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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마당에서 보이는 풍경
전원주택 마당에서 보이는 풍경 ⓒ 이현숙
지난해 이맘 때쯤, 걸핏하면 전원주택을 노래하던 친구가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그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21평형)를 팔고 사서 가려 했지만 주위의 만류로 한 발 후진,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전세를 얻어 갔다.

처음에 이사 간 집은 대지 100평에 건평이 30평으로 혼자 살기에는 큰집이었다. 방이 네 칸이나 되고 거실도 아주 넓은. 자연 커튼이며 넓은 거실에 놓아둘 몇 개의 소품이 필요했다.

집주인은 신이 나 있었다. 예쁜 커튼에다 집앞 텃밭에는 꽃씨도 뿌리고 상추나 치커리 등 채소도 심었다. 집들이 날 모인, 몇몇 친구들은 넓은 집에 사는 그를 매우 부러워했다.

그런데 찬란한 꿈은 일주일도 가기 전에 시들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나는 소리 때문이었다. 그 넓은 집에서 혼자 사는데, 삐거덕 뚝뚝 소리가 예고도 없이 들리니 신경이 쓰여 견디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에게는 약간의 난청 증세가 있다. 그래서 더 아파트를 탈출하고 싶었던 건데, 이건 한 술 더 떠서 집이 무너지는 것 같기도 하고 도깨비가 삐거덕거리며 천장에서 돌아다니는 것 같기도 한 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나 그의 신경을 박박 긁어 놓은 것이다.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에 의하면 지붕에 시공한 판넬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는데, 그 말을 종합해 본 결과 판넬이 기온 차에 의해 늘어나고 줄어들면서 나는 소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부터 아침까지, 그리고 오후 늦게부터 밤까지, 이를테면 기온 차가 많이 날 때에 소리가 더 심하게 났다.

나도 처음에는 유난스럽다고 지나치려다가 친구가 하도 힘들어하기에 하루를 같이 있어 보았다. 그런데 정말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차라리 이사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해주었다.

전원주택 마당 여기저기에 피어난 들꽃
전원주택 마당 여기저기에 피어난 들꽃 ⓒ 이현숙
결국 그 집은 다시 부동산에 내놓았고, 두 달 만에 다른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이번에는 동네 제일 뒤쪽에 있는 집으로 산 바로 밑이었다. 하지만 말이 전원주택이지 대지는 250평에 건평은 20평도 안 되는 작고 허름한 집이었다.

곧 여름이 왔고, 장마가 시작되었다. 그러자 마당에 잡풀은 우후죽순 자라나고, 게다가 집터 자체가 산에서부터 물이 내려오는 자리였다. 지난 여름, 비는 왜 그렇게 많이 내리는지, 비만 오면 나도 걱정이 되어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집안의 습기는 또 얼마나 차겠는가.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에 곰팡이가 피고 벽에서도 물기가 묻어난다고 했다.

이사 시작... 주인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듯...
이사 시작... 주인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듯... ⓒ 이현숙
하지만 끔찍한 일은 따로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뱀. 초여름 어느 날, 마당에서 뱀을 봤다는 전화가 왔다. 나는 뱀 소리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지는 사람이라 말만으로도 끔찍했는데, 그런 중에도 백반을 사다가 집 주위에 뿌리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 후로 그 집에 가면 뱀 때문에 꼼짝할 수가 없었다. 도착하면 차는 바로 현관 앞에 세울 것을 주문했고, 마당을 밟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으며, 다시 차를 타야 할 때는 차문을 열고 안 여기저기를 살핀 다음에 차에 올랐다.

내가 이 정도였으니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오죽했을까? 내 앞에서는 뭐 뱀 가지고 그러냐고 큰소리쳤지만 여름내 백반을 사다 놓는 눈치였고, 이사할 때 보니 서랍에 하나 가득 백반이 들어 있었다.

성냥갑이니 개성이 없다느니 하면서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아파트
성냥갑이니 개성이 없다느니 하면서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아파트 ⓒ 이현숙
겨울에 너무 추운 것, 연료비가 많이 드는 것,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것은 차라리 부수적인 것에 속했다. 1년이 돼 가는 어느 날 그는 이사를 결심했다. 비용이 들어도 원위치로 복귀해야겠다며.

다행히 아파트에 들어온 사람이 1년 계약을 해서, 사정을 얘기했더니 집을 비워주겠다고 했다며….

이삿짐으로 복잡한 집안.
이삿짐으로 복잡한 집안. ⓒ 이현숙
이사하는 날 나는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 친구 1년 만에 이사를 세 번 하고 500만원(내가 어림잡아본 금액)이나 되는 돈을 날리더니 아주 왕소금이 되어 있었다. 이삿짐센터 사람들 간식 좀 주자고 해도, 점심 좀 맛있는 거 먹자고 해도 끄떡도 안 한 채 표정이 굳어 있었다. 보다 못한 내가 채근을 해 겨우 일하는 분들 간식을 사왔고, 나는 그와 같은 짬뽕으로 끼니를 때웠다.

비로소 안정을 찾은 듯한 주인...
비로소 안정을 찾은 듯한 주인... ⓒ 이현숙
그래서 보복으로 그의 아픈 곳을 찔러주었다.

"그래서 전원주택이 그렇게 좋았어?"
"아니, 시행착오."
"그런데 수업료가 너무 비쌌지?"

이 친구 고개를 끄덕끄덕. 나는 이쯤으로 봐 주기로 했다. 한 해에 이사 세 번. 아무리 시행착오라지만, 머리 꽤 아팠을 텐데, 점심쯤 짬뽕으로 때울 수도 있지, 하고.

정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면서 산다면 인생도 생활도 저절로 행복하고 저절로 즐거워진 텐데…. 역시 그런 삶은 그림 속에나 있는 거지, 현실에서는 어려운 거 같다.

내가 1년 동안 지켜본 바에 의하면 전원생활은 조금도 그림 같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도시 생활이나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 훨씬 더 걱정거리도 많고 부산스러웠다. 그러나 이 친구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은 듯. 5년쯤 계획을 세우고 이번에 겪은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다시 도전할 거란다.

정말 전원생활이 꿈이라면 이렇게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직접 경험을 해보면서 기대치는 낮추고 시행착오는 줄여서, 일찌감치 전원주택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자연에 적응해 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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