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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해 보이는 용산의 휴대전화 매장.
한산해 보이는 용산의 휴대전화 매장. ⓒ 오마이뉴스 김종철

3일 오후 3시 서울 용산 전자상가. 아이파크 몰을 비롯해 터미널 상가, 전자랜드 등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평일 오후 때문인지 물건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점 직원과 일부 매장을 드나드는 업체 사람들이 전부였다.

10년째 전자부품 도매를 해왔다는 정만석씨는 "용산이 전자제품의 메카라는 말은 정말 옛날 얘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씨와 함께 일을 시작했던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동통신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휴대폰시장. 특히 올들어 만년 2위였던 KTF는 '쇼(SHOW)'라는 브랜드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3세대(3G) 시장 몰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용산 휴대폰 시장의 반응은 떨떠름 했다. 지난 3, 4월 두달동안 KTF쪽의 대대적인 물량공세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긴 했지만,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

5월의 용산은 잔인?

정용건씨(나엘텔레콤)는 "평일에 많아야 4~5명 정도 매장을 찾는다"면서 "적을 때는 하루에 1대도 팔지 못하는 날도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3G 폰에 대해 소비자들이 관심이 있긴 하지만, 실제 구매까지는 아직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소개했다.

여론조사업체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조사한 내용을 보면, 휴대폰 가입자들의 38.4%가 3G 휴대폰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기존 휴대폰 이용자 10명중 4명 정도가 새로운 서비스로 이동할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박성호씨도 "앞으로 휴대폰이 3G쪽으로 바뀌겠지만, 기존 번호의 변경 등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영씨(학생)는 "휴대폰을 사려면 5월에 사라고 해서, 인터넷에서 가격을 보고 (용산에) 나왔다"면서 "3G 폰도 관심은 있지만, 아직 대중화돼 있지도 않고, 고를수 있는 휴대폰도 별로 없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도 "언론에서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이 5월부터 풀린다고 나온다면서 고객들이 요즘엔 더 없다"면서 "오히려 4월까지 KTF의 요금할인 행사때 가입했으면 더 싸게 단말기와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일 '단말기 보조금 규제제도 완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동 통신사들의 보조금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이통사들 3G 전쟁... 삼성 65만원 신형폰도 조건따라 공짜로

KTF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여 '3G' 가입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KTF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여 '3G' 가입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종철
이에 따라 이동통신업계에선 5월부터 본격적인 3세대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 두달동안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이면서 '쇼(SHOW)' 홍보에 적극 나섰던 KTF는 기존의 LG전자 단말기 이외 삼성전자, 팬택 등의 3G 휴대폰 단말기를 집중 공급할 예정이다.

이른바 '공짜 단말기'로 불린 저가형 휴대폰 이외에 60~70만원대 고가 단말기도 보급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물론 고가 단말기 나오더라도 보조금 지급과 각종 서비스 제공 등으로 가격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65만원선인 KTF 삼성 최신형 3G폰(애니콜 W2500)의 경우 보조금 지급 등으로 3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만약 한달에 4~5만원정도 사용하는 SKT 가입자가 번호이동할 경우 금액은 훨씬 떨어질 수 있다.

용산 테크노상가의 이아무개씨는 "SKT에서 매달 평균 4만원정도 사용하는 가입자가 번호이동하고, 2년동안 알뜰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실제 휴대폰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은 공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KTF의 '쇼'의 고민... 수익 악화, 97% 가입자 역차별 논란

KTF쪽에선 '쇼'의 초기 시장 진입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영주 KTF사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G 서비스가 초기 단계이지만 전국 서비스를 통해 주도권을 잡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대했던 만큼 성과와 함께 고객 만족도 역시 높게 나왔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까지 KTF의 3G 가입자는 35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20, 30대 가입자가 전체 절반을 차지해, 젊은층의 호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무선인터넷 기능이 빠진 저가폰 공급과 함께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다.

만년2위라는 딱지를 적어도 3G시장에선 SKT를 따돌렸다는 평가다. 물론 KTF의 이같은 '역전쇼'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마케팅비 증가로 KTF 1분기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김홍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마케팅 비용에 4318억원을 투자했다"면서 "이 때문에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44%나 감소한 1007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마케팅비 부담으로 3분기까지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3G 휴대폰의 보조금 8만원 보장, 문자메시지 가격인하 등 각종 요금제 혜택도 기존 가입자보단 새 3G 가입자에 집중돼 있다. KTF 전체 가입자 1300만명 가운데 3G 가입자 35만명은 약 3%도 안되는 수준. 97%의 대다수 음성통화 가입자가 심한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KTF 관계자는 "일본 NTT도 3G 가입자 전환때 이쪽에 더 많은 혜택을 준 사례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단독망 운영체제로 가게 되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SKT, 질높은 서비스로 경쟁... 일부에선 위기의식도

영상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 단말기들.
영상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 단말기들. ⓒ 오마이뉴스 김종철
SKT도 이번달부터 본격적인 3G 전용 단말기 출시와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경쟁에 뛰어든다. 6월까지 두달동안 신규 3G 가입자나 기존 2G 가입자가 새롭게 전환할 경우, 3개월동안 1000분의 무료영상통화를 제공한다. 또 데이터 안심정액제(월 1만원)도 3개월동안 공짜다.

이밖에 저렴한 영상통화를 위해 '팅 영상 정액제'와 '영상지정번호 정액제' 등도 내놨다. 월 1회 영화를 공짜로 볼수있는 패키지 상품과 T포인트 제도도 도입했다.

SKT의 3G 가입자는 25만명 수준. KTF보다는 적지만, 1800만명에 달하는 탄탄한 2G 가입자가 여전하다. 단순한 저가폰 공세에 따른 가입자수 증가 경쟁엔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SKT 고위 관계자는 "3G로의 전환은 기술이 보다 발전하고,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훨씬 많아지고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옳다"면서 "단순한 가입자 늘리기 경쟁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G쪽 혜택만 내세울 경우 99%에 달하는 기존 가입자를 차별하게 되는 것"이라며 "양쪽에게 동등한 혜택을 주면서 분야별로 차별화되고, 특화된 서비스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게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SKT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신배 SKT 사장이 지난달 사내 게시판에서 "1등이라고 자만하면 고객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며 "KT그룹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통신정책과 시장환경도 SK텔레콤에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예.

생활 그 자체가 돼 버린 이동통신. 차세대 시장을 두고 서비스 업체간 총성없는 전쟁은 시작됐다. 소비자의 욕구와 변화에 누가 가장 잘 맞는 전략과 실행을 내놓느냐에 따라 판도는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3G 이동통신#용산#KTF#SKT#공짜 단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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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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