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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 꼬리처럼 길게 뻣은 Snake Island의 아름다움
ⓒ 윤병두
푸에르토 푸린세사(Puerto Princesa)는 팔라완 섬의 수도다. 인구 70만명 정도 사는 섬, 필리핀 지도를 보면 서남쪽으로 길게 뻗은 섬이다.

팔라완 섬에는 또 다른 작은 섬이 1700여개가 넘는다. 아직 서구화에 물들지 않아 필리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섬 남북의 길이가 무려 434㎞나 되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다보니 태고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아름다운 섬이다.

마닐라를 떠나 1시간 남짓 날아 도착한 푸에르토 푸린세사 공항에는 때 아닌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공항이라기보다 시골 여객 터미널을 연상하면 좋을 것 같은 열악한 환경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손님에게 우산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가방을 찾는데도 비가 새는 간이시설에서 1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다.

팔라완 섬은 다른 섬과 달리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아 아직도 우리가 처음 보는 야생동물들이 많다. 민물과 바다악어를 동시에 보존하고 있는 야생동물농장을 방문했다.

시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악어농장은 일본인이 처음 사육하였으나 지금은 지방 정부에 넘겨주고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수백 마리의 악어들이 단계별로 사육되고 있으며 잘 길들여진 새끼 악어들의 묘기도 볼 수 있었다.

▲ (좌)민물악어와 바다악어가 공존하는 팔라완, 야생동물보존센터/(우)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은 자연그대로 섬이많은 팔라완, 야생 멧돼지
ⓒ 윤병두
주변은 한 마디로 야생동물원이다. 팔라완 섬에서 자생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분류하여 사육 관리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야생멧돼지, 너구리 등은 특이하게 생겨 신기함을 더해준다. 팔라완 섬에서 자생하는 야생동물 들, 긴 수염을 단 멧돼지가 이색적이다.

동물원을 벗어나 교외로 나가면 IWAHIG(이와히그) 교도소를 만날 수 있다. 필리핀에서 유일한 개방 교도소인 셈이다. 죄수들이 철조망도 없는 농장에서 영농을 하면서 복역을 대신한다. 미군정시대에 한 미군장교가 착안한 이 제도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교도소 안에는 1900여명의 죄수가 일하고 있으며 가족이 함께 살면서 영농을 하는 모범수도 26가구나 된다고 한다.

▲ 이와히그 개방 교도소의 죄수들이 운영하는 기념품가게
ⓒ 윤병두
교도소 내에는 과거 미군정시대에 사용하던 강당도 있고 교도관 숙사와 이들이 직접 생산한 가공품을 판매하는 직판장에는 죄수복을 입은 판매원들이 상품판매, 홍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살인사건으로 21년째 복역을 하고 있는 한 죄수는 기념품 가게를 전담하면서 자기가 직접 만든 제품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교도소 운영에 사용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 미군정 시대에 건립한 죄수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홀
ⓒ 윤병두
호텔로 돌아오는 길, 작은 나비농장에도 들렀다. 시설은 보잘 것 없지만 아름다운 나비의 일생을 영상으로 볼 수 있고, 나비와 열대 꽃이 어우러진 농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괜찮았다. 또한 다양한 빵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식당을 겸한 Baker's Hill(빵 굽는 언덕)은 이색적인 볼거리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에 위치한 '빵 굽는 언덕'은 금방 만든 빵을 직접 살 수도 있고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공간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빵을 테마로 사업에 성공한 사례로 색다른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 baker's Hill의 조각공원,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 적합
ⓒ 윤병두
많은 사람들이 팔라완을 찾는 이유는 바로 Underground River(지하강)을 탐험하기 위해서다. 푸에르토 푸린세사에서 2시간 반을 가야 사방비치까지 도착할 수 있다. 2일차 아침 일찍 미국인 2명, 필리핀 대학생4명을 포함해서 8명이 지하 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지하 강은 바다와 산이 접한 곳에 석회암 동굴이 형성된 곳으로 총 연장길이가 8.2㎞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개방한 구간은 바다에서 쪽배를 타고 1㎞ 정도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탐험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곳을 볼 수 있는 행운이 따라주질 않았다.

팔라완 섬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이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외길이며 돌아서 가는 방법도 없다. 일부 시내구간을 제외하곤 모두 비포장도로다. 마침 길을 확장하는 공사 중에 비가 많이 와서 차량통행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길을 차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안이 없어 우린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래서 다음날 가기로 예정된 Honda Bay(혼다베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혼다베이 내에는 각기 특색을 가진 아름다운 섬이 즐비하다
ⓒ 윤병두
혼다베이는 일본이 이곳을 점령할 당시 붙여진 이름으로 삼태기 모양으로 오목하게 만(灣)을 이룬 곳에 16개의 아름다운 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다보니 자연 그대로다. 이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 도스 팔마스 리조트가 있는 아레세피 섬으로 신혼여행객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곳이다.

▲ 얕은 바다에 잘 자라는 망고롭 나무가 물위에 떠 있다
ⓒ 윤병두
우리 일행은 혼다베이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Snake Island(뱀섬)을 찾았다. 리조트 시설은 없고 당일 코스로 필리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섬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뱀 꼬리처럼 길게 백사장을 만들어 놓은 이 섬은 말 그대로 수중천국이다.

스노쿨링을 즐기려면 이곳 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열대어와 고기떼들이 군무를 이루면서 주변을 맴돈다. 먹이 주는데 익숙해진 고기떼들이 몰려와 가끔 사람의 다리를 물고 달아나 작은 상처가 남기도 했다.

자연보전지구로 지정되어 물고기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열대어의 천국이다.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해변은 밀가루를 깔아 놓은 것 같이 곱고 희다. 특히 이 섬의 특징은 바닷물에서 잘 자라는 일명 '망고롭' 나무가 지천이다.

바다라기보다 호수처럼 잔잔해 파도를 볼 수 없고 태풍지대에서 벗어난 지역이라 연중 안전지대라 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생선과 과일을 마음껏 먹으며 필리핀에 있는 동안 쌓인 심신의 피로를 한꺼번에 씻어버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팔라완 섬은 평지가 적고 열대우림에 뒤덮인 산림과 수많은 섬과 해안에는 산호가 연출하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나라다. 혼다베이 섬을 오가는 산타루데스 부두 주변에는 베트남 촌이 형성되어있다. 교회와 음식 체험도 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보트피플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정착된 곳으로 베트남식 교회 등 문화체험과 음식체험도 가능하다. 다른 종족들보다 생활력이 강해 더 잘 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해산물요리로 유명한 전통음식점, 박물관을 방불하는 실내벽면
ⓒ 윤병두
필리핀 전역이 이미 서구화되었다면 이곳은 아직 소박하고 평화로운 주민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동남아의 많은 민족들이 한데 모여 각기 다른 문화를 지니고 살아가는 곳 필리핀의 참 모습을 보려면 팔라완이 최적의 장소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 까루이 전통음식점, 다양한 해산물요리를 체험할수 있다.
ⓒ 윤병두
마닐라에서 팔라완 주도인 푸에르토 푸렌세사시까지 가는 방법은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면 된다. 가격은 왕복 13만원 수준이다. 호텔(중급)도 2인1실 아침식사 포함 5-6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해산물이 풍부하여 다양한 생선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음식 값도 싸다. 시내에서 가장 이름난 까루이(Kalui) 전통음식점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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