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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다본 포로 로마노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다본 포로 로마노 ⓒ 이한철
로마의 상징, 포로 로마노

캄피돌리오 언덕 뒤쪽으로 돌아가면 광활한 포로 로마노의 전경이 보인다.(그림 1, 2) 화려한 시대를 뒤로하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어우러진 금빛 광채는 관광객을 압도하고 있었다.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전경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언덕길을 내려오다 보면 작은 식수대가 하나 보인다. 이곳에서 생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은 필수. 넓은 포로 로마노를 돌아보는 것은 뜨거운 태양과의 한판 승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로마를 거닐다 보면 간혹 식수대가 보이는데 먹어선 안 된다는 별도의 표시가 없다면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물이 귀한 유럽에서 공짜로 물을 보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포로 로마노는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고대 로마를 상징하는 곳으로 그 어떤 곳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당시만 해도 이곳은 정치, 종교, 문화, 경제 등 핵심기관이 밀집된 로마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사투르누스 신전과 안토니우스와 파우스티나 신전
사투르누스 신전과 안토니우스와 파우스티나 신전 ⓒ 이한철
왕들은 죽어서 신전을 남겼나?

로마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왕들을 신격화하기 위해 신전을 세우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다. 따라서 로마 곳곳엔 많은 신전들이 있는데 특히 포로 로마노에는 로물루스, 시저, 아우구스투스 등 유명한 왕들의 신전이 몰려 있다.

고대 로마의 신전들은 대부분 기둥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오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사투르누스 신전(그림 3)으로 유피테르 신전 다음으로 가장 오래된 로마 공화정 초기의 신전으로 알려져 있다.

B.C 497년에 사투르누스 신을 기념하기 위해 완공된 것으로 태양이 죽고 새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기념하는 사투르날리아 축제 때 큰 기능을 했다고 한다. 그 옛날에 이런 거대한 기둥을 정교하게 세웠다는 것도 의아한 점이지만 아직까지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안토니우스와 파우스티나의 신전(그림 4)은 안토니우스 황제가 그의 아내 파우스티나를 위해 세운 신전으로 11세기 이후엔 성당으로 쓰였다고 한다. 바깥쪽의 기둥 형태가 신전임을 증명하며 이것을 개조하여 기둥만 그대로 남겨둔 채 건축물을 새롭게 지었음을 알 수 있다.

'부르투스 너마저도'라는 유명한 발언을 마지막으로 최후를 맞이했던 시저의 무덤
'부르투스 너마저도'라는 유명한 발언을 마지막으로 최후를 맞이했던 시저의 무덤 ⓒ 이한철
시저의 영광은 끝나지 않았다

포로 로마노엔 그 유명한 율리어스 시저의 무덤(그림 5)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역사적 영웅 치고는 초라해 보이는 무덤이지만 그의 숨결을 느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무덤 안쪽을 들여다보면 관광객들이 던져놓은 꽃다발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저는 '부르투스 너마저'라는 명언을 남기고 최후를 맞이했다. 시저는 원로들에 의해 살해됐는데, 가장 신뢰했던 부르투스가 공격하는 원로들을 보고도 방어하기는커녕 같이 칼을 꺼내들자 방어할 의욕마저 상실한 채 최후를 맞이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저가 이룩한 로마의 영광은 후세의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강력한 향수로 남아있다.

포로 로마노엔 뼈대만 남아있는 건축물이 대부분이지만 원형 그대로 잘 복원된 건축물도 적지 않다.
포로 로마노엔 뼈대만 남아있는 건축물이 대부분이지만 원형 그대로 잘 복원된 건축물도 적지 않다. ⓒ 이한철
이밖에도 포로 로마노에는 많은 신전과 다양한 건축물이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건축물 중에는 놀라울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건물(그림 6, 7)도 많고 초라해 보이는 것도 많다. 하지만 관련 서적을 들고 역사속의 인물들을 상상하며 이곳을 거닐어 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이 될 것이다.

<글레디에이터>의 막시무스, 기억하시나요?

캄피돌리오 언덕을 거쳐 포로로마노를 돌아봤다면 나오는 길에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곳이 바로 너무나 유명한 콜로세움(그림 10)이다. AD 80년에 완공된 이곳은 원형투기장 및 극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의 이야기가 펼쳐졌던 '콜로세움'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의 이야기가 펼쳐졌던 '콜로세움' ⓒ 이한철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나오는 '막시무스'의 전설도 바로 이곳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검투사와 짐승 간의 격투기뿐만 아니라 기독교도의 박해장으로 사용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로마 유적지 중 가장 거대한 규모로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5만 명이 넘는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최대지름 188m, 둘레 527m, 높이 57m 등 듣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진다.

콜로세움은 특히 시간대별로 펼쳐지는 야경의 변화가 매우 아름답다. 오후 늦게는 저녁 노을에 붉게 물들고 밤이 깊어갈수록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벤허>의 전차경기가 펼쳐졌던 '대전차 경기장'

콜로세움과 마찬가지로 검투사들의 격투가 벌어졌던 또 하나의 대표적인 곳이 바로 '대전차 경기장'(그림 11~13)이다. 검투사들의 검투도 벌어졌지만 주로 전차경기가 벌어졌던 곳으로 영화 <벤허>에서 보여졌던 전차경기도 바로 이곳에서 펼쳐진 것이다.

지금은 넓은 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다면 버려진 공터처럼 보일 수 있는 곳이지만 영화와 역사 속의 장면들을 상상하며 바라본다면 그 가치는 빛을 발한다.

영화 <벤허>로 유명한 '대전차 경기장'
영화 <벤허>로 유명한 '대전차 경기장' ⓒ 이한철
영화와 역사책 속에서 접해왔던 현장이 밀집해 있는 곳 로마. 그 중에서도 포로 로마노와 대전차경기장은 가장 핵심적인 곳이라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로마인들의 노력 하나만큼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2006년 9월 유럽여행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이 기사는 SBS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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