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 아이들은 무엇을 했을까?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이나 유명 관광지에 놀러 가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마땅히 갈 곳도, 놀 곳도 없는 아이들은 또 얼마나 될까? 지역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어린이날 큰 잔치를 펼친 곳이 있다.
어린이날 잔치가 벌어진 곳은 서울삼양초등학교, 강북구 미아동에 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세대 주택 옆으로 새로운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재학생의 20%는 무상 급식 지원 대상자이거나 급식비 미납자인 곳이다. 지난 2004년부터 '교육복지 투자 우선 학교'로 선정, 지역사회전문가가 학교에 배치되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미아동 비탈진 언덕을 깎고 세워진 삼양초등학교 곳곳에서 펼쳐진 어린이날 행사는 참 감격스럽고, 신명나는 잔치 한마당이었다. 삼양초등학교와 인근의 초등학교에서 2천여 명의 어린이와 가족들이 참여했고, 200여 명의 자원활동가와 30여 명의 학교 교사들이 함께 했다.
기획에서 진행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한 교사와 교직원
먼저 어린이날 잔치를 기획한 이들은 김선경 지역사회전문가와 부진아 지도를 담당하는 김동현 교사였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매일 만나고 대면하는 이들이다 보니 어린이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조그만 잔치를 벌이고 싶었다.
그런데 행사를 기획하다보니 점점 규모가 커지게 되고, 그래서 학교의 교사회,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강북구의 교육복지 투자 우선 학교들, 서울교육대학교 총학생회와 연대를 해서 사업을 펼치게 되었다.
장금이의 후예들, 전통음식마당
6학년 담임교사들은 자원하는 30여 명의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장금이의 후예들'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전통 먹을거리 마당을 열었다. 잔치에 참여한 아이들과 함께 진달래 과일 화채, 경단, 봄나물 부침개, 찹쌀 부꾸미, 인절미 등을 직접 만들어 먹는 행사.
처음으로 떡메를 쳐 보는 아이와 이를 격려해주는 부모님과 선생님들, 동글동글 찹쌀 경단을 만들어 고소한 콩가루에 굴리고 엄마를 갖다주겠다는 아이들, 시원한 매실 주스에 딸기를 띄워 한 모금씩 나눠 마시는 아이들, 땀을 흘리면서 더운 줄도 모르고 열심히 동생들에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과 함께 교정 곳곳에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퍼졌다.
서울교대 예비교사들과 함께한 전통놀이마당
운동장 중앙에서는 딱지치기, 팽이치기, 공기, 굴렁쇠 굴리기, 땅따먹기, 비석치기, 도미노, 긴줄넘기, 투호, 칠교놀이, 간이볼링, 물컵 옮기기 같은 몸놀이가 한판 벌어졌다. 김동현 교사와 서울교육대학교 예비 교사들과 인근의 중학교 자원활동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준비한 마당이다.
내리쬐는 5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열심히 볼링핀을 세워 주고, 긴줄넘기줄을 돌려주고, 놀이 방법을 설명하는 자원활동가들과 가장 긴 도미노를 완성하겠다는 아이, 의자까지 가지고 와서 나무블럭을 높게 쌓아올리는 아이, 엄마 손을 잡고 칠교 놀이를 완성하는 아이까지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이다.
인근 초등학교의 책사랑 어머니회가 펼친 책놀이마당
운동장 한쪽에서는 삼양초등학교와 인근의 번동초등학교, 미양초등학교, 오현초등학교의 책사랑 어머니회 회원들이 독후 체험 마당을 다양하게 열었다. 이 행사를 열기 위해 4번이나 사전 연수를 해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배움을 넓혔다.
책을 읽어주고 그 내용에 나오는 실팽이를 만들어 보고, 우유팩으로 돼지 저금통도 만들었다. 선인장 호텔도 지어보고, 빨대 비행기도 만들고, 풀각시 인형도 만들고, 채소를 깎아 도장을 만들어 찍어보기도 했다. 그냥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활동과 연결해서 하는 활동이다 보니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집중도가 남달랐다.
들을 거리, 볼 거리가 많았던 공연마당
책사랑 어머니회는 시청각실에서 슬라이드극과 막대그림자 인형극 공연을 열었다. '재주 많은 다섯 형제', '오세암', '강아지똥', '엄마의 의자' 등과 같이 전래동화나 어린이 그림책의 고전들이 재미있는 연극으로 펼쳐지니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이 빛났다.
김호중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신명나는 사물놀이 공연을 펼쳤다. 서울학생동아리페스티벌에서 두 번이나 수상을 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지난 '삼양초등학교 또래 풍물패' 아이들의 풍물 가락이 교정 곳곳을 신명나는 잔치로 만들었다.
이은정 교사는 하이서울패스티벌에 참여했던 밴드부 아이들이 공연하는 것을 도왔다. 인근의 구세군 종합사회복지관의 청소년 밴드 동아리도 동생들에게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잔치 마무리는 대동놀이, 강강술래로
오후 3시 각 마당이 마무리되면서 참여했던 어린이들, 부모님들, 자원봉사자들, 교사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모였다. 오른손은 자기의 마음을 담아 옆 사람에서 주고, 왼손은 옆 사람을 마음을 받으라는 진행자의 설명과 함께 대동놀이는 시작되었다. 덩따궁따 덩따궁따 자진모리장단에 실린 강강술래 노래와 맞춰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다가 남생이 놀이로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고사리 꺾기 놀이를 하더니 다시 원을 만들어 빙빙 돌다가 청어 엮기, 덕석 몰이, 대문놀이, 꼬리따기 놀이가 펼쳐졌다.
각 부분놀이가 끝나고 모두 함께 하나의 원으로 빙빙 돌면서 "5월 5일 어린이날 강강술래 여기 모인 여러분들 강강술래 큰 맘으로 한 맘으로 강강술래 신명나게 놀았으니 강강술래 통일 세상 희망 세상 강강술래 함께 만들어 가봅시다 강강술래 걸판지게 놀았으면 강강술래 만세 삼창 해봅시다 만세! 만세! 만세!" 구성진 노래와 함께 어린이날 큰잔치는 마무리되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은 '다른' 학교 모습에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두 달 동안 기획안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교사들, 휴일도 반납한 채 아침 7시부터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행사 진행을 도왔던 교사들, 함께 연수를 하며 서로 배우고 수고한 책사랑 어머니회 어머니들, 선배로서 후배들을 챙겨주었던 6학년 어린이들과 인근학교의 중학생들, 예비교사로 새로운 현장을 목격한 서울교대 학생들, 전체 행사 진행을 위해 후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지역사회단체의 활동가들 모두에게 이날의 행사는 서로 꿈을 확인하고 더 새로운 꿈을 꾸게 한 '사건'이었다.