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때 또만나요 뽀뽀뽀 우리는 귀염둥이 뽀뽀뽀 친구 뽀뽀뽀 뽀뽀뽀 뽀뽀뽀 친구!'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흔치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떠오르는 프로그램은 단연 <뽀뽀뽀>다. 아마도 70~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뽀뽀뽀>를 기억하리라.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다)에 입학해서도 아침마다 <뽀뽀뽀>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뽀뽀뽀>는 유아 프로그램의 지존이자 대명사였다.
시간이 흘러 이제 나의 아이가 <뽀뽀뽀>를 즐겨 볼 나이가 되었다. 요즘은 워낙 유아 프로그램과 콘텐츠가 다양해서 아이들은 제 입맛대로 제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보곤 한다. 아이들이 TV 채널을 돌리다 간혹 <뽀뽀뽀>를 스치게 되면 여전히 변치 않은 주제가를 들으며 나는 정겨워했다. 유년시절도 잠시 떠올랐다. '아~ 아직도 뽀뽀뽀가 살아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마치 친정집 한켠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의 손때 묻은 앨범을 보는듯한 기분에 싸이곤 했다.
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뽀뽀뽀>를 봤다. <뽀뽀뽀>는 지난 4월 9일자로 대대적인 개편을 했다. 우선 프로그램명을 기존의 <뽀뽀뽀>에서 <뽀뽀뽀 아이조아>로 바꾸었다. '아이 조아'는 어린이를 뜻하는 '아이'와 매우 쓸모 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조아'의 합성어로 '뽀뽀뽀'와 함께 하면 어린이들이 매우 쓸모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단다. 이름이야 어찌됐든 의도는 좋다.
뮤지컬을 통한 논술교육? 글쎄...
그다음 뽀미언니.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있는 '영원한 뽀미언니' 왕영은을 비롯해 뽀미언니는 역대 웬만한 여성 스타들이 거쳐 간 자리다. 뽀미언니가 바뀔 때마다 관심을 모으곤 했었으니까. 새로 단장을 한 이번 개편에선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낙점됐다.
그러나 <뽀뽀뽀 아이조아>에 뽀미언니는 없다. 더 이상 뽀미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 역할을 '아라'라는 캐릭터가 대신한다. '밝고 푸근한 엄마같은 이미지'라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최정원이 밝고 푸근한 엄마? 물론 최정원은 아이엄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최정원은 푸근한 '아줌마'도 아니고 이모같은 '언니'도 아니다. 그냥 뮤지컬 스타다.
'아라' 옆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동'이란 캐릭터는 슈퍼주니어의 '신동'이 맡았다. 역시 대중문화에 익숙한 요즘 유아들의 취미와 기호를 일부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어찌되었든 뽀미언니가 없어졌다는 데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라'·'동'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끄는 물방운 인형 '아루'도 있다. 그러나 신선하고 독창적이지 않다. <뽀뽀뽀>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캐릭터는 아니다. 차라리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라는 느낌이 든다. '빨간코 알루'(어린이TV에서 방송되는 한글 놀이프로그램 캐릭터)와 닮았다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이번에 개편한 <뽀뽀뽀 아이조아>은 프로그램 내용을 놓고 보았을 때 여타 유아 프로그램과 큰 차이는 없었다. 각 요일마다 창의력과 수리력 등을 개발하는 코너를 신설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웬만한 유아 프로그램에서 다들 다루고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뽀뽀뽀 아이조아>가 이번 개편 시 가장 중점을 두어 특화한 것은 바로 '논술'이다. 그것도 뮤지컬 스타 최정원을 전면에 세운 뮤지컬을 통한 논술이 그것이다. 뮤지컬과 논술? 무슨 상관이 있을까?
MBC측은 명작동화를 통한 논술과 뮤지컬 동화 등을 통해 논술력을 기르는 데 주안을 두는 '교육 프로그램' 표방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했다. 즉, 아라가 직접 들려주는 뮤지컬 동화를 듣고 어린이들의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토론식 어린이 논술 코너라는 것.
그러나 아직은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만약 이것 때문에 최정원을 기용했다면 그에 대한 반응은 아직은 '글쎄올시다'다. 바꿔 말하면, 비단 최정원이 아니라 노래와 춤에 소질이 있는 그 누군가였다 하더라도 아라역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어쨌든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유아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아이들이 함께 노래 부르고 체조하고 율동을 따라하는데서 아이들은 흥미를 느낀다.
'인기 있다'는 유아 프로그램을 보면 한결같이 그렇다. 몇 년간 나의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내린 결론이다. 물론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가 그랬다. 여기에 독창적인 코너나 캐릭터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뽀뽀뽀 아이조아>는 '참여'보다는 최정원 아라언니의 일인독창회를 '감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노래도 단순하고 쉬워야하는데 아라언니가 부르는 노래는 아이들이 따라하기엔 좀 어렵다. 최정원이라는 스타의 메리트를 너무 부각시킨 나머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그리운 그 노래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뽀뽀뽀 아이조아>가 크게 놓친 점은 따로 있다. 프로그램 이름을 바꾼 것이나 뽀미언니의 변신(?), 놀이보다는 교육위주의 콘텐츠로 구성한 것, 아무래도 좋다. 백번 양보할 수 있다. 시즌2로 개편하면서 대대적인 수정과 변신이 필요했으리라.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바로 주제가를 바꾼 것이다.
<뽀뽀뽀> 주제가는 단지 한 프로그램의 주제가에 그치지 않았다. 주제가 그 이상이었다. 적어도 우리 세대에는 그랬다. 우리세대라는 것은 <뽀뽀뽀> 주시청자들인 유아들의 엄마아빠를 말한다. 소풍가서도 불렀고 체육대회 응원가로도 열심히 불렀다. 엄마·아빠 마음속에 <뽀뽀뽀>는 아련한 유년시절의 기억을 담고 있는 추억의 노래였다. 이러한 노래를 엄마·아빠와 아이가 함께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의미 있을까.
26년의 장수를 자랑하는 <뽀뽀뽀>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바로 <뽀뽀뽀> 주제가다. 요즘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만화주제가나 유아 프로그램 주제가는 내 아이의 추억일 뿐 부모 세대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뽀뽀뽀> 주제가는 다르다. 부모의 유년시절과 아이의 유년시절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어주고 연결시킬 수 있는 매개체인 것이다. 26년의 시간이 공들여 만든 매개체이자 추억이다.
<뽀뽀뽀> 주제가가 언제 바뀌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재작년까지는 분명 예전의 그 주제가였다. 선율도 경쾌하고 밝은데다 노랫말도 사랑스럽고 노래 자체도 짧고 쉬운 이 주제가를 왜 버렸을까. 시대에 크게 뒤떨어진 것도 아니고 요즘 아이들 감성에 크게 비껴나지도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다른 건 다 버려도 이 주제가만큼은 26년 역사와 끝까지 갔어야 <뽀뽀뽀>다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