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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반 학생들의 수업 장면
초급반 학생들의 수업 장면 ⓒ 구은희
"메리의 얼굴은 사각형이에요. 그러니까 'ㅁ'은 영어의 "M' 발음이 난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ㅁ' 카드를 들고 'ㅁ'의 음가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모습이다. 첫 시간에 보았던 '한글'에 관한 영상물에서 한글은 발음구조를 본떠서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ㅁ'의 경우에는 그리 와 닿지 않는 눈치였다. 'ㄴ'의 경우에는 'ㄴ'을 발음할 때 자신의 혀 모양이 'ㄴ' 모양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였는지 쉽게 기억해냈다.

그 영상물에서는 'ㅁ'은 'ㅁ'을 발음할 때의 입술 모양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해도 'ㅁ'을 발음할 때의 입술 모양으로는 'ㅁ'을 유추하기 힘든가보다. 자음은 그래도 모음보다는 각각의 모양이 달라서 구분이 쉽지만, 그래도 생전 처음 대하는 글자들의 음가를 익혀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각 한글 자음에 그와 가장 비슷한 영어 자음으로 시작하는 영어 이름들을 붙이는 것이었다. 즉, 'ㄱ'은 'Greg', 'ㄴ'은 'Nancy', 'ㄷ'은 'David' 등의 식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아무래도 'ㅇ'과 'ㅁ'의 구분이 쉽지 않은 눈치였다. 'ㅁ'에는 'Mary'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에 덧붙여서 '메리의 얼굴은 사각형이에요'라고 설명하면서 'ㅁ'이 'M'의 발음과 같음을 기억하게 한 것이다.

또 한국어 모국어 화자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평음 (ㄱ, ㄷ, ㅂ, ㅈ)과 격음 (ㅋ, ㅌ, ㅍ, ㅊ)의 차이다. 우리 모국어 화자들에게는 당연히 'ㄱ, ㄷ,ㅂ,ㅈ'는 영어의 'g, d, b, j'처럼 생각되는데, 우리가 발음하는 것을 듣는 영어권 학생들에게는 'k, t, p, ch'로 들린다는 사실이 영어권 학생들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 하고 있다.

'공'과 '콩'이 다르고, '달', '탈', '딸'이 우리에게는 다르게 들리지만 영어권 화자들에게는 구분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학생들에게 '저는 김밥을 좋아합니다'를 듣고 쓰게 하면 보통 '처는 킴팝을 촣아합니다'라고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어를 배울 때, 모국어 화자의 발음을 모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성인학습자의 경우 자신의 모국어에 비슷한 발음으로 이해해서 기억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다른 예는 글자의 생긴 모양과 사물을 연결하는 방법인데, 'ㅈ'의 모양이 자전거처럼 생겼다는 것에 착안해서 'ㅈ'의 발음이 '자전거'의 첫 소리 'ㅈ'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자전거'라는 단어를 이미 알고 있지만 읽지 못 하는 한인 학생들이나 한인 배우자나 친구를 둔 학생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 학기 초급반 학생들
이번 학기 초급반 학생들 ⓒ 구은희
경음 즉 된소리의 경우는 더욱 재미있다. 영어에 없는 'ㄲ, ㄸ, ㅃ, ㅆ, ㅉ' 등은 학생들을 당황하게 하는 장본인이다. 생전 내보지 않던 경음은 들리기에도 우스운 모양이다. 아무리 비슷하게 소리를 내려 해도 잘 되지 않아 힘들어 하는데, 한 학생이 자신이 터득한 방법을 소개했다. 숨을 참고 있다가 소리를 폭발시키면 된다고 했다. 다들 그 말을 듣고 시도해본다.

경음은 긴장을 한 상태에서 하이 소프라노 소리로 내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오늘 한 가지 더 배웠다. 각각의 자음을 배운 후에는 각각의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가지고 복습을 하는데, 그때는 학생들이 알 만한 모든 단어를 다 동원한다.

특히, 격음이나 경음의 경우에는 하나 하나 그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사용한다. 'ㅃ'의 경우에는 '오빠'라는 말을 사용하고, 'ㄸ'의 경우에는 '아 뜨거워', 'ㅆ'는 '쌀'이라는 말로 복습을 한다.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 학생들은 '오빠'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ㅃ'을 '오빠의 'ㅃ'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하고 따라한다.

자음을 모두 학습한 후에는 모음을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만들어준 자음 카드들을 사용해서 자음 맞추기 게임을 한다. 이제 자음 모음을 모두 배우고 자음과 모음을 합쳐서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먼저 자신의 한국 이름을 카드를 이용해서 만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름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다른 학생보다 먼저 한글을 깨우친 중국인 학생 왕중화씨는 글자를 만드는 것보다 쓰는 것이 편하다고 다른 사람들이 글자를 만드는 동안 공책에 멋진 필체로 글자를 쓴다.

이제 드디어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숙제는 한글로 씌어진 모든 글자들을 읽어보는 것이다. 식당의 메뉴, 간판, 한국의 검색 사이트 등등 한글이라는 한글은 모두 읽어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 주 학생들의 저널에는 오늘 배운 한국 단어들이 서투른 글씨로 놓여질 것이다.

한국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늘어나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도,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들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떤 과정으로 한국어를 습득하며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더 많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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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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