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4·25 재보선을 앞둔 전남 무안군 무안읍 장터는 그 여느 때 보다 북적였다. 선거일을 일주일 정도 남긴 상황이서 각 후보측이 5일장을 맞아 중반 유세전을 벌인 탓이지만 무엇보다 한나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잇따라 유세를 벌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무안신안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강성만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를 온 것 이지만, 김홍업 민주당 후보나 이재현 무소속 등에 빗대 강성만 후보를 추켜세우기 보다는 현 정부를 겨냥, "잘못된 지도자" "무능한 정부" 등으로 비난하는데 힘을 쏟았다.
자신들의 대권 행보에 더 신경을 쓴 탓이다. 이들의 유세전은 유세 일정 조정을 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유세장은 세대결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겨냥 "지도자 잘못만나 어려움 맞아"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경 장터에 도착해 무안 군민들을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원유세에 나선 이 전 시장은 "제가 서울시장 할 때 서울 도봉구와 무안군이 자매결연을 맺어서 특산물거래장터를 했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고 무안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의 유세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에 중심을 뒀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에 우리 살림살이는 더 나아진 것이 없다, 농촌도 힘들고 도시 서민들도 힘들고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없어 힘들다"면서 "중국은 10%, 베트남도 10% 경제성장하는데 왜 그러냐? 지도자를 잘 만났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경제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서 "FTA로 농민들이 큰 위기에 처했지만 걱정만 해서는 안된다, 과거 보다 더 좋아지는 농촌을 만드는데 강성만 후보가 그 일을 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의원 한명 만들어달라"며 "경상도에서도 다른 당 후보가 당선되고 호남에서도 한나라당이 당선된다면 동서간 갈등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8일 영산강운하 현장 탐사를 언급하며 "영산강 물을 맑게 하고 배가 다니게 하고 충청도, 수도권과 연결해야 전남이 진정한 농업, 관광, 산업의 땅이 될 것"이라며 "지도자를 잘 뽑아야한다,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다, 일 잘 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 "지도자 잘못 만나서 어려움을 맞고 있다"면서 "12월 19일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호남을 대표하고 전남 발전을 위해서 이번 재보선에서 무안 발전을 위한 일꾼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그래서 12월 19일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대통령을 구해야 한다"면서 "일하는 지도자, 일을 성취하고 세계 지도자와 협력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가 끝난 후 한나라당 지자들은 재선거에 나선 강성만 후보가 아닌 "이명박" "이명박" 연호를 외쳤고 이 전 시장은 손을 뻔적들어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기도 했다.
박근혜, 청와대 향해 "돈버는 정부? 무능해서 해내지 못한다"
이 전 시장이 장터를 떠난 20여분 후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데 유세의 방점을 뒀다. 박 전 대표는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박 전 대표는 지원 유세에 나서 "강성만 후보는 정치, 언론, 교육을 두루 경험한 젊고 깨끗한 능력있는 후보"라며 "한나라당 후보에게 맡기고 지지해 주시면 정말 힘을 다해서 선진국을 만드는데 앞장 설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 전 대표 연설 역시 강성만 후보에 대한 지지 호소 보다는 자신의 대권 행보를 의식해 대부분의 연설을 "무능한 정부"라고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박 전 대표는 "전국을 돌면서 국민들을 많이 뵙고 현 저웁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많다, 그런데 어제 청와대가 황당한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하나는 전국 다녀보면 어느 곳도 살만하다고는 곳이 없다, 그래서 갈아엎자고 하는데 청와대가 '무슨 위기냐, 근거를 대라'고 한다"면서 "하나 하나 근거를 댈 필요가 없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중들을 향해 "경제가 좋은가요? 살만 한가요?"라고 묻었고 "아니요"라는 답변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이 정권은 국민세금 걷어서 펑펑 쓰는데만 혈안이다, 돈을 벌어들이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했더니 돈버는 정부 만드는데 답을 달라고 했다"면서 "정부가 전 세계로부터 돈, 사람과 기술이 몰려들게 해서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서 인재들이 몰려들면 경제성장을 시키면 된다"고 했다.
이어 "얼마든지 돈 버는 정부를 만들 수 있는데 무능해서 해내지 못하니 국민들이 고행하고 억울하게 됐다"면서 "이 정권은 3부를 장악하다시피 하고도 민생 살리는데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 코드에 맞는 일만 벌어다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박 전 대표는 "이젠 바꿔야 한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번 재보선은 정권교체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마지막 관문"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이제 됐다'고 하실 때 까지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연설을 마친 후 무안지역 박씨 문중이 준비한 꽃다발을 받고 즐겨워하기도 했다.
유세일정 두고 양측 신경전
박 전 대표는 유세를 마친 후 장터와 인근 상가를 돌며 강성만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유세에는 600여명의 무안 군민들이 몰려들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18일 전남 무안과 광주 등을 방문해 이틀 째 지원유세에 나섰으며, 박 전 대표는 무안을 시작으로 나주 영산포, 광주 남구와 동구 등을 방문해 지원 유세 활동을 벌였다.
한편 이 전 시장측과 박 전 대표측은 유세 일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강성만 후보측은 유력 대권 후보의 잇따른 지원유세에 바람몰이를 할 수 있었지만 양측의 유세일정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애초 이들의 지원 활동은 30여분 정도 겹쳤으며 이날 유세는 이 전 시장이 30여분 앞서 시작한 탓에 박 전 대표측은 "김이 빠진 후에 지원유세에 나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