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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시바우 주한 미대사.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4일 "미국은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을 진작시키는 것으로 생각하고 지지한다"며 "그러나 비핵화와 대북 포용정책은 서로 조율(coordinated)된 방식으로 진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대표 상임의장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초청으로 '새로운 한미관계 발전과 동북아 평화'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조율된 방식'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으나 사실상 6자회담과 남북 관계의 진전을 연계시키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자리가 남북관계 진전에 적극적인 민화협이 마련됐다는 점은 의식하지 않고 작심한 듯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연계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번 했다.

심지어 그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남북관계의 진전은 6자회담보다 항상 반 발짝 뒤에 가야한다고 말했다"는 일화까지 소개했다. 이른바 '반 발짝'론은 한국 외교가의 상식이지만 주한 미 대사가 이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강연 중에 "이재정 장관은 지난 달 24일 '2·13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의 평화적인 미래는 없고 우리 국민도 대북 쌀 지원에 동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며 "이는 정확한 메시지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6자회담과 남북협력이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철도 선로에 비유하면 열차는 양쪽 선로로 달려야 한다, 철로의 한쪽은 비핵화, 다른 한쪽은 남북협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그동안 남북 관계는 (6자회담의) 뒤만 따라가야 한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버시바우 대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연설 중에도 분명하게 말했지만 남북 관계의 진전은 2·13 합의와 9·19 성명과 조율되어야 한다. 속력과 페이스가 서로 조율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도 이와 관련된 원칙을 말했고 워싱턴에서 좋게 받아들여졌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게 '남북 관계의 진전은 6자 회담보다 항상 반 발짝 뒤에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관계의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북한이 자신의 약속을 지켜가는데 효과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쌀 40만t 제공 약속에 초조감?

이른바 '반 발짝론'은 한국 외교가의 상식인 된 말이다. 그러나 주한 미 대사가 이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소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 발언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당신들이 이전에 이렇게 말하지 않았었느냐?"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한편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지연에 미국의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는 질문에 나오자 버시바우 대사는 "이는 단지 기술적인 문제로 좀 더 기다릴 준비가 되어있다"고 답했다.

북핵 문제의 해결 시한과 관련 버시바우 대사는 "부시 대통령의 임기 안에 완전 해결을 기대한다"며 "북한이 진지하다면 영변 원자로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불러들이는 것은 몇 주안에,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는 몇 달 안에, 핵시설의 해체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여러가지 말을 했지만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남북관계-6자회담 연계론이었다.

특히 그동안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남북관계-6자회담 병행발전론', 실제로는 '남북관계는 6자회담 반발짝 뒤에'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대해 진보 진영 쪽에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버시바우 대사가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연계를 다시 강조했을 까?

그를 초청한 장본인인 민화협의 정세현 상임의장은 "지난달 말 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회의에서 북한에 쌀 40만t을 제공하기로 한 것을 의식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2·13 합의 이행이 안된 상태에서 한국이 문서로 쌀 제공을 약속했고, 따라서 북한은 이미 쌀을 확보한 것으로 생각할 것 아닌가'라는 '미국식 초조감'이 발동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상임의장은 "미국이 연계를 자꾸 말하는데 사실상 자기들이 다 결정해놓을 테니까 한국은 나중에 따라오라는 얘기"라며 "철로가 항상 똑바로만 가는가? 철로가 곡선으로 갈 때는 열차의 바깥 쪽 바퀴가 빨리 움직이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버시바우 대사를 초청한 입장에서 그 자리에서는 참았지만 그의 오늘 아침 발언은 지나쳤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같은 날 11시에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반 발짝'론이 한국정부의 누구를 통해 언제 미국 정부에 전달되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받았다.

이에대해 이 장관은 "그 말을 확인해서 필요하다면 추후에 우리측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6자회담과 남북관계 병행발전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버시바우#6자회담#북한#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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