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옛 생각에 외로워 휘파람 불면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보리밭/ 박화목 작사, 윤용하 작곡
어릴 적 틈만 나면 부르던 노래가 하나 있지요. 바로 '보리밭'이란 노래이지요. 노랫말이 곱고, 가락이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이 묻어나 즐겨 불렀던 노래예요.백일도 되기에 앞서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갓난아기 때부터 엄마 얼굴도 모르고 자란 나는 어린 마음 저 바닥에서부터 남 모르는 외로움이 있었어요.
그나마 늘 밝은 모습으로 살기를 바라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도록 다독여 주신 아버지 덕분에 노래를 즐겨 부르며, 시를 쓰고 읽으면서 그런 외로움을 이겨내고 살았지요.이 '보리밭'이란 노래도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앞서 아버지한테 배웠어요. 따지고 보면 아버지의 '애창곡'이기도 하지요. 아버지가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도 따라서 흥얼거리다가 배웠지요.
노래 마지막 부분인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를 부를 때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곤 했어요. 아마 엄마 생각이 났기 때문일 거예요. 누군가 부르는 소리처럼 들려서 돌아보면 엄마가 서 있을 것 같은데 빈 하늘만 눈에 들어오니 슬펐나 봐요.
엊그제(21일) 남편과 함께 경북 구미시 지산동에 있는 보리밭에 다녀왔어요. 사실 어릴 때에는 보리밭 구경을 제대로 한 적이 없어요. 고모님 댁에 놀러갔을 때 한두 번 본 게 다인데, 이렇게 넓고 멋진 보리밭 풍경은 본 적이 없지요.
어릴 적 아버지한테 배운 노래 '보리밭'을 떠올리면서 구경을 하는데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운 푸른 보리밭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몰라요. 때마침 바람이 불어 마치 물결이 일 듯이 일렁거리는 모습을 볼 때는 비디오 카메라가 없는 게 속상할 만큼 아름다웠지요.따뜻하고 마음씨 넓은 아버지를 꼭 닮은 남편과 함께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고 이 넓은 보리밭에 와서 사진도 찍고, 노래 속에 나오는 보리밭 샛길로 거닐어보기도 하고 구경하는 재미에 흠뻑 빠졌어요.
어린아이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나를 보는 남편도 마냥 흐뭇해 하였지요. 또 넓은 보리밭에서 '보리밭'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는 기분도 매우 남달랐어요.
어릴 적 내가 즐겨 부르던 '보리밭'은 내 외로움을 이겨내는 노래였지만, 넓고 푸른 보리밭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손잡고 부르는 '보리밭'은 즐거움과 기쁨이 물결처럼 넘실대는 소박한 행복을 부르는 노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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