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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메이크업 숍에서 팩을 한 채 눈썹을 그리고 있다. 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여성의 표정이 재밌다.
한 남성이 메이크업 숍에서 팩을 한 채 눈썹을 그리고 있다. 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여성의 표정이 재밌다. ⓒ 우먼타임스
[권미선 기자] 광고회사에 다니는 안병호(30)씨는 출근 준비하는 데 족히 1시간은 걸린다. 아침 식사는 거르는 한이 있더라도 몸치장은 완벽하게 해야 마음이 가볍다.

피부가 건조한 편인 그는 스킨, 에센스, 로션, 자외선 차단제까지 바르고 머리는 드라이어로 손질한 다음 무광택 왁스로 마무리한다. 그날 회의·모임에 어울리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고른다. 마지막으로 향수를 뿌리고 의상과 어울리는 가방과 신발을 갖춘 다음 집을 나선다.

안씨는 "남자들에게도 곱상한 외모는 무시못하는 경쟁력"이라면서 "요즘은 일주일 내내 같은 옷을 입고 머리도 빗지 않고 다니는 남성은 보기 드물다"고 전한다.

남성들의 외모와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특히 2030 남성들은 꽃무늬 프린트나 화려한 색상의 셔츠를 즐겨 입고, 재킷 깃에 코르사주를 꽂고 다니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유행 스타일을 확인하고 남성잡지를 구독한다. 남성 전용 성형외과는 젊은 남성은 물론 중·장년 남성 고객들로 성업 중이다.

패션과 외모를 중시하고 자신을 가꾸는 남성을 지칭하는 메트로섹슈얼(metrose xsual)과 여성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크로스섹슈얼(crossexual)이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이런 이미지를 차용한 연예인들은 남성들의 '스타일 롤모델'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남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2005)를 한 결과, 남성의 76%가 '외모를 가꾸고 있다'고 답했다. 남성들은 이제 터프한 이미지 대신 부드럽고 예쁜 외모를 선호한다.

왜 갑자기 남성들이 변한 것일까? 이 같은 남성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성의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시대적 추세가 성 정체성의 인식에 영향을 미쳐 여성성을 지닌 남성, 남성성을 지닌 여성들에 수용적인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동성애 남성의 앞서가는 패션 감각을 일반 남성들이 따라하려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향상도 남성의 외모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성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꽃미남' 열풍도 이러한 사회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은 배우자감으로 재력이나 지위가 있는 권위적인 남자보다는 돈도 함께 벌고 아이도 함께 기르는 귀엽고 자상한 미남을 선호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이 원하는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의 외모에 대한 의식 변화는, 자신이 좋아하고 만족감을 주는 제품에는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반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제품은 실용적인 저가품을 구매하는 '양극적 소비 행태'로 나타난다.

정서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패션'이나 '여행' 등에 돈을 쓰면서 남성들의 감수성도 한결 높아지고 있다. 대중매체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남성 소비자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과 TV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멋지게 차려입은 미디어스타들은 외모 가꾸기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전양진 명지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신세대 남성들은 여성적 외모를 남성성 상실이라기보다 사회적 힘의 한 요소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몸치장이 아니라 감성적인 여성 리더십이 각광 받는 디지털 시대에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디지털세대는 거울왕자?

ⓒ 우먼타임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남성들은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3월 말 발간한 보고서 '화장하는 남자가 시장을 바꾼다'(전양진·성희원)에 의하면 2006년 전국의 20~49세 남성 3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은 체형과 몸매관리, 얼굴 피부 관리에 관심이 높고 수시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1> 참조)

이들은 출세하려면 몸매와 더 나은 외모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여성들처럼 남성들도 이상적인 몸매와 자신의 몸매를 비교해 본다고 응답했으며, 연예인들처럼 스타일을 만들고 싶지만 무작정 따라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도가 평균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체로 만족하며 약간은 신체적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남성들의 쇼핑 성향을 살펴보면, '남들보다 유행에 앞서 간다' '나는 패션리더다'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적었다(<표2> 참조). 옷을 코디네이션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독특한 의복 선택에도 '보통'이라는 응답을 해 패션을 이끌어 가고 자기를 위해 투자하는 메트로섹슈얼 성향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쇼핑할 때 기분이 좋다'라는 문항에 보통 이상으로 응답했다. 이들은 쇼핑을 할 때는 혼자 하기보다 주로 아는 사람과 같이 하며 패션 제품을 쇼핑할 때 구매 자체뿐만 아니라 사교의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태도를 보였다.

유명 브랜드 제품 구입에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이유는 경제적인 효율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성들은 여러 군데 매장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주로 세일 기간을 이용해 옷을 구매하며, 가격 대비 유용성이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신세대 남성들은 맹목적으로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 쇼핑 성향'을 갖고 있었다. 이런 남성의 달라진 쇼핑 경향은 '남성 패션 시장'을 키우는 동력이 되고 있다. 2005년 현재 남성복 시장은 3조3천억 원 규모로 전체 의류시장의 약 29.4%를 차지했으며 여성복(47.2%)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남성의류 시장에서 2030 신세대 남성의 구매 비중은 전체의 79%에 달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은 전체 시장의 성장률 0.7%보다 훨씬 높은 연 6.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남성들의 높은 패션 쇼핑 욕구는 인터넷을 통해 분출되고 있다. 2005년 통계청 '사이버쇼핑몰 조사 자료'에 의하면 30대 남성(28%)은 30대 여성(23%)보다 더 높은 비율로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선호하는 것은 패션에 대한 정보 탐색이 손쉽고, 남들 시선에 상관하지 않고 패션 스타일을 충분히 고려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개인 홈페이지가 남성들의 '스타일 가이드라인'이 되어주고 있다. 젊은 남성들은 제품을 구입할 때 인터넷을 이용해 가격을 비교하고 구입을 결정하며 최신 유행과 코디네이션 방법을 미리 확인한다. 디지털 세대답게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 외모를 가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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