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령ㅅ장욘/남자 령ㅅ장실/장!,인령ㅅ은ㅊ욘'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들일까? 도저히 뜻을 알 수 없는 이 단어들은 바로 포항시청 여자화장실, 남자화장실, 장애인화장실에 설치돼 있는 각각의 점자표시들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화'자란 글자가 'ㄹ영ㅅ'으로 잘못 만들어져 있다. 점자에 능숙한 시각장애인도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다.
지난 1월 준공한 포항시 신청사 내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상당부분이 엉터리로 설치되어 장애인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이재호 경북점자도서관장은 "점자는 점과 점 사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의미의 글자가 되어버린다"며 제대로 된 '화' 점자와 포항시청 화장실에 표시돼 있는 엉터리 점자 '화'자를 비교 제시했다.
엉터리 '화장실' 점자 표시
물론 전문성이 부족한 시공업체를 탓할 수도 있겠으나 이런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포항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포항시내에 존재하는 점자도서관에 협조 요청만 했더라도 이런 엉터리 시설은 없었을 것이 아닌가?
점자유도블록 역시 엉터리 시설이란 지적이다. 신청사에 설치된 점자블록이 바닥타일과 비슷한 색상을 사용해 잘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 장애인들의 하소연이다.
지팡이가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눈과 같다면 점자유도블록은 보행시 길잡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령 시행규칙 편의시설의 구조ㆍ재질등에 관한 세부기준에도 "점자블록 색상은 원칙적으로 황색을 사용하되, 상황에 따라 다른 바닥재의 색상과 구별하기 쉬운 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재호 관장은 "명암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자(전맹) 만이 시각장애인은 아니며 저시력인(어느 정도의 사물을 구별할 수 있는 자)들이 상당수"라며 "다른 바닥재 색상과 구별하기 쉬운 것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저시력인들도 쉽게 보행할 수 있도록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회색 점자블록 역시 금속 재질로 만들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겐 위험요소라는 지적이 높다. 신발 바닥에 물기라도 젖어 있다면, 자칫 넘어져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수백억의 돈을 들여 청사를 잘 지어 놓았지만 장애인 편의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다른 지역 관공서를 자주 방문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항시는 "화장실 안내판이 잘못 표시된 사실을 이번 기회에 알았다"며 "잘못 설치된 부분은 고쳐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항시 한 관계자는 "공사업체에서 장애인 단체의 자문을 구한 후 표지판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공사 전에도 2회에 걸쳐 장애인 단체와 설명을 가졌기에 잘못 표기될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공사 이후 시각장애인들과 직접 현장 확인을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그는 금속 점자유도블록 문제는 "대리석 바닥이기에 고무 재질의 황색보다는 고급스런 '스텐' 재질을 사용한 것이다"면서 "보기 흉한 황색 블록보다는 더 품격이 있으며 다른 관공서에도 그런 재질을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영일만뉴스(www.01man.tv)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