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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부침가루를 풀고 강판에 간 감자를 넣고 섞었다. 크게 한 판에 다 구우려고 프라이팬 가득 다 쏟아부었다. 마루를 비로 쓸고 걸레를 빨아 한번 닦았다.
감자전을 한번 뒤집고 밥상을 폈다. 어머니가 낮에 청국장 뜬 것 절구에 찧고 쌓아둔 각종 스텐 함지박과 그릇들은 마당 수돗가 고무 함지박에 넣고 물을 털었다. 어머니 밥부터 펐다. 나는 비벼 먹을 생각으로 큰 그릇에 고추장부터 한 숟갈 퍼 담고는 들기름 한 숟갈. 볶지 않은 들깨 한 숟갈 넣고 밥을 퍼 담았다.
감자전을 꺼내서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았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파래자반을 꺼내 담고 밥상을 들고 방에 들어갔다.
"어머니. 밥상이요. 밥상. 일어나세요."
"언제 부침개까정 맹글었냐. 먹을끼 너무 많아 어떵거부터 먹어야 할지 모르겠네?"
음식 칭찬에 인색한 어머니 입에서 이 정도의 말이 나온 것은 밥상에 대한 극찬에 가까운 평가라고 보면 된다.
아뿔싸. 수저가 없었다. '어떵거부터' 먹어야 할지 곤란 한 게 아니라 '무엇으로' 먹어야 할지 모를 상황.
한 벌 장만했던 놋수저를 어머니와 내 놋그릇 옆에 두니 황제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고추장은 내가 농사지은 고추와 메주와 싹 틔운 밀과 찹쌀을 가지고 만든 2년 된 것인데 고추장만 가지고도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청국장은 역시 내가 농사지은 콩으로 이제 막 아랫목에서 띄워 완성한 것이다. 밥상에는 플라스틱 용기는 하나도 없고 다 놋그릇과 사기그릇만 있다. 방에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흐르고 시계는 8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궁이 불은 가만히 둬도 저절로 타게 되어 있다. 지난달에 고장 난 선풍기를 뜯어내서 만들어 붙인 타이머가 장작불이 다 탈 즈음에 굴뚝 팬을 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