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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버지가 아무래도 병이 생기신 것 같다. 2달여 동안 시골에 있는 의료원이나 그래도 큰 병원이라고 생각되는 병원 몇 군데를 다녔는데도 좀처럼 나을 기미가 안 보인다.
다들 단순한 변비라고 하지만 이따금씩 혈흔도 있고 복통도 호소하니 자식 입장에서는 지방 병원 말고 서울 큰 병원으로 한 번 모셔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부모님이 아플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서울 큰 병원'이라는 단어가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왜 그럴까? 우리 마을 어르신들을 봐도 웬만하면 지방 병원보다는 무조건 모두 서울 큰 병원으로 가신다. 나나 우리 마을 어른들 뿐 아니라 지금 지방에 사시는 분들 중 아마 많은 분들도 이 같은 이유로 서울 큰 병원 찾은 적 있을 것이다.
물론 환자가 무조건 서울 큰 병원으로 가는 것도 문제겠지만, 그것보다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봐서 지방 병원은 믿을 수 없다는 이유가 나나 그 분들의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 병원의 시설 등이 서울에 있는 큰 병원보다 떨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서울 큰 병원 가는 것이 환자 탓?
지방의 의료시설이 낙후됐다는 것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지방과 서울 간 의료 양극화가 정말 심하다는 것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실질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전국의 종합전문요양기관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8곳을 평가한 결과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병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그리고 서울 큰 병원으로 가는 중요한 또 한 가지는 결국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역시 서울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 병원에서 치료하다 잘 낫지 않아서 결국 서울 큰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서울 큰 병원으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 큰 병원으로 먼저 가려고 하는 것은 이처럼 중간에 서울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경우 서울 큰 병원 가면 지방 병원에서 그동안 검사했거나 치료했던 환자 진료 기록을 서울 큰 병원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검사를 다 해야 한다. 그러니 검사를 다시 받는 환자도 고통스럽고, 솔직히 돈도 이중삼중으로 더 들어간다. 의료시스템이 이러니 좀 안 좋다 싶으면 아예 처음부터 무조건 서울 큰 병원으로 가는 것이다.
특히 그렇게 새로 검사해 보면 지방 병원에서 진단한 것 하고 서울 큰 병원에서 진단한 것 하고 병명 자체가 전혀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주위에 이런 사례 흔하다. 또한 지방 병원에서는 큰 병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작은 병이었고, 지방 병원에서는 별 것 아니라고 했는데 큰 병이어서 수술 등을 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현 실정이 이러니 지방 사람들은 아프면 모두 서울 큰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결코 환자만의 탓이 아니다. 지방 살아 오면 아마 다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방 사람들도 동등한 의료 혜택 받을 권리 있어
지방 사람들도 제대로 된 병원에서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다 보니 병원들이 지방으로 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에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지방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 그리고 특히 각 지방의 시군마다 우수한 의료장비 등을 갖춘 병원을 한 곳만이라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해 달라. 기존 의료원도 좋고 각 대학병원을 육성 지원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라고 본다.
솔직히 지방에 있는 사람들, 서울 큰 병원 가는 일이 생각만큼 쉬운 일 아니다. 서울까지 가려면 환자도 힘들고, 무엇보다 예약 날짜 잡기도 어려울뿐더러 힘겹게 예약 날짜 잡고 의사를 만나도 1-2분 정도 진찰받고 약을 탄 다음에 이 약 먹고 다음에 또 한 번 오라고 한다.
솔직히 몇 번씩 힘든 걸음을 해야 한다. 돈도 훨씬 더 많이 든다. 더욱이 입원해서 오랜 동안 치료 받을 경우 지방에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현실적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아픈 사람보다 옆에 있는 사람이 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보건복지부가 문제를 검토해서 바람직한 대안을 내놨으면 좋겠다. 지방 사람들도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좋은 의료혜택 받을 권리가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