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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이형모 전 사장의 성희롱에서 촉발된 시민의신문 경영공백 사태가 최근 이사회 전원이 사퇴하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 전 사장이 시민의신문 편집국장, 노조위원장, 기자 등 6명을 상대로 1억8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1월15일자를 끝으로 3주째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형모 전 사장의 성희롱에서 촉발된 시민의신문 경영공백 사태가 최근 이사회 전원이 사퇴하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 전 사장이 시민의신문 편집국장, 노조위원장, 기자 등 6명을 상대로 1억8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1월15일자를 끝으로 3주째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리해고'. 노동자에게는 치욕스런 경험이자, 다시는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단어일 것입니다.

4년 6개여 월 재직한 직장을 이제 떠나야 할 때가 왔습니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의 휴대폰에 기록된 "'시민의신문 투쟁' 230일 08시간 51분이 지났습니다"라는 'D-Day 보기'가 지난 세월을 반추해 줍니다.

24일자로 <인터넷 시민의신문> 사이트는 폐쇄되었습니다. 새 경영진의 사이트 폐쇄 강행 방침을 확인하고서 미리 준비해뒀던 '편집국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 사항은 끝내 독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승인을 하기도 전에 사이트는 폐쇄되었습니다.

오는 29일자로 서울 종로구 권농동 128번지에 자리한 시민의신문사 사무실도 폐쇄됩니다. 사무실마저 폐쇄되면 남은 기자들의 진실찾기도 끝을 맺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투쟁 '230일 8시간 51분' 만에 정리해고됐습니다

저는 최근 조합비 횡령 건으로 파문을 빚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에 소속된 <시민의신문> 분회장입니다.

분회장으로서 언론노조의 내부 부조리에 대해서 큰 실망과 상처를 입었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동시에 언론노조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 글을 읽으실 독자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언론노조 내부에서 발생한 부도덕성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석고대죄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러나 언론노조의 부도덕성이 검찰 고발로 이어지기까지 과정에서 과연 언론노조 자체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었는지 강한 의문이 듭니다. 조금 확대해 말하자면, 우리 시민사회 내부에서 발생한 부조리를 대하는 내부의 시각과 대처방식에는 문제가 없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다시 <시민의신문>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시민의신문>은 주간지와 인터넷 판을 발행하는 매체입니다. 지난 93년 5월 경실련 기관지로 출발해 시민사회단체 공동신문을 표방해 왔고, 지난 2001년 10월에는 <인터넷 시민의신문>을 창간했습니다.

과장을 해서 말하자면 <시민의신문>은 시민사회 정론지로서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유력한 매체로 포장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시민의신문>이 현재에는 장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습니다. 인쇄판 <시민의신문> 발행이 지난 1월 15일 이후로 중단됐고, 인터넷판마저 새 경영진의 처사로 인해 지난 24일 폐쇄되었습니다.

이런 비극적 사태는 지난해 9월 발생한 시민단체 H포럼 여간사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 결정적인 발단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가지 말들이 떠돌았습니다. '노조의 음모'에서부터 '경영권 찬탈을 노린 간부의 소행' 등등. 하지만 사실관계만 얘기하자면, 2006년 9월 5일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진정한 피해자 시민단체 여간사의 성희롱 내용증명이 있었고, 이로 인해 전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시민의신문>은 경영위기에 봉착했고, 급기야 2007년 4월 현재 5억여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은 채 몇 남지 않은 기자들마저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사이트 폐쇄' 공지조차 올리지 못한 채...

<시민의 신문> 사이트(www.ngotimes.net)은 24일 폐쇄됐다.
<시민의 신문> 사이트(www.ngotimes.net)은 24일 폐쇄됐다.
지난 2월 22일 유력한 여성단체의 공동대표자인 정아무개씨가 <시민의신문> 사태와 관련해 반박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게 하는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를 일부 생략하거나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해석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재반박하지 않았습니다. 소모적인 논쟁이 결코 <시민의신문>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 그 분에 대한 반박을 하려고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 글로 인해서 다시금 상처를 받은 이들이 많았다는 말씀만 드리고자 합니다.

정아무개 대표 역시 자신의 글에서 'NGO마피아'라는 대목이 명예를 훼손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그 대목에 대해서는 차제에 사과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본 뜻은 "NGO마피아 같다는 비난을 받아서야 되겠느냐"는 취지였지만, 마치 시민사회 유력인사들의 처신이 'NGO마피아'라는 직접적 비난으로 확대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리며 그 비유를 취소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후부터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시민의신문> 내부 구성원이 본 시민사회 유력인사들의 처신은 너무도 크나큰 장벽이었음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갈등과 대립의 근원을 낳았는지는 추정하기 쉽지 않지만, 성추행과 이를 해결하려는 방식과 관련해 기성 시민사회 운동 인사들의 인식과 처신은 젊은 세대들, 특히나 언론사에 근무하는 기자와 직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컸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시민의신문> 전 대표와 얽혀있는 이사회 인사들이 사건에 대한 성격 규정과 적정한 수준에서의 징계 등에 있어서 면죄부를 주고, 오히려 이 사건을 더욱 질곡으로 빠지게 했다는 것이 저를 비롯한 대다수 <시민의신문> 직원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시민사회 유력인사들의 <시민의신문> 전 대표에 대한 처신은 종국에는 더욱 큰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입니다.

<시민의신문> 사태, 시민사회 인사들의 처신이 장벽

성희롱 사건을 제외한 <시민의신문> 정상화. 좋은 테마였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였습니다. 외형적인 사퇴로 문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지만, 기실 아무런 전진이 없는 7개여월의 기간이었습니다.

<시민의 신문>은 깨졌고 무너졌습니다. 관련 회사와 단체를 포함해 50여 명에 달하는 구성원들은 산산이 흩어졌습니다. 이제 남은 기자들마저도 '돈자루인지 똥자루인지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는 새 경영진의 논리에 따라서 정리해고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대표의 사퇴 이후 경영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과 간부들이 이를 외면하고 하나 둘 회사를 떠나거나, 심지어 회자 자금을 직원들 몰래 인출해 자신들이 회사에 빌려준 차입금을 갚는 데 써버리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민의신문사는 남은 직원들이 노동청 근로감독관 표현을 빌리자면 '각자 사용자'로 회사를 운영해 왔습니다.

일부 체불임금을 지급하긴 했지만 1억6000여만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이 퇴사한 전 직원과 현 기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재정의 대부분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2월말에 이르기까지 차입금·국세·미지급금 등을 갚는 데 사용됐으며 일부는 급여 등을 비롯해 회사를 유지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직원들 내부에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7개여월의 과정에서 슬기롭게 처신하고 함께 고통과 슬픔을 나누면서 시민의신문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걸어왔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종국에는 사무실 폐쇄 등으로 이제 <시민의신문>의 흔적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심연의 어둠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7개월, 직원들이 '각자 사용자'였습니다

활동가 모임,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소속 회원들이 지난 2월23일 서울 종로 내수동 이형모 전 시민의신문 사장이 근무하는 사무실앞에서 `성폭력 가해자 이형모는 명예훼손 `역`고소를 철회하고 시민사회운동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활동가 모임,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소속 회원들이 지난 2월23일 서울 종로 내수동 이형모 전 시민의신문 사장이 근무하는 사무실앞에서 `성폭력 가해자 이형모는 명예훼손 `역`고소를 철회하고 시민사회운동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8개여월 간에 겪은 <시민의신문> 사태는 시민사회 내부의 거대한 부조리 그 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은 노조나 직원들의 미숙함이나 의도 같은 것을 지적하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결코 우리에게는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기자로서 언론사 직원으로서 양심을 갖고 행동했으며, 다시는 이같은 사건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시민의신문> 사태는 큰 분기점에 도달했습니다. 외형적으로 '신문사 청산'이라는 상황과 내적으로 사태의 원인과 발단 등과 관련한 사법적 다툼, 사회적 평가 등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작용과 반작용에 있어서 '반작용'의 큰 축을 이뤘던 <시민의신문>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그간의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시민사회와 독자, 주주, 이해 당사자들께 도의적으로 사과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상처와 아픔을 겪으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께는 사과의 말씀을, 염려와 안타까움으로 <시민의신문>을 지켜보고, 도와주셨던 모든 분들께는 감사와 고마움의 말씀들 드립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운동 사회내 성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폭력에 대한 처벌에 있어서 은폐나 2·3차 성폭력 가해 등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언론사주의 독단과 전횡은 언론자유의 최대의 적'이라는 교훈입니다.

<시민의신문> 안팎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은 관련자들과 주변인들, 가족들을 포함해 엄청난 상처와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지난 8개여 월 동안에 성폭력에 싸워온 이들은 안팎으로부터 수많은 의혹과 오해, 음모론 등에 시달렸습니다.

그 동안에도 다른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제보를 여러 차례 받기도 했습니다. 운동사회 내 성폭력, 우리 사회내 성폭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잘못한 게 있다면 먼저 고백해주십시오

앞서 언급했다시피, 언론노조의 횡령 건은 우리 사회 운동 진영 내부의 안일과 나태함, 부조리에서 발생한 중대한 사건입니다. 마찬가지로 <시민의신문> 사태에서 벌어진 부조리 역시 운동 사회가 안고 있는 내부적 부도덕함의 표출입니다.

당사자들의 부도덕함 등도 원인이겠지만 그들을 감싸주는 주위의 온정주의에서 더욱 사건이 확대되는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운동 사회 내부의 지연·인맥·학연 등의 관계에서 상호 비판과 감시·견제를 하지 못하고, 화근을 키우고, 문제를 재생산한 데서 파국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합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는 무죄가 되고, 돈 없고 힘없는 자들은 유죄를 받는 법칙은 시민사회 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힘이 있으니 일단 버텨보자는 식, 내가 먼저 걸어서 상대방 약자에게 압박을 가하자는 식 등입니다.

<시민의신문> 사태와 최근의 언론노조 사건을 보면서 시민사회 운동 진영 내에서는 부조리에 대한 해결방식 역시 사법당국에 대한 고소와 고발 등에 우선 의존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자체 자정과 해결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됩니다.

권력이나 공권력 등에 기대어 손쉽게 재빨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속성주의, 타율적 방식이야말로 한번쯤 되돌아보고 경계해야 할 지점이 아닌지 묻고자 합니다.

잘못을 범한 운동사회 내 인사들이 있다면 호소합니다. 먼저 고백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합당한 사회적, 법적 책임을 져 주시기 바랍니다. 간절한 호소입니다. 주위에서도 설득해 주시고, 감시·비판·견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운동 사회 내부의 부조리와 부도덕함,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단죄하지 못한 일들이 결국 크나큰 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호하고, 덮고, 옹호해 준 행위들이 끝내 범죄자를 낳게 된 것입니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바로 잡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함으로써 새롭게 거듭나야 합니다.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앞서 우리 내부의 부조리와 부도덕함, 범죄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고쳐야 할 것입니다.

정리해고 당했지만, 저는 지금도 기자입니다

`시민의신문사태 해결을 위한 공대위 발족 기자회견`이 지난 1월 1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재단앞에서 시민의신문 직원과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민의신문사태 해결을 위한 공대위 발족 기자회견`이 지난 1월 1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재단앞에서 시민의신문 직원과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리해고'.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늘 기자로서 해 왔던 일을 앞으로도 해나갈 생각입니다.

우리에게 많은 분들이 물었습니다. "도대체 싸우는 목적이 무엇이냐, 원하는 게 뭐냐"고요.

"운동 사회 내 성폭력 반드시 추방해야 합니다. 운동 사회 내 부도덕함과 부조리, 범죄행위 스스로 바로 잡아야 합니다. 결코 지연·학연·인맥·선후배간 동지애 등으로 감싸거나 덮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더 큰 범죄를 부르고, 파국을 일으키는 씨앗이 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손쉽게 갈 수 있는 길보다 어려운 길을 걸어 왔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난 230일 동안 싸워왔던 '명분'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가 드릴 수 있는 답변입니다.

지금은 운동사회 진영의 올곧은 사회적 책임 활동이 더욱 막중한 때입니다.
#시민의신문#성폭력#시민사회#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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