했다.
정부안은 ▲특수교육지원대상자에 대한 유치원 및 고등학교 과정의 의무교육화 ▲장애의 조기발견 체제 구축 및 장애영아에 대한 무상교육 제공 ▲특수교육지원대상자에 대한 통합교육 촉진 ▲장애 성인에 대한 평생교육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위가 열리면 일단 정부안을 상정하고 공청회를 열어 두 법안의 병합심사를 하게 된다.
역시, 문제는 돈이다
지난 5일 정화원 의원이 발의한 중증장애인기초연금법 제정안도 장애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법안은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로서 소득인정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공표된 최저생계비의 150/100 이하인 18세 이상의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법안에 따르면 연금액은 중증장애인의 소득지출수준과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다. 3년마다 계측조사를 실시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중증장애인기초연금심의위원회도 만든다.
정화원 의원은 법안에서 제안이유를 설명하면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05년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장애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7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52.1%에 불과해 장애인의 소득수준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전체 장애인 중 2.7%만 국민연금법상 장애연금을 수급하고 있고, 66.3%의 장애인이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노후소득보장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40~60%에 달하는 중증장애인의 실업률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국가의 근본적인 지원책이 매우 시급하다"며 "연금 지급으로 장애로 인한 추가적 비용의 발생과 소득의 감소를 보전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작성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제정안이 시행되면 법안이 제정되는 2008년 약 1조1천억원을 포함해 2012년까지 5년간 총 7조5000억원이 든다. 현재의 장애수당을 폐지하고 그 예산을 포함하면 2008년 순증액 7400억원을 포함해 5년간 약 4조7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제정안의 내용과 예산 마련 등은 4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송민성 기자 ichae1982@ytongsin.com
| | 17대에 통과된 장애인 관련 법안들 | | | |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운용계획변경안(정부안): 기금 운용규모를 2498억원에서 3098억원으로 증액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건설교통위원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편의시설 및 위원회 마련, 계획 수립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우원식): 국가는 예산 범위내에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김형주): 장애인고용장려금 부정수급 신고자에게 포상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서갑원): 장애인고용의 하한비율 설정
▲고등교육법 개정안(정봉주): 특수학급 유치원에도 설치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법(법사위원장): 실종아동을 위한 전반적 대책 수립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개정안(이미경): 국립중앙도서관장 소속의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 설립
▲의료법 개정안(보건복지위원장): 안마사 자격 법률로 명시
▲공중화장실법 개정안(건설교통위원장): 장애인용 변기 설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법제사법위원장): 장애인보호시설 장 및 종사자의 성폭력 7년 이하 징역, 추행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장애인복지법 개정안(보건복지위원장): 장애인의 정책 우선참여 권리, 장애여성 권익 보호, 3년마다 실태조사(기존 5년), 임신한 장애여성 지원
▲장애인차별금지법(보건복지위원장):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폭넓게 금지, 장애여성 및 아동에 대한 차별금지와 권리구제는 별도의 장으로 규정, 악의적 차별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정리=송민성 기자 ichae1982@ytongsin.com | | | |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의도통신 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