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 각계의 저항에 부딪힌 정부가 '반FTA’를 외치며 분신한 택시기사 고 허세욱(56)씨 사망 사건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병원과 허씨 가족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일 서울 하얏트호텔 앞에서 "한미FTA 체결 반대"를 외친 허씨는 15일 오전 11시30분께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본 지도부는 허씨 장례를 '범국본장’으로 치르려 했지만, 가족들은 이를 거부한 채 16일 오전 사망 하루 만에 신속하게 장례를 치르고 유해를 화장했다.
16일 민주노동당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허세욱씨 분신 이후 치료, 사망과 장례 절차에 이르기까지 정부 당국이 개입한 것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의혹이 있다"며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현애자 의원을 비롯한 의원단과 진상조사팀 구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의혹은 3가지. 우선 허씨가 분신한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곧바로 치료비 보험처리를 해줬다는 점이다.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과거 정오교통 조경식 동지 등 비슷한 분신사건의 경우 보험 처리가 된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처음부터 병원 자체의 판단이 아니라 건강심사평가원의 지시와 지침에 의해 처리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이 심사평가원 담당자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정부 당국의 개입이 있지 않았을까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보름간 밀린 4000여 만원의 치료비에도 불구하고 병원측이 허씨 유해를 가족들에게 넘겼다며 "가족들의 담보나 각서, 보증도 없었는데 정부 당국과 같은 힘 있는 기관이 보증하지 않았다면 가능하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사망진단과 유해 이송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도 세 번째 의혹으로 지적됐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허씨가 사망한 시간은 15일 오전 11시23분. 이후 사망진단서 발급(11시30분)과 유해 이송(11시31분)이 1~2분 간격으로 이뤄졌다. 민주노동당은 "대책위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비밀리에 처리했던 것은 병원 뒤에 어떤 세력이 있던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던졌다.
민노당 "사회적 파장 축소 위해 정부 개입"-경찰 "범국본이 지급보증"
민주노동당은 "고인의 진료과정이나 사망 이후 처리에서 노동조합, 시민단체, 민주노동당이 참여하는 분신대책위와의 연계를 철저하게 막아내고 사회적 파장을 축소하고 줄이기 위해 정부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당국의 해명은 다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경찰이 파장을 줄이려고 개입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강성심병원에서는 범국본이 허씨 치료비 3500여만원 중 2000만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고, 허씨의 둘째 형이 500만원씩 두 번 치료비를 냈기 때문에 유족들에게 유해 처분을 맡긴 것이라고 한다"며 "파장을 줄이기 위해 경찰이나 정부가 치료비를 내줬거나 보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