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가 가까워오면서 하나둘 자리가 채워지기 시작 했다. 강연을 하기로 한 정태인 교수도 강연 시간보다 미리 도착해서 처음 해보는 ‘길거리 특강’의 긴장을 달래기 위해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켰다.
드디어 강연자도 처음 해보고, 주최한 안산FTA대책위도 처음 해보는 길거리 특강이 시작되었다. 주변 건물에서 들려오는 유행가 노랫소리, 지나다니는 차 소리들 때문에 집중하기가 쉽진 않았다. 심지어 주차단속 경찰차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속속들이 자리들이 채워지고, 한미FTA 결과를 조목조목 따지며 비판하는 정 교수의 강연이 빛을 발하면서 길거리 특강은 이내 집중되었다.
정 교수는 한미FTA협상 타결 결과에 대해 항목별로 나누어 한국과 미국이 어떤 실익을 가져갔는가에 대해 비교분석해 주었다.
첫 번째로 비교한 항목은 정부에서 제일 많이 따냈다고 하는 자동차 부분이었다. 한국의 자동차 관세를 2.5% 내리면, 우리나라 차의 가격이 20만원 정도 싸진다. 그러나 대부분 일본의 혼다나 도요타를 타는 미국 사람들이 20만원 싸진다고 해서 한국차를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8% 관세를 내리는 미국의 경우, 혼다와 도요타가 이미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차로 인정을 받게 되며 그 차들이 한국에 수입되면 100만원 이상 싸진다.
미국에서와는 달리 일본의 ‘렉서스’가 수입차 판매순위 1위를 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들어온 대형차들의 판매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미국은 배기가스 기준을 완화시키라는 주문을 했고, 그것은 받아들여졌다.
결국 미국의 요구에 맞춰 배기가스 기준 완화를 위한 법을 바꿔야하는 것이다. 가장 잘했다고 하는 분야의 협상 결과가 이정도이다. 정 교수는 한미FTA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미국의 의도에 맞게 한국의 법, 제도, 관행을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한미 FTA의 본질이라는 것.
자동차에 이어 섬유, 서비스, 의약품, 병원 등등 협상 분야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준 정 교수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협상이 타결된 이후, 두 번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EU와의 FTA가 재개될 것이라는 것을 두고 ‘펜턴급 권투선수가 헤비급 선수랑 싸워서 겨우 목숨만 건졌는데 다시 라이트 헤비급 선수와 또 싸우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 펜턴급 권투선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미래의 최혜국 대우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이후에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하면 그 결과는 한미FTA로 자동 편입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한미FTA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히 살아있는 괴물이라 할 만 하다. 상위 10%만 더 많이 벌게 되고, 힘없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냉혹한 한미FTA는 폐기되지 않는 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고착화될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주장.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FTA 국회비준 여부는 내년 총선까지 1년 남았다며, 현재 한미FTA반대 서명을 한 사람이 130만명 정도 되는데, 1300만명까지 서명을 받아서 국민투표를 요구하자고 얘기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강연이 끝난 후, 주변은 깜깜해졌지만 명쾌한 강연을 해준 정 교수 덕분인지 시민들의 얼굴에는 한미FTA 반대에 대한 의지를 담은 웃음이 비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산주민연대 소식지 <주간소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