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나라당 정치관계법 정비특위가 선거기간 중 촛불집회를 금지하는 등 내용을 담은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발표하자 당 내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에서 역풍이 불고 있다.
개정안에는 대선기간 중 촛불집회 금지를 비롯해 국가 보조금 또는 지원금을 받는 시민단체 대표자 등의 선거운동 금지, 후보 단일화를 위한 토론 방송 금지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안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위 차원의 검토안에 불과하다, 발표 내용 중 위헌성 있는 조항들도 있는 것 같다"며 개정안이 당의 공식 방침이 아니라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의 다른 인사들도 '당이 너무 심하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도 일제히 논평을 내고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며 규탄했다.
이처럼 각계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정치관계법 정비특위의 개정안에 대해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9일 저녁 7시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는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학생 30여명이 모여 촛불집회 금지를 비꼬는 약식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정신 차려 이 친구야', '비딱하게' 등 한나라당을 풍자하는 노래를 부르며 촛불을 들었다.
"대선기간 동안엔 생일 때 단체로 촛불 켜는 것도 안 되나?"
이들은 "한나라당이 지지율이 좀 오르더니 국민 무서운 줄 모른다"며 "법으로 금지시킬 만큼 무서워하는 촛불시위를 통해 한나라당을 규탄하러 나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참가자는 "그러면 대선기간 동안에는 생일 때 단체로 촛불도 못 켜냐"고 비꼬았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정우식(30)씨는 "한나라당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은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며 "특히 촛불집회를 금지하고 후보검증 과정을 차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높은 지지율에 고무된 한나라당이 '대선승리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기본권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병규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정책실장은 "한나라당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심각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지적했다. 김 실장은 "자발적인 촛불집회를 선거운동으로 규정해 금지하겠다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