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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국)가 2일 제18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친일파 재산 국가 귀속 결정을 논의하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국)가 2일 제18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친일파 재산 국가 귀속 결정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정원

고희경·송병준·이완용 등 친일파 9인의 땅이 국가 재산으로 귀속된다.

총 154필지(25만5000여㎡)로, 공시지가 기준 총액 36억원(추정시가 63억여원) 상당에 해당되는 땅이다.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국·아래 친일재산조사위)는 2일 오전 10시 전원위원회를 열어 위원 9인의 전원 찬성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9인의 재산 35억9700만원을 국가에 귀속키로 결정했다.

친일재산조사위가 지난해 7월 13일 결성된 뒤 전원위원회를 통해 국가에 귀속키로 한 첫 번째 결정이다.

해당자는 고희경·권중현·권태환·송병준·송종헌·이완용·이병길·이재극·조중응 등 9명이다. 이 중 고희경은 정미7조약(1907년) 당시 탁지부 대신이던 고영희의 장자로, 자작습작·백작승작·중추원 고문 등을 지냈다. 이번 국가 귀속 결정에서 가장 많은 필지(63필지·17억2400만원)를 소유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이 된 토지는 1904년 러일전쟁 후부터 1945년 해방 사이에 취득한 재산 중 지금까지 본인 명의로 남아있거나, 후손에게 상속 및 증여된 것이다.

"친일파 재산, 아직 귀속 못 시킨 것이 훨씬 많다"

이들의 재산이 재정경제부에 통지된 뒤, 해당 부서가 지정하는 관리청에서 친일재산조사위 결정서와 토지대장 등을 토대로 국가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이전한다.

이후 해당 재산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아래 특별법) 25조에 따라 독립유공자와 유족에 대한 지원금 및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쓰일 예정이다.

지난 2005년 12월 29일 특별법 시행 이후 제3자에게 처분된 재산도 친일재산으로 인정되면 국가 소유가 된다. 송병준과 고희경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친일재산조사위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당일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05년 10월 조계종과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친일청산과 민족정기 확립을 위한 조계사 촛불집회'가 서울 조계사에서 열렸다.
지난 2005년 10월 조계종과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친일청산과 민족정기 확립을 위한 조계사 촛불집회'가 서울 조계사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특별법 이전에 처분된 경우나 토지가 아닌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에 대해서는 친일재산조사위의 조사 개시 및 국가 귀속 결정이 곤란한 실정이다.

친일재산조사위는 이날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일제 강점 당시 보유했던 친일재산은 오늘 국가 귀속 결정된 것보다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조사로 국가 귀속이 결정된 9인이 일제 때 사정받은 토지 및 임야는 4000만㎡지만, 이 가운데 25만5000여㎡만이 이번에 국가 소유로 귀속된다. 친일 행위로 받은 전체 토지의 0.64%에 그치는 규모다.

한일합병조약(1910년) 당시 내각총리대신을 지낸 이완용의 경우, 한일합병 '공로'로 일본 정부에서 은사공채 15만원(현 시가는 금값 기준으로 약 30억원)을 받고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해당하는 1300여 필지를 소유했지만, 일제 강점 초기 대부분 처분했다.

김창국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완용의 경우 엄청난 현금을 소유했을 것"이라며 "처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금괴 혹은 고려청자 등 어떤 형태로 변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첫 국가 귀속 결정은 1949년 '반민특위'가 와해되고 활동이 좌절된 지 58년 만에 얻는 친일청산의 첫 가시적 성과인 만큼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조사 과정에 대해 "너무 오래된 일인데다 그동안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공문서가 멸실된 것이 많아서 힘들었다"며 "후손들의 가계도를 만드는 일도 본 위원회가 처음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 전 직원 104명에 조사 업무에 투입된 인력은 40여명밖에 되지 않아, 전국 현지를 답사하고 사람들을 만나 조사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친일재산조사위는 결성 이후 9개월 동안 매국 조약을 체결·조인하거나 모의한 자, 한일합병에서 공을 세워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 등 친일반민족행위자 452명의 명단과 이들의 가계도를 작성, 그 후손 명의의 친일재산을 조사해왔다.

이 가운데 지난 4월말 93명의 토지 1857필지(공시지가 1185억원)에 대해 조사 개시를 결정하고, 이를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법원에 보전 처분을 마치고 조사 중이다.

친일재산조사위는 "특별법에 따라, 조사 대상에 우선적으로 선정된 452명 외에도 독립운동에 참여한 자를 살상하는 등 친일 정도가 지극히 중대하다고 인정된 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친일재산 국가 환수 못 받아들이겠다면?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국·아래 친일재산조사위)가 2일 국가에 귀속키로 결정한 친일파 9인의 재산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후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친일재산조사위는 "친일재산은 2005년 12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순간부터 국가소유가 된 것"이라며 "다만 위원회의 귀속 결정은 친일재산임을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창국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당사자는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친일재산조사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후손들은 국가 귀속 결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안에 친일재산조사위 행정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부동산 소재지의 행정법원 또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이미 고희경, 조중응의 후손은 각각 지난해 말 친일재산조사위의 조사 개시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위원장, 사무처장 등 3인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는 이의 제기가 합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판단, 올해 초 기각했다.

친일재산조사위는 조사 개시를 결정하면 60일 이내에 후손에게 통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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