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의 사망자를 내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격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 미국 영주권자 조승희(23)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버지니아 경찰당국은 17일 오후 10시30분(이하 한국시간)경 CNN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된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지 경찰은 조씨가 이 학교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며,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센터빌에 주소지를 두고 있지만, 이 학교 하퍼 홀 기숙사에서 거주해왔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3월 구입한 9mm 권총 등을 가지고 이 학교 기숙사와 노리스홀 등에서 총기를 난사해 30여명을 사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잠정 결론지었다.
조씨의 신원과 관련 정부 당국자는 "1984년 1월18일 생으로 92년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이후 쭉 거기서 거주해온 영주권자"라고 설명했다.
미국 영주권자는 '그린카드'라고 불리는 영주권을 갖고 미국에 거주하지만 '외국인 거주자'로서 국적은 한국이다.
정부, 충격..경악..당혹..
정부는 이날 오후 4시경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용의자의 개략적 신상과 함께 미 국토안보부가 한국계 영주권자인 것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이어 미국정부는 수사결과 발표 직전 용의자의 정확한 신원을 알려왔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저녁 송민순 장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총기난사 사건 범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진 데 따른 파장을 분석하는 한편 교민 안전대책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미국측의 통보에 한결같이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 사건이 교민사회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회의를 마친 뒤 조병제 북미국장은 "정부는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경악과 충격을 표한다"면서 "희생자와 유족, 미국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 교민의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전 미국 공관 및 한인 사회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긴밀히 대책을 시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인종적 편견이나 갈등 측면 부각되지 않기를…"
외교부 당국자는 조씨의 범행 동기와 관련 "미국 수사당국의 발표 이외에 파악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초 총격사건과 2시간 후에 일어난 난사사건의 범인이 동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보도와 관련 "조씨는 2시간 후 난사사건의 용의자로 통보 받았다"면서 "미국 측도 두 사건의 범인이 동일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신을 못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 사안은 미국에서 아주 오래 거주한 한국계 사람에 의해 일어난 개별적인 사안으로 생각한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인종적 편견이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현지에 권태면 주워싱턴 총영사를 반장으로 하는 긴급대책반을 꾸려 교민 신변안전 대책 마련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서울 본부에도 차관보를 반장으로 하는 긴급대책반을 구성, 주미대사관 및 미주지역 전 공관과 긴밀히 협력하도록 했다.
미국 언론들 일제히 '한국계' 보도
한편 공식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범인이 '한국계'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정부와 버지니아 주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용의자는 '한국계(Korean descent)'이며 부모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연방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용의자의 이름이 'Seung Hui Cho'라고 보도했다.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버지니아 총격 사건과 관련해 17일(현지시간) 사고 현장인 버지니아텍을 방문해 조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부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날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버지니아텍을 찾아가 대형 참사 치유 노력을 돕기 위한 모임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라고 이 밝혔다. 또한 부시 대통령은 조문을 마친 뒤 버지니아 대학 교내에서 TV 방송사들과 인터뷰를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