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박물관에 가면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사진 한 장도 함부로 찍을 수가 없다. 전시된 전시물에 강한 광선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전시된 유물이라거나 전시품은 물론 전시라는 그 자체도 지적재산권의 대상이 되어서 함부로 유출이 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박물관의 벽에다가 마음껏 색칠을 하게 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의 지층에는 현장 체험학습을 하는 체험학습장이 있다. 이름 하여 '배움터'인데 이 건물은 지하는 아니지만 약 1/3 쯤이 지층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리하여 벽면이 무척 많아서 이 벽면에 여러 가지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지금은 자석판으로 구성된 야광귀 이야기와 박물관의 그림이 작은 판으로 되어서 판넬을 찾아 붙이기 놀이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이 정도로는 관람객들에게 충분한 공간으로 활용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이 공간에 벽화를 그리기로 하였다. 이 벽화 그리기를 인터넷으로 모집한 체험학습 희망 가정을 모아서 한 가정에 한 개의 민화를 구리게 한 것이다. 박물관 벽에다 그림그리기? 그게 어디 있을 법한 일인가? 그런데 이번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공고를 하여서 모집을 하였고, 희망자가 밀려 나중에는 다 수용하지 못할 만큼 많은 가정이 몰렸다.
4월 14일부터 28일까지 3주 동안 주말을 이용하여 각 가정에서는 한 개의 그림을 배정 받아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게 되는데 박물관에서 채색용 물감과 붓 같은 기본 도구는 준비해준다. 자녀와 부모가 한데 어울려서 한 개의 벽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2시간에서 3시간을 열중하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이번 주가 지나고 나면 이제 그냥 맨 벽으로 있던 하연 벽면은 아주 아담하고 산뜻한 민화 벽화로 단장을 하고 관람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작업을 모두 참가자에게만 맡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참가자들이 그리고 애써 색칠한 부분에 손상이 가지 않게 하면서 마지막 마무리를 해서 더 산뜻하고 전문가의 손길에 손색이 없는 멋진 벽화로 다시 다듬어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제 개인 참가자들이 직접 그린 벽화로 단장을 한 새롭고 신선한 기획 덕분에 멋진 벽화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의 박물관이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한국일보 디지털 특파원, 한교신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