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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권의 바로 앞권도 30%의 할인율인데, 세트구매의 할인율은 20%다.
최종권의 바로 앞권도 30%의 할인율인데, 세트구매의 할인율은 20%다. ⓒ 임흥재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얼마 전에 출간된 시리즈의 최종본 15권을 제외한 <로마인 이야기> 1권에서 14권까지의 세트 구매가는 12만7200원이다. 판매가 옆의 괄호에는(20% 할인)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다. 즉 정가에서 무려 20%나 할인해서 파는 가격이 12만7200원이라는 말이다. 적립금 3820원은 별도이니 따지고 보면 그 가격보다도 더 싸다.

물론 세트 구매를 하는 소중한 고객을 위하여, 목돈을 치르는 우량 고객을 위하여 <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 책을 무료 증정한다는 감사와 판촉의 문구도 '플러스'(+) 표시와 함께 선명했다. 이것만 보아도 구매자는 벌써 무엇인가 공짜를 덤으로 받은 양 든든해지고 흡족해진다.

그 아래에는 5%를 추가로 할인해 준다는 초록색 쿠폰 버튼이 '어서 눌러주세요'라며 도드라지게 보였다. 만만치 않은 지출에 망설이던 그 책을 정가에서 25%를 할인 받은 가격으로, 그것도 세트로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소원성취인 셈이다. 정가에서 20% 할인 받아 12만7200원이던 것에 추가 5% 할인을 더해 내가 지불해야할 돈은 12만840원이 고작이다.

즉 12만840원이면 <로마인 이야기> 14권을 세트로 살 수 있고 거기에 더해 <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은 덤으로 따라온다. 결제 과정에서 이벤트로 진행되는 1000원짜리 할인쿠폰까지 받으면 그만큼 더 싸진다. 행복해 질 수밖에. 그런데 어쩌랴, 이 모든 것이 눈속임일 뿐이었다.

여러 번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며 수차례 이 책의 구입창을 들락거렸던 기자는 아무래도 이상하였다. 낱권 구매를 보면 출간된지 오래된, 즉 시리즈 중에 앞번호에 해당되는 책들은 거의 30% 이상 할인해서 팔고 있었다. 시리즈 중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들은 할인율도 10%~15% 정도여서 낱권으로 구매할 경우 오히려 세트 가격보다 더 쌀것이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낱권 구매로 1권에서 14권까지를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금액을 계산해 보았다. 아뿔사, 분명 세트 구매보다 쌀 것이라는 의심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낱권으로 구입할 경우 총 결재금액은 11만1300원에 불과하였다. 세트 구매의 적립금 3820원 보다 약간 적긴 했지만(추가적립 2000원 포함하여) 적립금도 3276원으로 거의 비슷했다.

5월까지 사용할 수 있는 1000원 할인쿠폰을 사용하여 결제하면 이 금액은 더 줄어 11만300원이면 14권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낱권 구매가가 판매가보다 약 10% 더 싼 것을 보여주는 명세서, 1000원 추가 할인도 가능하다.
낱권 구매가가 판매가보다 약 10% 더 싼 것을 보여주는 명세서, 1000원 추가 할인도 가능하다. ⓒ 임흥재
다시 정리해 보자. 세트 구매가는 12만7000(20% 할인)에 5%로 추가 할인 쿠폰을 사용하면 12만840원이다. 이에 반해 총 14권의 낱권 구매가는 11만1300원에 추가 1000원 할인쿠폰을 사용하면 11만300원이다. 할인쿠폰은 1회 구매에 한 장만 사용 가능하므로 세트 구매에서 1000원 추가 할인 쿠폰은 사용할 수 없다.

세트 구매가와 낱권 구매가의 차이가 1만540원이나 된다. 두툼한 인문서 한 권은 족히 사고도 남을 액수다. 세트로 사면 무료로 준다던 <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이라는 책의 가격을 고려해봐도 세트로 살 경우 소비자가 손해보기는 마찬가지다.

<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의 판매가는 15% 할인해 6800원이었다. 이 책을 낱권으로 추가 구입하면 또한 210원의 적립금이 추가된다. 즉 세트 구매가와 낱권 구매가의 차액 1만540원에서 이 책값 6800원을 빼고나도 3740원이 남는다. 무료 증정은커녕 이 책값을 다 받고도 3740원을 더 소비자로부터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서점들을 방문하여 비교해 보았다. 경쟁 서점이랄 수 있는 교보 문고는 세트 구매가가 10% 할인을 해 14만3100원, 추가 적립 10%에 팔고 있으니 비교할 필요조차 없다. 인터파크에서는 예스24와 똑같은 가격에 비슷한 적립금 혜택을 주고 있었다. 무료 증정이라 생색내고 낱권 구매가보다 실질적으로 더 받아 챙기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점마다 적립금 혜택 등의 차이가 있고 이번 경우처럼 한 서점에서도 그 구입 방식에 따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서비스 혜택의 양태가 다른 것은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처럼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계산법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는 마땅히 지탄받아야 한다. 비록 작은 액수의 금액이지만 그것이 면피의 이유는 될 수 없다.

기사가 나가고 25일 오후6시께 다시 '예스24'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로마인 이야기> 1권에서 14권까지의 세트 구매가가 11만9250원으로 수정돼 있었다. 이와 관련 '예스24' 한 관계자는 "인터넷 서점들과 세트 가격 관련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책의 날이 바로 어제다. 그 뒤 끝에서 보게 되는 인터넷 서점의 알량한 상술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전15권 세트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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