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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협상 타결로,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이 15년 후에는 우리나라 시장의 절반 가까이 미국에 내주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미FTA협상 타결로,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이 15년 후에는 우리나라 시장의 절반 가까이 미국에 내주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 제주의소리

한미자유무역(FTA)협정이 발효돼 감귤류(오렌지)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15년 후 우리나라 감귤류 시장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에 잠식당하고, 지금과 비교해 감귤소득이 연간 1600억원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또 15년 동안 누적 피해액만도 1조1천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한미FTA협상에서 감귤류가 쇠고기와 함께 최대 피해품목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제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감귤산업이 자칫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연구결과로 확인된 것이다.

15년 동안 누적 피해액 1조1천억원 예상... 감귤 산업 붕괴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는 27일 제주도청에서 '한미FTA가 감귤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미FTA협상이 타결된 후 구체적 품목에 대해 피해분석이 나온 것은 감귤류가 처음이다.

한미FTA협상에서 온주 감귤이 생산 출하되는 9월~다음해 2월에는 오렌지에 대해 50%의 현행관세가 유지되고, 3월부터~8월까지는 계절관세 30%를 7년에 걸쳐 철폐해야 한다.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으로 2500톤의 오렌지를 무관세로 매년 3%씩 복리로 늘려 수입하고, 54% 냉동 오렌지주스(농축액) 관세는 즉시 철폐된다. 제주 감귤류와 품종이 같은 만다린류는 현행 144%의 관세를 15년 동안 철폐하게 된다.

고 교수는 "한미FTA협정이 양국 국회에서 비준돼 발효에 들어가고 만다린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15년 후에는 우리나라 감귤류 시장의 42%를 미국에 내주게 된다"고 밝혔다.

한미FTA 합의내용에 따라 동태적 감귤수급모형을 이용한 고 교수는 30% 비계절관세가 철폐되는 7년차인 2014년(2008년 발효 가정)까지 신선 오렌지류 수입물량이 지금의 14만톤(2005년 기준)에서 26만2천톤으로 87% 늘어나며, 만다린류 관세가 없어지는 15년차인 2022년에 가서는 144%가 늘어난 34만2천톤이 수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축오렌지 수입량도 3만9천톤에서 15년 후에는 5만9천톤으로 51%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한정된 국내 감귤류 시장을 놓고 값싼 미국산 오렌지와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하는 제주 감귤은 과잉공급에 따른 당연한 '가격하락'으로 현재 재배면적 2만1430ha가 1만6460ha로 23% 줄고, 생산량도 59만2천톤에서 46만1천톤으로 2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국내 감귤시장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산 감귤은 2022년에 가서는 58%에 불과하게 돼 절반 가까이를 미국산 오렌지가 차지하게 된다.

2022년 제주산 감귤 점유율 83%→58%

고성보 제주대 교수.
고성보 제주대 교수. ⓒ 제주의소리
이로 인해 2005년 6006억원에 달한 감귤 소득이 15년 후에는 4398억원으로 무려 1608억원(26.7%)이 감소할 것으로 나왔다. 제주농업의 가장 큰 소득원인 감귤 수입의 3분의 1이 잘려나가는 셈이다.

고 교수는 연도별 피해액도 추정했다. 협정이 발효되는 첫해부터 비계절관세가 유지되는 2013년까지는 연평균 470억원씩 2820억원의 누적피해를 당하고, 비계절관세가 철폐된 후 2022년까지는 연평균 938억원, 그리고 만다린류 144% 관세가 철폐되는 시점까지 포함할 경우 15년 동안 연평균 750억원의 소득 감소 피해와 1조1262억원의 누적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고 교수는 "우리가 과잉공급을 우려해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향후 수출을 대비해 만다린류 재배면적을 계속 넓혀나가는 상황에서 우리와 대조적이다"라며 "지금은 오렌지를 중심으로 분석했지만 만약 만다린까지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선다면 그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렌지 수입량이 늘면서 국내산 감귤가격이 하락하고 이것이 재배면적과 생산량 감소, 소득 감소로 이어지면서 갈수록 감귤산업이 줄어드는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의 소리(www.jejusori.net)에도 실렸습니다.


#제주#감귤#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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