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보강 : 22일 오후 5시 8분]

▲ 이명박 캠프의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대운하와 관련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 이종호
참여정부의 총리를 지낸 이해찬·한명숙 의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잇달아 공격한 것에 대해 이명박 캠프가 두 사람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 전 시장과 두 전직 총리들와의 공개토론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차기 대권주자들이 정책이슈를 두고 '진검승부'를 펼치는 것이어서 '빅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시장의 핵심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사진)은 22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해찬·한명숙 두 사람이 전직 총리들답지 않게 실무자들이 써준 원고를 가지고 게릴라식으로 찔끔찔끔 한반도 대운하를 공격하고 있다"며 "전직 총리들이 시간을 내어 제대로 공부를 한 후 토론장으로 나오기를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두 전직 총리는 "이 전 시장의 운하 구상은 환경 보존과 경제 효율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무지하고, 시도 자체가 무모하며, 미래에 대해 무책임한 '3무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12일 이해찬),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식수 재앙이 닥칠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한반도 대재앙' 구상"(20일 한명숙)이라며 이 전 시장을 맹비난했다. 특히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최근 '대선출마'를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는 재보선 지원 유세를 통해 대운하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이에 대해 "그들의 공격 논거는 일일이 공박할 필요도 없이 유치하다, 실무자들이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읊조리다 보니까 그렇긴 하겠지만 일국의 총리를 지낸 분들이 어쩌면 이런 정도의 수준일까 할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이명박의 대운하는 (이해찬이 기획한) 수도이전처럼 대선용으로 급조된 공약이 아니다"라며 "이명박과 한반도 대운하가 무섭기 때문에 영관급과 장성급으로 안 되니까 대장들이 직접 나선 꼴"이라고 반박했다.

정두언 "공개토론에 이명박 나올 수도 있다"

정 의원은 또한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가 청계천복원 공약을 내세울 때 모든 사람이 반대했고 말렸지만 지금은 개통 후 국내외 연인원 4500만 명이 다녀간 '대한민국 대표 명품'이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글에서 대운하 비판론을 이론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토론회가 실제로 성사될 경우를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이명박 캠프는 '한반도 대운하'라는 이슈를 제기한 상태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의 두 전직 총리와 '대운하 토론회'를 하는 것이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전 시장의 일부 지지층이 부동층으로 돌아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발표된 상황에서 '대운하'의 쟁점화가 이명박의 지지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의지만 있다면 토론회가 성사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들의 본격적인 정책 토론회라는 점에서 공중파 방송사들도 토론회 중계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누가 토론회에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제안한 토론회이니 (이명박 캠프에서는) 내가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두 사람이) 실무자들이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읊조렸다"고 비판한 마당에 정작 토론회에는 이 전 시장의 대리인이 나간다면 두 전직 총리가 토론회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두 사람이 이 전 시장에게 토론회를 하자고 직접 제안하면 이 전 시장도 응할 가능성이 꽤 높다, 그런 가능성까지 생각하고 쓴 글"이라고 말했다.

이해찬·한명숙 측 "정식으로 제안 오면 토론 응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두 전직 총리 측에서 정 의원의 제안을 '정치 공세'로 받아들이고 있어 현재로서는 토론회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의 글이 전반적으로 두 사람에 대한 비아냥에 방점이 찍혀있는 상황에서 토론에 응할 수 없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국무총리실 비서관을 지낸 정 의원이 '실무자들이 써준 원고' 운운한 부분에 대해 "경우 없는 행동"이라며 불쾌감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한명숙 의원의 신상엽 언론특보는 "정 의원이 어떤 자격으로 토론을 제안하는지도 모르겠고, 이명박 전 시장이 토론에 나서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며 "이 전 시장 본인이 대운하 토론을 하자고 정중히 제안한다면 우리로서는 언제든 토론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의원의 한 측근도 "이명박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이 문제가 많다고 판단해 '제대로 공부하라'는 취지로 조언해준 것인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며 "전문가 토론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이런 걸 먼저 하는 게 수순"이라고 밝혔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